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다-카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권소영 교수
누구나 통증을 경험한다. 직장인들은 장시간 앉아 있고 신체활동은 적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흔한 경험이기에 그냥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주변에서도 병으로 인식을 하지 않는다. 특히, 어느 정도의 통증으로 병원을 내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어 진통제만 사먹다가 통증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통증은 우리 일상을 방해하고, 심하면 삶을 힘들게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통증,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빈센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권소영 교수를 만나 물었다.
-통증은 정확히 무엇인가?
통증을 정의하는 건 쉽지 않다. 환자들도 통증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고, 몸 어딘가가 아프다는 느낌만으로 병원을 찾는다. 대부분의 통증에는 원인 질환이 있고, 우리 몸의 이상 신호로 발생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원인을 찾기 어려울 때도 많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만성화된 통증 자체를 질환으로 여기며 치료하는 추세다. 통증에는 급성과 만성이 있다. 큰 차이는 통증이 지속된 기간이다. 그 기간이 1개월 이내였다면 급성 통증, 1~3개월 동안 지속됐다면 만성 통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통증은 만성화된 통증이다.
-통증 중에서도 요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몸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요통은 잘 낫지 않을 수 있다. ‘낫는다’는 의미도 완치 개념으로 보아선 안 된다. 현대 의학에서 ‘완치’는 거의 없기도 하다. 요통 치료는 삶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통증을 호전시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들은 잘 쉬고, 통증이 있는 부위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예전엔 50대가 요통을 호소했다. 최근엔 10~20대에서 많이 발견된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앉아 있는 시간도 늘어 신체 활동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요통은 퇴행성 척추 질환에 의해 생긴 병이다. ‘퇴행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속 기관들이 최대치로 사용이 돼 이상 신호를 보낼 때 생긴다. 이때부터 나타난 통증들은 이미 한계(역치 값)를 넘어섰기에 그 이후로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고 만성적으로 고착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요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대부분 근육통, 관절통 그리고 신경통으로 인해 요통이 유발된다. 근육통의 경우, 병원에 가지 않아도 환자의 80~90%가 자연스럽게 치유를 경험한다. 척추관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충증),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요통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럴 땐 병원 내원이 필요하다. 요통은 허리뼈를 중심으로 한 등의 근육, 척추인대, 천장관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긴다. 화학적 또는 물리적 손상에 의해 나타난다.
-코로나19와도 관계가 있을까?
코로나19 이후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부쩍 증가했다. 최근 나온 연구들을 보면, 코로나로 인해 신체 활동이 줄면서 정신의학적으로 우울감이 증가하고 요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고 사회적 교류는 줄면서 외로움ㆍ고립감과 함께 통증 심화를 겪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 이후로 실제, 20~30대 초반의 젊은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기도 한다.
-진단과 치료 과정은 어떻게 되나?
면밀한 문진을 통해 환자가 어느 부위가 불편한지에 대해 알아본다. 환자와 장기간 면담을 통해 어디서 원인이 유발될지 파악한 후 진단을 위해 여러 가지의 검사를 시행한다. X-ray 촬영을 통한 진단은 기본이다. 염증 수치 확인을 위한 피검사도 있다. 의료기기가 많이 발전되고 급여화가 되면서 MRI를 통해 초기에 손쉽게 진단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요통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요통은 진단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물리치료, 약물치료, 주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시한다. 근육통으로 시작한 경우는 경구약을 통해 보존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될 경우 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 등과 같은 비수술적 시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만약, 보존적 치료를 지속했는데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아프거나 ▲발목·발가락 힘이 떨어질 정도로 근력이 떨어졌거나 ▲대소변 장애가 생겼다면 수술이 진행된다.
