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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가톨릭교회 행사인 아시아 청년대회와 124 순교자 시복을 위한 방한이었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 의미 있는 행사였다. 그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따뜻한 눈길, 낮은 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힐링과 위로가 필요한 우리에게 치유라는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싶어 하는 영적인 아버지였다.
역대 교황의 한국 방문은 세 번째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5월에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아 5일 동안 다녀갔고, 1989년 10월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목적은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해 아시아 전역의 청년들과 만나고,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집전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지역을 방문했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헬리콥터부터 KTX, 경차까지 다양한 이동수단을 활용했다. 동선도 많고 취재의 문턱도 높았지만, 즉흥적인 행동을 좋아하는 교황 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PART 1. 교황 한국 방문 4박 5일 동행 취재기
종교를 떠나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 4박 5일간 열정적으로 이어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여정을 동행 취재했다.
#DAY 1 8월 14일
서울 공항 도착 - 환영식 - 대통령 면담 및 양국 정상 연설 -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
오전 10시 20분경,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 공항. 교황의 전세기가 도착했다. 다른 교황들이 타는 전용기가 아닌 전세기가 눈길을 끈다. 긴 비행을 끝내 피곤한 상황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환영 인파에 대한 보답으로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영접해 환영 인사를 했다. “교황님의 방한이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평화의 새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교황은 “감사하다. 그동안 배려해준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화답했다. 일반적으로 정상을 영접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공항까지 나가지는 않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 박 대통령의 행보는 그만큼 교황을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로 눈길을 끌었다. 환영단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 신자 등 5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경호차보다 작은 경차 ‘쏘울’을 타고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today’s 교황의 당부
“한국도 중요한 사회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DAY 2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 아시아 청년들과의 오찬 -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 - 서강대 방문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본격적인 교황의 일정이 시작된 날이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아시아 청년들과의 오찬,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 등 굵직한 행사가 있었다.
먼저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모였다. 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과 잔디를 가득 메운 인파는 대략 5만여 명. 기자가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 30분경인데, 이미 올림픽경기장은 신도들로 꽉 메워져 있었다. “교황을 만나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집을 나섰다”는 신도도 있었다. 교황을 만난다는 설렘에 오랜 기다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
이날 미사의 입장은 사전에 초대권을 교부받은 사람에 한했으며, 출입 시 철저하게 신분 확인을 하는 등 보안이 철저했다. 이번 방한 행사는 기자들의 출입도 사전에 등록된 매체에 한해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했는데, 정장 차림을 요구하는 등 다소 엄격한 취재 조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이렇게 경호와 보안이 삼엄하게 이루어졌지만, 정작 교황의 행보는 자유스러웠다. 이번 방한 내내 교황의 서프라이즈 행보가 화제가 됐는데, 그 첫 번째가 이날 일어났다. 성모승천미사 참석을 위해 서울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하려고 했던 교황은 갑자기 이동수단을 KTX로 바꿨다. 날씨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깜짝 동선 변경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KTX 특실을 이용한 교황은 일반 승객과 함께 이동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등장한 교황에 사람들은 기뻐했고, 교황은 특유의 미소로 스스럼없이 대중들과 스킨십을 나눴다. 이후 브리핑에서 대변인은 교황이 “처음으로 고속전철을 타고 대전에 가게 되어 기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에서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좋은 경험이었으리라는 것이 대변인의 공식 멘트다.
대전역에서 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한 교황은 카퍼레이드로 본인을 기다려준 수많은 신도들의 환영에 인사했다. 아이를 만나면 특유의 환한 미소를 날리고, 이마에 키스를 건네면서 퍼레이드를 즐겼다. 역대 교황 중 가장 대중적으로 높은 그의 인기는 운동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증명해줬다. 노란 리본 배지를 단 교황은 이날 세월호 유가족을 간단하게 만났다. 생존자, 희생자 부모로 구성된 10명의 유가족과 미사 전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주고, 포옹을 해주며 “세월호의 아픔,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이 자리에서 또 즉흥적인 일이 일어나는데, 십자가를 들고 도보순례를 하던 세월호 희생자 부모인 이호준 씨가 교황에게 세례를 해달라는 청을 했다. 교황은 즉석에서 “해주겠다”고 수락했다.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할 뿐 아니라 직접 세례를 하면서 사목 방문의 목적을 성실히 수행하는 모습은 감동을 전해줬다.
아시아 청년대회
일정이 조금 늦어졌지만, 대전 가톨릭대로 이동했다.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여하는 청년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청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에는 가수 보아도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노래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열정이 넘치는 청년들과의 자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셀프카메라를 찍기도 하면서 격의 없는 시간을 보냈다.
서강대 방문
공식 일정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온 교황은 서강대학교를 방문했다. 서강대는 예수회의 대학이다. 예수회 단체를 만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으며, 이곳에서 30~40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짧은 사목 연설도 했는데 이 내용은 비공개라고 한다.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예정에 없던 서강대 방문 일정을 두고 “교황은 즉흥적으로 행동을 많이 하고, 이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도 자주 하는 행동이라고.
today’s 교황의 당부
“여러분은 세상 곳곳에서 모인 젊은이들과 함께, 우리 모두가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교회는 전 인류의 일치를 위한 씨앗이 되어야 합니다.”
