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한방 건강관리 - 차, 과일
여름은 사계절 중에서 만물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열기가 충만한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너무 장시간 동안 야외에서 강한 태양열을 쏘이게 되면 인체에 열기가 해를 끼쳐 땀을 많이 흘리게 되어 체액의 손실 및 에너지의 소모가 심해져 심한 경우는 고열과 탈수, 의식 상실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장시간 동안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땀을 과다하게 흘리면 체액 균형이 깨지므로 과도한 노동은 삼가고 적당량의 염분과 수분을 보충하며 신선한 과일이나 영양이 풍부한 음식물을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매일 규칙적인 운동과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함으로써 땀구멍을 청결히 해 발한을 도우며 찬 음료를 과음하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더운 날씨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는 한약재를 재료로 가정에서 간단한 한방차를 만들어 마시면 좋습니다. 한방차는 더운 날씨로 인해 지나치게 높은 체내의 열을 식혀 주고 나른해진 몸을 재충전시킬 수 있게 합니다. 여름에 권할 만한 한방차로는 제호탕, 생맥산, 오미자차, 황기차, 영지차, 결명자차, 구기자차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단오가 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채와 함께 내렸다는 제호탕은 여름철 한방차의 으뜸으로 꼽힙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제호탕은 무더운 열을 풀어 주고 갈증을 그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호탕의 재료는 가루로 낸 오매(매실을 불이나 연기에 쬐어 말린 것) 400g, 백단향 32g, 축사 16g, 초과 12g을 꿀 한 되와 섞어 잘 재운 다음 끓여 놓았다가 시원한 물에 조금씩 타서 마십니다.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생맥산은 “동의보감”에서 생맥산에서 말하는 맥이란 원기를 뜻하는 것으로, 여름철에 물대신 마시면 사람으로 하여금 기력이 솟아나게 하는 약이라 했습니다. 생맥산의 재료는 맥문동과 오미자와 인삼입니다. 맥문동은 뿌리 속에 있는 물관 등 가는 심이 제거된 것을 고르도록 합니다(거심 맥문동). 맥문동은 성미가 달고 차서 열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어, 진액이 마르고 갈증 나는데 좋습니다. 오미자는 땀을 멈추게 하고, 인삼은 원기를 돋워 줍니다. 생맥산은 맥문동: 오미자: 인삼을 2:1:1의 비율로 섞어 서너 시간 끓인 후 식혀 냉장고에 보관하였다가 여름철끓인 물 대신에 마시면 기를 보 해주고 갈증과 피로 회복에 좋습니다. 제호탕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더욱 좋습니다. 특히 체질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에게 생맥산이 아주 좋은 여름철 음료수가 됩니다. 만들기 간편하고 맛이 좋기로는 단연 오미자차를 들 수 있습니다.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열매라 하여 오미자라 하는데 신맛과 떫은맛이 주로 많이 납니다. 시면서도 달콤쌉싸름한 독특한 맛과 고운 빛깔이 있어 강장 효과가 있는 오미자는 그 자체로도 좋은 음료이지만 과일 조각이나 꽃잎 등을 띄워 내는 화채 국물로 이용해도 좋습니다. 오미자: 물: 꿀: 설탕의 비율은 대략 1:10:0.5:1로 맞춥니다. 오미자는 잘 익은 것으로 고른 후 펄펄 끓였다가 미지근하게 식힌 물에 하룻밤 담가 둡니다. 오미자가 진달래 빛으로 곱게 우러나면 겹체로 오미자 국물을 거른 다음 꿀이나 설탕을 넣고 맛을 조절합니다. 황기차는 황기를 물에 넣고 오랜 시간 달인 다음 체에 걸러 황기는 버리고 달인 물을 꿀에 섞어 차게 보관했다가 마십니다. 황기 한가지만으로도 좋으나 황기에 방풍, 백출이라는 약재를 섞어 2:0.5:0.5로 넣어서 끓여 마시면 식은땀을 흘리는데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또 평소에는 물론이고 여름철에 땀이 많이 흐르는 사람들에겐 닭과 함께 황기를 달인 물도 좋은데 닭은 먹고 국물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마셔도 좋다고 합니다. 음료는 아니지만 식은땀을 많이 흘릴 때 해서 먹으면 땀이 걷힌다고 해서 민간에서 인기가 높은 여름철 보양식입니다. 황기는 원기를 북돋아 주는 효과가 커 예로부터 땀을 많이 흘리는 허약체질 자에게 좋은 약재로 첫 손에 꼽혀 왔습니다. 닭이나 오골계를 물에 넣고 3시간 정도 충분히 끓인 뒤, 기름을 걷어 내고 황기를 넣어 1~2시간 정도 우려내 국물을 마십니다. 결명자차는 결명자 20~30g을 물 6백ml에 넣고 낮은 불에 은근히 달입니다. 설탕이나 꿀 등 단맛이 나는 것은 넣지 않고 식수처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자차도 차게 해서 마시면 좋은데 유자는 성질이 차고 달고 시면서, 주독을 풀어 주고 입맛을 좋게 해줍니다. 유자를 얇게 저며 설탕이나 꿀에 재워 둔 것을 물 한 컵에 큰 숟갈로 한 스푼 넣어서 잘 풀어 마십니다. 갈증이 심할 때 마시는 포도즙을 만들려면 우선 너무 익지 않은 포도를 골라 잘 찧은(으깬) 다음 채로 걸러서 찌꺼기는 버리고, 맑은 즙을 낸 후 짙은 포도 빛이 될 때까지 약한 불로 졸입니다. 이것을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마실 때마다 찬물과 꿀을 타서 마십니다. 영지차는 영지와 감초, 대추를 1:0.5:1로 넣어서 끓여 마시면 피를 맑게 해주고 체내 노폐물 배출에 좋습니다. 또한 잔기침이 계속되는 만성 기관지염에 특효가 있으며, 혈압 조절 기능이 있어 꾸준히 복용하면 고혈압과 저혈압을 정상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밖에 암과 치매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기자는 비타민, 칼슘, 인 등 다양한 영양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자양 강장 효과가 뛰어납니다. 특히 잘 지치는 허약체질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간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피로 회복에 좋습니다. 물 1ℓ에 구기자 열매 20g 정도를 넣고 대추 5쪽, 생강 3쪽을 넣어 달인 뒤 미지근하게 식혀 마십니다.