▶경막외 시술
척수를 싸고 있는 경막외강에 바늘을 자입하고 염증 수치를 낮춰주는 약제나 국소마취제를 투입하는 방법이다. 경막외강은 뇌부터 꼬리뼈까지 연결된 공간으로 여러 신경근 다발을 보호하고 있다. 국소 마취제와 항염증제를 사용하는 경막외 블록은 신속하고 확실한 제통효과, 통증의 악순환 제거, 혈행 개선의 효과가 있다. 추간판탈출증과 신경공의 협착증 및 척추 전위증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신경성형술
꼬리뼈를 통해 바늘을 넣은 뒤 바늘 속에 1mm의 얇은 관을 넣어 병변 부위에 약물을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현재 보편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시술이다. 식염수를 통해 염증 부위를 씻어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병변 부위 가까이 투입할 수 있어 통증 감소에 효과적이다. 시술 시간이 10~15분으로 짧고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만성 요통 환자 모두에게 효과적이다.
▶나비(NAVI) 카테터를 이용한 신경성형술
나비 카테터는 주로 허리부위의 시술에서 사용돼 카테터가 좀 더 굵고 힘이 있다. 이것으로 유착된 곳에 유착방지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능하며, 유착을 좀 풀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락쯔(Racz) 카테터를 이용한 신경성형술
락쯔 카테터는 인체에 무해한 얇은 관으로 좀 더 정확한 거치가 가능해, 고농도의 삼투압을 가진 약물을 투입할 수 있다. 환자는 신경근이 압박되는 부위에 염증과 부종이 감소하게 돼 탁월한 진통 효과와 치료를 경험할 수 있다.
▶풍선 확장술 (Balloon Catheter Neuroplasty)
얇은 카테터 끝에 풍선이 있어서, 좁아진 신경길을 확장시켜 줄 수 있다. 이는 예전에 사용하던 나비 카테터 신경성형술에 비해 물리적으로 확장시켜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에 요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 병원을 가야 하나? 자가 진단법이랄까.
통증 지속 기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에 따라 요통 치료의 필요성이 달라진다.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약을 복용해도 통증이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요통 치료가 필요하다. 한 달 이상 또는 약을 먹어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으며 일상생활을 전혀 못 할 정도가 되면 병원을 내원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팔이나 다리에 감각 이상이 있거나 운동 신경이 떨어져 걷기가 어려우면 빨리 병원을 내원하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 속 요통 예방을 위한 건강 수칙이 있다면?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또한, 운동을 꾸준히 해 직립근을 강화시키면 퇴행성 변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허리 통증이 심한 환자는 통증이 약해질 때까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후, 통증이 완화되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걸 추천한다. 빠르게 걷는 경보 운동, 자전거 타기 그리고 수영도 좋은 운동이나. 그러나 운동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라면 사무실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계단을 가볍게 오르내리는 등 틈틈이 걷는 것이 좋다. 또한, 골다공증이나 골밀도 감소 위험이 높은 여성들은 젊었을 때부터 꾸준한 운동과 비타민과 칼슘 섭취 하는 것도 요통 예방에 도움이 된다.
-통증클리닉을 생소하게 느끼는 환자들이 아직 많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통증클리닉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개방돼있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또한, 만성적인 통증을 앓고 있거나 수술 후 통증, 척추 통증, 그리고 경추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내원하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통증 완화를 할 수 있다. 특히, 수술을 할 정도의 통증은 아닌 시술이 필요한 요통 환자나 당뇨병성신경병증이나 종양 통증과 같은 만성통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통증클리닉을 내원해 치료받으면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요통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통증은 부위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 괴롭다. 통증을 수술 없이 견딜 수 있는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다만, 초기에 극심한 통증을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따라서, 통증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을 하기 바란다. 또한, 환자분들이 통증을 느낄 때 어떤 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어느 과를 가더라도 척추를 전공으로 한 분들이 계시기에 걱정과 염려 없이 진료과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전문의와 통증에 대해 면밀하게 면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와 의사의 합과 생각이 잘 맞아야 치료 효과도 높기 때문이다. 요통의 원인은 다양한 만큼 개인 차이도 있다. 주변인들의 말을 믿기보단,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서희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