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놓친 두 영화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무뢰한’ 부터 얘기하겠습니다.
1. 흥행에 실패했고, 작품성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몇몇 평론가나 영화 팬들 사이에서 아까운 영화로 꼽히고 있어서 뒤늦게 챙겨보았습니다.
물론 ‘전도연’의 팬이기도 하구요.
2. 왜 흥행과 비평에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는지 알 것 같더군요.
굉장히 호흡이 느리고, 불친절합니다. 이야기도 잘 짜여져 있지는 않은 것 같구요.
무엇보다 남자주인공인 ‘재곤(김남길)’의 역할과 캐릭터가 모호합니다.
‘재곤’의 시선을 통해 스스로 비극을 자초하는 ‘혜경(전도연)’을 이해하고, 연민을 느끼길 원한 것 같은데,
관객이 ‘재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에는 ‘재곤’에 대한 설명과 캐릭터 묘사가 충분치 못했네요.
그 때문에 ‘재곤’이 ‘혜경’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반부에 영화의 분위기와 톤을 보여주는데 시간을 너무 할애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3. ‘김남길’의 연기 문제였을까? 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 ‘김남길’의 연기가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이미지로 볼 때 도회적이고 깔끔하면서도 냉소적이고 삐딱한 ‘재곤’ 역에 미스캐스팅은 아니었습니다.
‘김남길’은 연기력에 있어서도 그동안 준수한 평가를 받아왔구요.
하지만, ‘재곤’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섬세한 표현을 요하는 역할인 것 같습니다.
‘김남길’ 보다 한 수 위의 연기가 필요한데, 그 정도 연기와 비주얼을 갖춘 배우가 흔하지는 않죠.
‘빅매치’ 촬영 중 입은 부상으로 하차하게 된 ‘이정재’였더라면 나았을까? 쉽게 판단내리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4. 개인적으로는 ‘무뢰한’을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보통 집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곤 하는데, ‘무뢰한’은 한 번에 끝까지 다 봤습니다.
이렇게 묵직하고 진득한 한국영화와 멜로영화는 오랜만이네요. 매 장면마다 허투루 찍지 않았다는 게 느껴집니다.
특히 느와르 특유의 분위기와 인물의 심리를 적절히 표현하는 조명의 사용이 인상적이네요.
무엇보다 근래에 자주 보아왔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 한 한국영화들과는 달라서 좋았습니다.
5. ‘전도연’은... 정말 대단하네요. ‘협녀’로 삐끗하긴 했지만, ‘무뢰한’으로 그녀가 왜 훌륭한 배우인지를 증명해보였습니다.
‘송강호’와 함께 한국의 남녀배우를 각각 대표하면서도, 위상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역시 연기력만큼은 ‘송강호’에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대사와 표정, 의상과 걸음걸이 하나하나에서 ‘혜경’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현재의 심리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자와 사랑에 의지하다가 그것때문에 수렁에 빠지고, 이 수렁에서 구해준 남자와 다시 사랑하고 의지하지만,
또 그것 때문에 수렁에 빠집니다. 이제는 정말로 자신을 수렁에서 건져줄 남자를 만난 듯 했지만,
그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그의 구원을 거부하고, 결국 남자로 인한 수렁의 굴레를 스스로 끊어버립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혜경’의 행동과 심리에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가 설득력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다음에는 ‘최동훈’ 감독처럼 대중적 감각이 있는 감독과 함께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네요.
우선은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과 다시 손을 잡은 ‘남과 여’부터 기대해야겠죠.
특히 이 두 장면에서의 전도연의 얼굴은 잔상이 오래 가네요.
6. '혜경'의 내연남인 ‘박준길’ 역의 ‘박성웅’은 확실히 뭔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탄탄한 체구와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영화 속 인물이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입꼬리가 올라갈 때는 야비함이 부각되고 쉽게 믿기 힘든 인물로 보이기도 하죠.
영화 내내 ‘박준길’ 이라는 남자가 ‘혜경’을 정말 사랑하는 건지, 이용하는 건지 의심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이 남자가 ‘혜경’을 정말로 사랑하고, 그녀의 듬직한 보호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의심과 믿음을 동시에 가지게 되는 인물에 적합한 배우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박성웅’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범죄’와 결부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배우 스스로 경계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좋아하는 장면 중 박성웅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재곤’의 선배 형사로 나온 ‘곽도원’은 비중이 작은 편입니다. 그런데, 그가 등장한 많은 장면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네요.
