^^또 다시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LH공사, 농지, 경자유전의 원칙, 지역불균형^^
서울의 아파트 값 폭등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곤두박치게 만들었다.
다급해진 정부는 신도시 건설 등을 대책으로 세웠으나
이 과정에서 LH공사의 일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신도시 건설 예정 지구에 땅을 사전 구입하여 투기를 하였다는게 드러나고
이 사건은 모든 공무원들과 선출직, 임명직 공직자들의 땅 투기와 농지보유 실태 조사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외면되어 왔던 농지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헌법 제 121조 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되어 있다.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하고 농지를 빌려서 농사를 짓는 소작제도는 금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헌법은 이렇게 농지의 소유와 이용을 농업 생산에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위법에 틈새를 만들어 놓았으며
또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으나 농사를 짓는 것처럼 위장하여 농지를 소유하는 불법 소유도 늘어났다.
그리하여 전체 농지의 절반이 비농민 소유로 되어 있다.
남의 이름을 빌려서 소유하는 명의 신탁 농지까지 포함하면
전체 농지의 70% 이상이 농민이 아닌 사람에게 넘어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이렇게 까지 훼손되면서 비농민이 농지를 취득하는 이유가 뭘까?
이 답은 이번 LH공사의 직원들이 불·탈법적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투자 불문율은 ‘돈을 땅에다 묻어 놓으면 손해보는 법은 없다’이다.
생산의 삼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다.
농업이외의 산업도 땅이 있어야 하고
주거나 사무실 기타 인간의 산업 활동에는 땅이 필요하다.
도시가 확대되어 새로운 주거단지나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땅은 산이나 농지를 전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동안 농지를 전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보상비가 지급되거나
지가의 상승으로 엄청난 차액을 실현하면서 ‘부동산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생기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아파트나 땅을 사 놨다가
졸부가 되는 사람을 보면서 박탈감과 열패감을 가지고 사회를 원망하게 된다.
이렇게 농지(토지)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투자금액의 몇 배가 되는 보상으로
응답할 것이라는 비정상적인 상식이 농민이 아닌 사람을 농지 구매자로 만들고 있다.
땅을 통한 손쉬운 불로소득이 있으니 농지는 농사를 짓는 땅이 아니라
투자 대상, 언젠가 개발이 되면 큰 돈을 벌어줄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되는 것이다.
이런 불로소득, 왕창 떼돈의 사례가
이번 LH공사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농지를 매입한 일이다.
이 일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심각한 불신을 만들기는 했지만
기실 농지를 갖고 싶고 부동산을 통한 일확천금은 할 수가 없어서 못하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부족 문제, 농지의 비농민 소유와 훼손의 문제는
지금 사회적 이슈로 올라와 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다.
언론과 연구자, 부동산 운동가들은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농지의 불·탈법 투기와 서울의 부동산 문제는 한 칼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부동산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
특히 서울 시민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경제의 서울 집중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풀기 어려운 일이다.
농지 문제 해결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지금은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만들까를 준비해야 한다.
헌법의 경자유전의 원칙은 이미 사문화 되어 있으니 앞으로 개헌을 할 때
이 조항을 없애자는 주장들이 꽤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사문화되었다는 이 조항을 아예 헌법에서 제외하면 어떻게 될까?
이건 가까운 대만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대만이 헌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없애자 바로 농지값이 일곱배 정도 뛰었고
이제 농지는 거의 다 비농민 소유가 되었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 농민은 언제 농토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시설투자를 할 수도 없다.
대만 사례를 보면 헌법 조항은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비농민들이 더 이상 농지 소유를 유지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고쳐서 농지를 농민들이 소유하거나 공적 소유로 바꿔야 한다.
상속이나 이농으로 영농을 하지 않는 농지 소유자에게는 처분의무를 부과하고
주말체험 목적의 농지도 사적 소유를 금지하고 지방정부가 이를 사들여
텃밭 농사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임대하여야 한다.
또 차명 소유 농지는 기한을 정해서 그 기간 안에 처분하지 않으면 등기권자의 권리를 인정하게 한다.
이미 농지 가격은 농사를 지어서 매입자금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올라서
법과 제도를 고친다 하더라도 농민들 특히 신규 창업농들이 농지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비농민 소유 농지를 농민들이 매입하기 어렵다면 지방 정부와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이 이를 매입하고
농민들에게 장기임대를 하여 안정적인 영농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농민들 중 자식에게 농업을 승계하는 농가는 5%도 채 안된다.
그 5%의 승계농들도 대부분 한우나
젖소, 돼지, 닭 등 대규모 축산농가이거나 수 만평 이상 쌀농사를 짓는 농가들이다.
그 외의 품목이나 농지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규농에게 맡겨야 하는데
농촌에 들어와 농사를 짓기에는 이들이 감당해야할 부담과 몫이 적지 않다. 주
거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농사를 지어서 바로 수익이 나지 않으니
1~2년은 먹고 살 생활비가 있어야 한다. 농사지을 땅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40% 대 초반인 식량자급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비어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농지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힘이 떨어져 가는 지금 정부에서 강력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다음 정부 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글쓴이;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