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국내 언론에도 '우리 시대의 로빈슨 크루소'로 소개된 이탈리아 부델리 섬의 은둔자 마우로 모란디가 문명으로 돌아온 지 3년 만에 85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고 미국 CNN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소비주의에 환멸을 느껴 사회 전체로부터의 격리를 꿈꾸며 섬의 유일한 거주자로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해온 것이 32년 세월이었다.
그가 스스로를 가둔 부델리 섬은 사르디니아 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으며 2차 세계대전 때 군함들의 피난처로 이용됐다. 모란디는 1989년 남태평양 폴리네시아를 향해 항해하던 중 배가 난파하는 바람에 이 섬에 처음 발을 디뎠다. 그의 여행 목적 자체가 소비주의와 사회로부터의 격리였다고 털어놓았다.
운 좋게도 그 섬의 관리자는 곧 은퇴한다고 했다. 잘 됐다 싶었던 모란디는 관리자 일을 맡았다. 아름다운 섬의 풍광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화강암과 환초, 조개껍데기 등으로 만든 집에서 혼자 지냈다. 해변을 청소하고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식물들의 식생을 설명하곤 했다. 생필품은 이웃 큰 섬 라 마달레나에서 실어 날아왔다. 간이 태양광 발전 설비를 만들어 엉성한 난로로 집 난방을 돌렸다. 그러다 2021년 이탈리아 주 당국이 그 섬을 자연공원으로 만들겠다며 그를 추방했다.
그는 라 마달레나 섬으로 이주, 침실 하나만 있는 아파트에서 지냈다. 모란디는 당시 CNN 인터뷰를 통해 "절대 끝나지 않는다. 난 두 번째, 새로운 인생이 가능하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여러분은 80세를 넘겼더라도 늘 완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널려 있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둔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문명으로 돌아온 즐거움도 피력했다. 그는 "좋은 인생을 사는 즐거움을 재발견해 행복하며 일상의 편안함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다른 인터뷰를 통해선 소음이 심각해 힘들다고 털어놓으며 고요했던 섬 생활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낙상한 뒤 사르데냐의 사사리 시에 있는 요양원에 들어갔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전했다. 그 뒤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로 이사했는데 그곳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까지 물리 교사로 일했던 곳이었다.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지난 3일 세상을 떠났으며 친구들은 고인의 유해를 바다에 뿌리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알려졌다고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