특히, ‘혜경’에게 변태스러운 위해를 가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자극적으로만 느껴졌습니다.
‘혜경’을 끝없이 괴롭히는 악역 ‘민영기’ 역의 ‘김민재’는 ‘부당거래’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배우인데,
야비하고 능글능글한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배우는 대사의 톤이 뭔가 배우의 느낌이 아닌 일반인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영화 속 인물을 좀 더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7. 이 영화를 제작한 ‘사나이픽처스’의 대표 ‘한재덕’ 프로듀서가 새삼 대단해보입니다.
많은 관객을 모으기 쉽지 않아 보이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기존 작품에(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신세계, 남자가 사랑할 때, 군도, 대호) ‘무뢰한’까지 더하면서
‘남자, 뒷골목, 느와르’라는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프로듀서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이 분 인상도 예사 인상은 아니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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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쥬라기월드' 입니다.
1. '쥬라기월드'는 별로 기대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쥬라기공원'을 극장에서 봤을 때,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은 생생하지만, 후속편들은 실망스러웠죠.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을 것 같았고, 예고편을 보고도 기대감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국내 개봉 당시에도 주목을 끌만한 반응은 아니었었구요.
그런데 역대 3위의(이제는 4위가 됐겠군요) 흥행을 기록했네요. 궁금해졌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습니다.
2. 본 소감은... '별로 할 얘기가 없는 영화'입니다. 정말 흥행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입니다.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흥행영화의 공식과 같은 장면들이 다 들어있네요. 유머와 써스펜스도 적절히 다루고 있고.
그 때문에 의문이 들긴 했습니다. 흥행할만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아바타', '타이타닉'의 뒤를 잇는 대규모 흥행을 기록할려면, 공식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거든요.
역시 흥행추이는 쉽게 예측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개봉타이밍이 적절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3. 영화가 깔끔하게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래서인지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쥬라기공원'은 지금의 '쥬라기월드'와 비교하면 거칠어 보이지만, 좀 더 내 살갗에 가까운 느낌이었거든요.
성인이 된 후 '쥬라기공원'을 다시 보면서 감독이 '써스펜스'를 기가 막히게 사용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쥬라기월드'도 '써스펜스'를 적절히 사용하고는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느낌은 덜했습니다.
단순히 제가 나이를 먹어서 겁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4. 공룡이 주인공인만큼, 배우들에 대한 얘기는 크게 할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히어로인 '크리스 프랫'은 이 배우가 이렇게 잘 생겼었나 싶더군요. 하지만 매력은 덜 했습니다.
여자 주인공인 '클레어' 역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제법 매력적이었네요.
'스파이더맨3',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헬프' 등에서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성과지향성은 높지만, 관계지향성은 미달인 여성이 가족과 동료를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여성들의 모습에 약한가봐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모성을 드러내는 여성의 모습에 쉽게 넘어갑니다^^;
5. 이 영화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클레어'의 비서인 '자라'가 익룡이 갖고 놀다시피 하다가
거대 해양공룡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인데, 이 인물을 이렇게까지 괴롭힐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영화 속 인물이고, CG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죽임을 당하는 것이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이런 식으로 희생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티라노사우르스를 비롯한 몇몇 공룡이 생존했고, '닥터 우'가 배아를 가지고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닥터 우'는 '공룡 동물원'에서 어떤 사단이 일어나는지를 '쥬라기공원'부터 봐왔는데도, 욕심을 못버리네요;;
속편 제작을 짐작하게 하는 결말이고, 3년 후를 다루는 속편 제작이 확정된 것으로 압니다.