그 외에도 더위를 먹었을 때 오이즙, 호박떡볶이, 껍질콩떡, 매실, 토마토, 피망 볶음, 수박을 먹는 것도 민간에 전해 오는 좋은 방법입니다. 여름철에 많이 나오는 과(瓜)자가 붙은 채소는 모두 더위를 이기는 식품이랄 수 있습니다. 수박(西瓜), 호박(南瓜), 오이(胡瓜), 참외(甛瓜)등이 그것인데, 이 가운데 오이가 가장 뛰어납니다. 오이는 칼로리가 거의 없고 수분이 많은 채소로 몸을 차게 해주는 작용이 있어 더위를 먹었거나 갈증이 날 때, 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없을 때 먹으면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이는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위가 약한 사람은 설사를 할 수도 있으므로 달여서 즙을 만들어서 마시면 체내의 열을 내리는 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햇볕을 많이 쬔 후에 하는 오이 마사지는 피부에 영양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열독을 빼 주고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더위로 인한 갈증은 물을 많이 마셔도 쉽게 가셔지지 않는데 이때 오이를 먹으면 효과적입니다. 더위가 아주 심해 못 견딜 때에는 싱싱한 오이를 발바닥에 대고 있으면 어느새 서늘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위를 먹었을 때 오이의 잎을 소금에 무쳐 짓이겨 발바닥에 바르는 것은 오래된 민간요법입니다. 아이가 더위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잠을 자기 못하는데도 오이즙을 발바닥에 발라 주면 기분 좋게 잠이 든다고 합니다. 토마토는 보통 날로 먹는 경우가 많아 비타민 C를 손실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식품입니다. 또한 비타민 B군, 인, 칼륨, 구연산, 사과산도 함유하고 있어 피로 회복과 체력을 기르는 데에 효과적인 식품입니다. 그리고 토마토는 몸을 차게 하는 작용도 하므로 뚱뚱하고 더위를 잘 타는 사람, 목이 자주 마른 사람이 먹으면 효과가 있습니다. 호박은 무더위나 뙤약볕에 노출되어 있어도 죽지 않습니다. 이는 호박에 있는 카로틴 성분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더위를 이겨내려면 카로틴이 풍부한 호박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합니다.
콩 종류는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하며 껍질콩 역시 인, 철, 나트륨, 칼슘과 비타민 B군의 함유량이 웬만한 육류 못지않게 높습니다. 또한 육류와는 달리 혈액의 산성화를 막고 체내의 독소를 배출시켜 머리까지 맑게 해줍니다. 그리고 몸과 뇌신경이 여름 타는 것을 막아 주는데, 여름에 껍질콩을 데쳐 으깨서 떡을 만들어 먹으면 혹서기의 중노동도 견뎌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더위를 먹어 어지럽고 토하고 설사, 복통, 소화불량이 있을 때는 매실 끓인 물을 차게 해서 마십니다. 매실 한, 두개를 끓여 그 물을 차게 식혀 수시로 마셔도 좋습니다. 매실에는 구연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더위에 손상된 각종 독소를 제거하며, 혈청 칼슘 이온이 저하되어 체질이 산성화된 때에 칼슘 흡수를 촉진시켜 무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게 합니다. 수박은 거의가 수분이지만 의외로 비타민 A, B1, B2, C와 칼슘, 칼륨, 철분 등의 무기질과 글루탐산, 아르기닌 등의 아미노산도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단, 몸이 찬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피망은 레몬에 버금갈 만큼 비타민 C가 풍부하여 피부 미용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채소입니다. 또한 비타민 C의 산화를 막아 주는 비타민 P를 함유하고 있어서 웬만해서는 비타민 C가 잘 파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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