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이란 무엇일까
삼도헌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낙관은 낙성관지(落成款識)를 줄인말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뒤 작자가 직접 작품에 년월(年月), 성명(姓名), 시구(詩句), 아호(雅號) 등을 쓰고 인장을 찍는 전체를 의미한다. 낙관은 제관(題款)이라고도 하는데 서화작품 전체의 중요한 유기적 구성성분이며, 전체화면을 안정시키거나 분위기를 돋구기도 하고,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거나 예술적 의경을 조성하여 더욱 풍부한 정취를 갖게 하는 역할을 한다.
낙관은 상관(上款)과 하관(下款)으로 나누거나 장관(長款)과 단관(短款)으로 나누기도 한다. 상관은 시(詩)의 명칭이나 작품 받을 사람의 성과 이름을 기록하고, 하관은 글씨를 쓴 사람의 아호, 성명, 년월, 휘호한 장소 등을 기술한다. 특정인에게 작품을 주지 않을 때 일반적으로 상관은 생략하고 하관만 하는데, 이를 단관(單款)이라고도 한다. 낙관은 송, 원대를 지나면서 조금씩 작품에 보이고, 명, 청대에 접어들면서 거의 제도화되어 작품제작의 필수적인 과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낙관은 작가에게 있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완성의 표시이기도 하고, 후세에 한 작가 작품의 진위를 가리는 귀중한 단서가 된다. 구체적으로 쌍관(雙款)한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첫째, 상대를 높이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한다. ①○○道兄指正 ○○拜贈(○○도형께서 바로잡아 주기를 바랍니다. ○○은 절하면서 선사합니다. 여기서 도형(道兄)은 상대를 높여서 부르는 말이고, 지정(指正)은 남에게 작품을 보낼 때 자신의 작품에 잘못된 곳이 있으니 바로 지적해 달라는 겸사이다.) ②○○先生正之 ○○題贈(○○선생께서는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은 제(題)하여 바칩니다. 여기서 正之는 자신의 작품을 바로잡아 달라는 겸사이다.)
둘째, 상대와 신분이 비슷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한다. ①癸卯夏爲○○作 ○○書(寫) (계묘년 여름에 ○○을 위하여 제작하였다. ○○이 쓰다(그리다). ②癸卯晩秋○○仁兄(大雅)之屬 ○○書(계묘년 늦가을에 ○○仁兄(大雅)의 부탁으로 ○○이 씁니다. 여기서 인형(仁兄)은 친구끼리 상대편을 대접하여 부르는 말이고, 대아(大雅)는 평교간(平交間)에서나 문인(文人)에 대하여 존경한다는 뜻으로 상대자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이다.)
셋째, 특별한 신분일 때 혹은 익살스럽게 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한다. ①○○法家 指正 ○○ 敬寫(스님께서는 보시고 바로 고쳐 주십시오. ○○이 삼가 그렸습니다. (여기서 법가(法家)는 승려를 높여서 한 말이다.) ②○○道友補壁 ○○塗鴉(도우의 벽을 보충하십시오. ○○이 먹으로 그렸습니다. 여기서 보벽(補壁)은 서화작품을 벽에 걸어 벽을 채운다는 뜻이니 겸사이면서도 익살스러운 말이고, 도아(塗鴉)는 종이 위에 먹을 새까맣게 칠하였다는 뜻이니 곧 글씨가 서툴다는 겸사이다.)
이와 같이 낙관은 본문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주기 위하여 구도상 전체 화면에 어울리게 하여야 한다. 쌍관이든 단관이든 인장의 날인까지 마쳐서 낙관이 마무리 되면 본문과 조화를 이루어 작품의 격조를 높이게 되니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월간서예 2023년 5월호 게재
쌍관(雙款)한 예
추사 김정희 선생 작품 <차호호공>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선생이 두 폭의 종이 위에 예서(隷書)로 쓴 대련(對聯)이다. 「차호호공(且呼好共)」은 앞 뒤 두 폭에서 각각 위의 두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또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매화와 함께 한 산에 머물기를 좋아하네[且呼明月成三友 好共梅花住一山].”
위의 대련 글귀는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내 그림자 마주해 세 사람이 되었네[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라는 시구가 연상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작품을 받는 사람과 서사자가 명기된 쌍관 형식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