속편에서는 공식에서 조금 더 진보한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첫댓글 너무 좋은 글이네요. 세심한 글 잘 읽었습니다. 쥬라기월드는 봤는데... 무뢰한을 꼭 보고싶군요. 영화 보고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더 랍스터를 흥미롭게 봐서 여운이 가시기 전에 무뢰한이면 좋겠네요.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무뢰한은 추천하기 망설여지긴 합니다. 별로라고 하는 분이 많으셔서. 하지만 나름의 만족을 느낄 여지는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더 랍스터'도 볼 예정인데, 흥미롭게 보셨다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정성어린 리뷰 잘 봤습니다. 무뢰한의 경우, 말 그대로 묵직은 하나 전개방식이나 캐릭터가 그렇게 신선하거나 혹은 입차적으로 다가오지 못해서, 전 김남깅 씨늬 연기가 못했다기보다는 잘 안 맞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김민재 배우의 연기는 어디서든 현실감을 살리기에 가장 좋은 마스크와 대사처리 같습니다.
그리고 쥬라기월드, 이번 스타워즈의 속편보다는 좀 더 나은 속편 같았습니다.^^
전개와 캐릭터의 문제가 있죠. 김남길의 입장에서도 쉽지않은 연기였을 것 같아요.
무뢰한은 보자마자 든 생각이 이 영화가 어떻게 상업영화의 형태틀 띄고 개봉했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느린호흡에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느와르 영화가 상업영화로 제작된게 신기하더라구요. 이야기 보다는 굉장히 신경쓴 듯 한 컷 구도나 색감 등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크레딧에 cgv 아트하우스가 뜨더라구요. 아마 예술영화로 포지셔닝한 것 같습니다.
쥐라기 월드는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천재라고 느꼈습니다. 이야기 전개를 치밀하게 이끌고 갔으면 오히려 흥행을 못했을것 같네요. 쥐라기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서 이야기 전개는 이미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었죠.
대놓고 스토리 구조를 헐겁고 가볍게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쥐라기 공원을 오마주하면서도 기존 쥐라기 공원 영화 기본공식을 파괴하는 뜬금없는 장면을 넣는게 신선하게 다가왔던것 같네요
스필버그는 천재죠.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얼마나 천재적이었는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뢰한은 남길이형 마지막 한마디만 기억나네요.. 새해복 많이 받아라 xxx아ㅋ
강렬한 새해인사네요ㅎㅎ
무뢰한은 너무 투박했어요.그렇다고 뭔가가 있는것도 아니구요. 전도연때문에 끝까지 봤습니다.
확실히 전도연이 업고가는 영화긴 하죠.
세심한 리뷰 잘 봤습니다.
저 역시 무뢰한이 상당히 맘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흥행에는 당연히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생각보다 평단의 평가가 좋지 못했던 것이 의아했긴 했었네요.
영화는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불친절하고 느린 호흡의 영화였어요.
전도연의 연기는 정말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정도로 눈빛이 잊혀지질 않았어요.
김남길은 뭔가 이질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오히려 이게 영화를 더 현실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무뢰한이란 영화를 다시 봐야할 것 같네요.
실패를 예상했고 이유도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영화들이 있죠. 무뢰한이 그랬습니다.
@풀코트프레스 전 사실 해무도 참 좋았어요.
여배우 보는 매력도 좋았고.
근데 다들 너무 싫어하시더라구요.
@Davidoff 저도 해무를 좋게 봤습니다. 일단은 한예리가 참 좋았구요.
그런데, 개봉시기가 아쉽습니다. 그리고 한예리와 박유천의 베드씬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럴수도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관객을 설득하는데 실패했죠. 그 장면의 촬영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김윤석의 캐스팅이 아쉽습니다. 김윤석은 그야말로 적역이긴 하지만, 관객이 전작의 역할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거에요. 그때문에 진부한 이야기로 보여졌습니다.
저도 무뢰한을 상당히 인상깊게 봤습니다 김남길도 나쁘지않았지만 이정재는 진짜 아쉽네요..
빅매치가 재밌었으면 덜 아쉬웠을텐데요..
전 무뢰한이 불친절해서 더 흡수가 잘되는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불친절해서 좋은 영화도 있죠.
연기로는 깔게없는, 깔수없는 배우가 전도연이죠. 이병헌과 함께...그 두사람을 데리고 만든게 협녀라니....
뒤늦게 댓글을 달아보면...무뢰한은 장르는 좀 달라도, 만추처럼 가끔씩 생각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올리신 장면에서 전도연이 ...진심이야? 하는 부분은 제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