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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좀 부딪쳤기로서니 누굴 오라 가라 하는 거야! 너네들 깡패야? 끄억.” 스즈키가 비틀거리며 덤벼들고 있었다.
뭐야, 저 자식, 고주망태잖아. 스즈키가 술버릇이 나빴던가? 신이치는 마음이 조급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길거리에서 싸운다면 틀림없이 신문에 도배될 것이다.
“뭐야 이 애송이는.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까부냐?” 남자들이 간사이 사투리로 위협했다.
“나, 이 자식 본 적 있어. 가디건즈의 스즈키잖아.”
큰일 났다. 상대는 스즈키를 알고 있다. 만약 저들이 야쿠자라면, 다쳤다면서 돈을 요구할 게 뻔하다. 말려야 한다.
그런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못된 심보가 고개를 내민 것이다. 싸운다면 적어야 1개월 근신이다. 당분간 시합에도 나갈 수 없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거다. ‘꽃미남’ 신인의 인기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겠지.
이 싸움은 기습 이상의 효과가 있다. 게다가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이다. 나는 이 자리를 떠나기만 하면 된다.
입맛을 다셨다. 군침을 삼키려 했으나 입 안이 바짝 말라 있었다.
이라부가 말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사람 좋은 놈이 패배한다고. 맞는 말이다.
신이치의 귓전에서 악마가 속삭였다. 못 본 걸로 해. 그러면 네 자리는 안전하고 입스도 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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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반도 씨 아냐?” 누가 어깨를 두드렸다.
“헉.” 놀라서 펄쩍 뛰었다. 이라부가 양쪽에 호스티스를 안고 서 있었다.
“이런 데서 만나다니. 난, 제약회사에서 접대하겠다 해서 왔지. 언제나 약을 다량 처방하니까.”
심장이 쿵쾅거렸다. 삐질삐질 땀이 났다. 왜 이럴 때 나타나냐고? 이 인간은 분명 요괴야. 어디선가 틀림없이 보고 있었을 거야.
“집에 가려고? 그럼 같이 가자. 방향도 같으니까.”
머리가 빙빙 돌았다. 몸이 휘청거렸다. 이라부가 나를 여기서 데려가려고 한다. 나의 못된 계획을 도우려고 한다.
“선생님. 또 오시와용~.” 호스티스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양을 떨며 손가락으로 이라부의 볼을 살짝 밀었다.
“물론이지, 다음엔 단골 장의사한테 접대하라고 할 테니까. 후후후.” 이라부가 노닥거렸다.
호스티스가 택시를 잡아 이라부와 신이치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 출발했다.
“아, 참. 내일 닥터즈 시합이 있는데 반도 씨, 보러 올래?”
“알았어요….” 건성으로 대답했다.
“신난다. 대타로 내보내 줄게,”
“아, 그래요….”
그래도 되나? 신이치는 자문했다. 나는 술에 취해 분간을 못 하는 신인선수를 혼자 내버려 두고 돌아간다. 그것도 엉큼한 이유로.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남자였나? 부끄럽지도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