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게 피임이 필요한 때에만 먹어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남성용 피임약이 개발됐다.
요헨 벅 미국 웨일코넬의과대 약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1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정자의 운동 능력을 없애는 약물을 사용해 필요한 시기에만 정자의 수정 능력을 없앨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남성 피임 방법으로는 콘돔 사용과 정관 수술이 전부다. 그러나 콘돔은 사용이 불편하고, 정관 수술은 수술을 해야한다는 단점 때문에 피임 방법으로 선호되지 않는다. 호르몬 조절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여성 피임은 부작용이 큰 만큼, 사용이 간편하고, 부작용은 없는 새로운 남성용 피임 방법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남성용 먹는 피임약이 이미 있지만, 충분한 피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3개월 동안 꾸준히 투약해야 하는 문제로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웨일코넬의과대 연구진은 지난해 연구에서 정자의 수정 능력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인 ‘수용성 아데닐릴 시클레이즈’의 기능을 억제하는 물질인 ‘TDI-11851′을 개발했다. 수용성 아데닐릴 시클레이즈는 세포의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에너지 생성을 억제해 정자가 움직일 수 없게 하는 원리다. 앞선 연구에서는 이미 수용성 아데닐릴 시클레이즈에 돌연변이가 생긴 수컷 생쥐와 남성이 불임이라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남성 피임 약물로써 TDI-11851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도 했다. 수컷 생쥐에게 약물을 먹이고 짝짓기를 하게 하자, 약을 먹은 후 2시간 동안 100%, 3시간까지는 91%의 피임 효과가 나타났다. 약물을 먹은 후 24시간이 지난 뒤에는 피임 효과가 0%로 떨어지며 정상적인 생식도 할 수 있었다. 피임 효능이 짧은 시간 유지되면서 복용을 중단하면 정상적인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약물을 6주 동안 꾸준히 복용시킨 실험에서는 별다른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벅 교수는 “대부분 실험에서는 주사제로 개발한 약물을 사용했지만, 먹는 약으로도 같은 피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며 “사람에게 사용했을 때 효능과 부작용 연구가 더 이뤄진다면 안전한 남성용 피임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