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정도 지나고 나면 각자의 여행 방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인물 사진에 집중하는 사람, 새로운 패션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람, 웬만하면 남들보다 열심히
설명을 듣겠다는 사람, 그저 집 밖으로 나오기만 하여도 좋은 사람 등등등...패키지의 묘미이기도 하다.
그쯤되면 같은 여행지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함께 패키지 여행 버스를 동행한다는 미명하에
다른 사람들의 성향도 파악이 되고 조금씩 친밀감이 생기기도 하고 눈인사 정도는 하게 된다.
그리고 늘 버스 좌석 문제가 야기되는데 이번 팀은 어쩐지 한 번 정해진 좌석에 그저 묵묵히 앉아
그 자리가 내 자리려니 하고 이동 동선을 따라가는 수월함도 보였다...물론 우린 인원이 많은 고로 뒷좌석.
사실 시내 호텔의 조식은 간단하기 그지 없으나 특이하게도 "위베이스" 호텔 조식은 깔끔하기도 하고 다양해서 일단 합격.
게다가 커피도 일품이어서 기본적으로 작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어도 모든 식재료 나머지가 풍부하였다.
그리하여 기분좋게 아침을 먹고 "다카마스 항"으로 출발하여 버스에서 일단 내려 항구의 랜드마크를 촬영하고
급하게 나오시마 섬에서 먹게 될 점심은 각자 준비해야 했는고로 물을 사야했다.
버스는 차량 선적 탑승으로 "나오시마"를 들어가게 되는데 일단 하차하지 아니하고 지중미술관까지 우리를 안내하게 된다.
사실 나오시마 섬 자체가 천혜의 자연경관을 위해 차량 통행을 허락하지 않는 고로, 혹은 '불편하더라도 견뎌라" 이어서
전에는 자전거나 도보로 혹은 100엔 버스를 활용하였으나 지금은 자전거와 "베네세 무료서틀 버스"가 다니고 있더라는.
하여 일종의 특권을 부여받게 된 셈인데 "참좋은"과 "롯데관광"만이 허락을 받고 혜택의 누림을 여행객에게 보너스로.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나오시마 곳곳에 산재한 볼거리들을 놓치게 되고 시간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선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패키지 보다는 소소하게 보아야 하고 즐길 거리가 많은 자유여행을 강추한다...어렵지 않다.
다카마스 공항에서 다카마스 시내로 들어와 항구까지도 꽤 가까운 거리라 나오시마행 배편의 시간만 알고 간다면
그야말로 1박 2일이나 2박 3일 정도로 나오시마 섬을 천천히 여유롭게 즐겨가며 그들의 전하고자 하였던 메시지와
그들이 버려진 섬에서 어떻게 베네세 그룹과 손을 잡고 예술의 섬으로 만들었는지를 보고 듣고 느끼면 될 터.
사실 많이 아쉬웠다.
이미 다녀왔던 경험치로라도 나오시마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녀간다? 어불성설이다.
하나하나 꼭꼭 씹어가며 느껴도 모자랄 일이나 개인적인 취향으로 치부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예술적 감각을 일깨우지 못하고 그저 사진 촬영을 하며 나오시마 섬을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위들만 해대니 안타깝기도 하고 의미부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하긴 그 짧은 시간에 나오시마를 알리기엔 여행사도 과부하 걸릴 일이지만 일단 던져놓고 알아서 다녀야 하는 곳이다 보니
건강한 사람도 다니기 어려웠건만 환자를 동행한 쥔장의 입장에서는 그만 포기 상태.
하여 간단히 지중 미술관을 탐닉하고 촬영은 언감생심이었고- 사실 나오시마는 외부 작품만 촬영 가능하고 지중미술관이나
이우환 미술관과 베네세 뮤지엄의 그 어느 곳도 촬영이 허락되지 않는다-
어느 곳도 촬영불가이니 조심하여야 하지만 쥔장에게만 보이는 작품 사진 장소는 따로 있건만 그조차도 촬영하지 못했다.
어쨋거나 그곳의 미로같은 실내에서 혼자 남겨진 룸메를 찾느라 시간 낭비도 하고 서로 사인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 난리굿이다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곤욕도 치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해도 또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매력포인트는 차고 넘친다.
게다가 끼니 해결하는 것이 뭐이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지중미술관의 작품 감상하기도 시간이 빠듯한데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둘러앉은 일행들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서
"그깟 밥 한끼 굶으면 죽는 것도 아닌데 이 아까운, 정해진 시간을 여기서 낭비하냐고,
어디서든지 싸가지고 온 점심을 해결할 장소는 많으니 우선 지중 미술관 부터 누려야 한다고"
짜증 섞인 언어로 일행을 데리고 나와 미로같은 지중 미술관을 헤매는 같잖은 상황에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으나 꾹꾹 눌러담으며 잃어버린 룸메를 찾는데 또 시간 낭비.
암튼 나오시마 자체가 친절하지 않다.
그들은 그저 찾아든 너희가 알아서 능력껏 누리고 즐겨가며 예술을 감상하라는 입장을 유지하는고로
그리하여 그에 걸맞는 안도 다다오가 나오시마 출신의 베네세 그룹 회장과 손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아니하고 폐허가 된 집과 섬을 살리면서 자연스럽고 독특한 프로젝트를 완성한 곳이기도 하다.
