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소식은 4월에 왔다
너의 소식은 4월에 마지막으로 왔다
8월에는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돋았고
9월에는 그것이 상수리나무만큼 커져서 밤에 나는 그 아래서 잠들곤 했다
(…)
우주의 툇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저 멀리 지구를 바라보니
내가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이 늙은 개처럼 엎드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2월에 나는 돌아왔다
그때 나는 달력에 없는 뜨거운 겨울을 데리고 돌아왔다
너의 소식은 4월에 왔다
4월은 마지막 달이었고 다음해의 첫번째 달이었다
나는 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부분)
-『경북매일/이성혁의 열린 시세상』2022.10.31. -
많은 한국인들이 2014년 4월 16일 이후 아이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렸으며, 나중에는 시신이라도 발견되기를 바랐지만, 알다시피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슬픈 기다림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4월은 그들에게 “마지막 달이었고 다음해의 첫 번째 달”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전처럼 살 수는 없게 되었기에. 다른 세계를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