하여 지중미술관의 작품들 역시 예술적 마인드 이해도를 높여가며 감상을 해야
헐....이라는 비명이 나올만한 작품들과 대면할 수 있다.
더구나 모든 작품이 기본적인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어쩌면 찾아들기 전에
한번쯤 나오시마가 어떤 곳인지 숙지하여 기본 상식을 가미하여야만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한 일본에서 거금을 들여 구입한 모네의 작품 "수련" 시리즈 5점은 지중미술관 입구의 연못에 자리한 수련과 맞물려 있다.
그 역시 모네측에서 요구한 조건으로 반드시 수련을 건사할 연못을 기반으로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의 기준점이기도 하고
그리고 안도다다오는 타원형 벽면을 활용해 모네의 "수련"을 전시한 프랑스의 "오랑주리" 미술관 보다
어떻게 하면 뛰어넘을 혹은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야 의미있는 "수련"을 감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까닭에
조명을 활용하지 않은 자연광을 기반으로 흰 벽면에 전시를 하여 있는 그대로 감상하게 하였다는 후문이다.
또하나 압권은 그야말로 벽면의 신비로운 빛의 조화를 느끼게 될 "터렐"의 작품은 기상천외 하기도 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대리석 원형에 맞부딛히게 하여 뭔가를 읽어내어야 하는 "마리아"의 작품 역시 쉽지 않을 일이고
들고나는 입구의 돌출 대리석 벽면들도 죄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들이며 입구 사이에 심겨진 생명력의 상징성인 풀과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듯한 돌조차도 강인함을 표현해내니 그 어느 것도 허투루 보아서는 아니 될 일.
안도 다다오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이란 혼이 그 형태를 갖추는 것이며 일본인으로서 가지는 세상에 대한 생각을
안도 다다오 자신의 혼을 통해 이 우주를 표현하는 것이며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정신력+표현력= 새로운 세상이자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오시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구의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말도 되겠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작품은 한마디로 아름답고 고요하지만 강렬함이 있으며
그 콘크리트를 최대한 아름답게 목조와 조화를 이뤄 색을 덜 쓴 치장콘크리트의 진면목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만의 작품세계와 건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 한다.
해서 개인적으로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 빠져 그의 작품을 섭렵하고 갈구하는 중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작품이 어울리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하던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오시마섬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기도 할 터....아쉬움은 뒤에 두고
다시 "이우환" 미술관을 향해 열심히 걸었다.
하지만 뒤쫒아오지 않은 일행들 덕분에 이우환 미술관 입구에서 다시 되돌아 걷는다.
일행이 있다는 것의 불편함을 최대치로 느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올라가니
나머지 일행들은 셔틀 버스를 기다리며 커피 삼매경이어서 걸어갔다가 되돌아온 우리 두명만 바보가 된 셈이다.
어쩌겠는가 그 또한 선택인지라 별 수 없이 참기로 한다...전화 한통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싶어 욱 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그렇게 속내는 숨기고 이우환 미술관을 찾는다.
대한민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이우환, 세계인들이 열망하고 이해도를 높이지만
글쎄 우리나라 소시민들도 그러한지 의심스럽도록 사진 촬영만 해대는 그들을 보자니 속이 뒤틀린다.
우선 작품이 먼저가 아닌가 말이다....사진 못 찍어서 안달이 난 일행들을 보자니 부아가 치밀고
작품 의도도 뭐가 무엇인지도 관심 없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그들.
그러니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이겠지 싶어 무시하기로 한다.
일본 모노파의 창시자인 이우환....오죽하면 안도 다다오가 예술가의 표본이라 했을까 싶도록
관계항 + 점, 선, 면의 대가이자 단순미의 극치를 드러낸다.
들어서는 입구에 세워진 30센티의 가는 기둥을 세우기 어려웠노라는 안도 다다오의 말을 빌리자면
"역시 세우고 나니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게 되었으며 대단한 예술가"라 칭했을까나?
일종의 상징성인 기둥이 제 역할을 하고도 남았다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자연 앞에서는 힘이 없는 조각상이 장소, 존재에 따라서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는
카사히라 료지, 후쿠다케 재단 예술관리부 총괄 관리자의 말을 빌려오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저런 이치를 알아가는 것이 나오시마를 찾아든 목적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길었다...나오시마 예찬.
하지만 다음 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기대하시라.
첫댓글 오늘도 덕분에 단숨에 읽어내려가며 사진의 부재에 쓴침만
삼킵니다. 그려 에효효효 ~! 그나마 있는 두장의 사진으로
위로 삼고 상상의 날개만 한없이 펼쳐봤네요. 감사~!
정말 지난 번과 다른 작품 사진을 촬영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아쉽게도 핸폰으로라도 간신히 찍긴 하였어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는.
아들이 지난 번에 손을 탄 "라이카" 대신
새로운 클래식 "라이카"를 선물해주었는데 사용도 못함.
짜증이 올랐지만 포기하고 나니 그나마 그럴 수도 있지 뭐...로 위안함.
@햇살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