#DAY 3 8월 16일
서소문 순교성지 참배 -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 - 장애인 요양시설 방문 - 한국 수도자들과의 만남 -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과의 만남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
이번 방한 행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있었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바티칸에서 교황청 시성성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하는 게 관례였다.
교황은 미사 전 오전 9시쯤 한국 최대 순교성지이자 이번에 시복될 124위 복자 중 가장 많은 27위가 순교한 서소문 성지를 참배했다. 시청에서 광화문 일대는 하루 전부터 교통이 통제됐고, 인근 빌딩은 보안 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날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서 발행한 개인 입장권의 숫자는 약 20만 개다. 시복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를 지참하고 참석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20만 명이 개인적으로 선정되었고, 다른 인원들이 참석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다. 경찰 추산에 의하면 약 80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성체 분배자는 약 1천 명이다.
많은 사람들이지만 질서정연하게 행사에 참가했다. 장애인들이 단상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고, 멀리서 온 신도들 우선으로 자리를 배치했다. 낮은 자를 먼저 생각하라는 교황의 뜻과도 잘 어우러지는 의미 있는 행사 진행이었다. 특히 단상과 가까운 곳에서 청각장애우를 위한 수화로 미사 진행을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소문 성지를 참배한 교황이 시청에 도착한 시간은 9시 15분경. 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오픈카 퍼레이드를 했다. 그의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교황은 아이들을 보면 차를 멈춘 다음 눈인사를 나누고 이마에 키스를 하면서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교황의 키스에 놀란 아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등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그렇게 천천히 퍼레이드가 이어지던 중,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 달째 농성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차가 멈추고 교황이 차에서 내린 것이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시복미사를 앞두고 나눈 교황의 깊은 포옹과 인사는 모두에게 뭉클한 감동을 줬다. 그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 배지가 있었고, 그는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투쟁하던 가족들을 품어줬다. 한 달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던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와 악수를 나누고 짧은 인사를 나눈 교황은, 김 씨가 전해준 노란 편지봉투를 직접 본인이 챙기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김영오 씨는 교황의 노란 리본 배지를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시복미사에 참가한 신도들은 “세월호 가족을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면서 “위로받고 싶었던 우리를 큰 품으로 안아주신 것 같아서 감동적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꽃동네 방문
가장 큰 행사인 시복식이 끝나고 교황은 충북 음성 꽃동네에 방문했다. 이때는 헬기를 이용했다. 꽃동네에서는 장애인과 25명 정도의 노숙자 합창을 만났다. 교황은 건물 앞에서 신발을 벗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교황 앞에서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노래를 하면서 춤추는 공연을 했다. 행복하고 즐겁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이 때문에 다음 일정이 늦어졌다. 연설보다는 축복과 포옹이 필요한 자리였다.
today’s 교황의 당부
특별히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인하여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합니다.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당신의 평화 안에 맞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주시며, 형제자매들을 도우려고 기꺼이 나선 이들을 계속 격려해주시길 기도합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DAY 4 8월 17일
세월호 유가족 세례식 -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세월호 유가족 세례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간,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유족 이호진 씨의 세례식이 있었다. 대전에서 있었던 유가족 만남의 자리에서 즉석 제안한 내용이 성사된 것이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일이었지만, 교황이 직접 세례식을 진행했다. 직접 세례를 받은 이호진 씨의 세례명은 프란치스코다. 뜻밖의 행사였지만 의미 있는 행사. 세례식이 끝나고 “교황님께서 세월호 가족을 잊지 않으셨다. 제가 왜 십자가를 들고 걸었는지 알고 계셨다. 우리의 염원이 담긴 십자가를 바티칸에 가지고 가겠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묵주 선물을 수원교구 김건태 신부에게 전달했고, 김 신부는 서신과 선물을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했다.
해미성지 아시아 주교단과의 만남
모든 주교가 참석한 것은 아니고, 80~90명의 주교가 참석했다. 교황은 순교성지가 순교자들의 성지, 무명 순교자들의 땅이라며, 이름 없이 자신의 믿음을 위해 순교한 수많은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순교지에서 ‘이 자리에 있는 순교자들이 저를 믿음의 증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주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평범한 일반적인 순교자들이 성직자들에게도, 교황에게도 복음과 하느님의 증인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방한 4일째인 이날 교황은 트위터에 “교회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더욱 경건하고 낮은 자세로 가난한 사람들과 외롭고 병든 자들을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라는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다.
아시아청년대회와 한국청년대회 폐막미사
해미읍성에 위치한 서산 지역에는 비가 많이 왔다. 그러나 미사 시작 직전 비가 그쳐 무사히 행사를 끝낼 수 있었다. 교황은 해미읍성 진남문을 통해 입장했고, 그를 기다리던 신자들은 “비바 파파”를 연호하면서 교황을 맞았다. 해미읍성은 수천 명의 신자들이 순교한 곳으로, 폐막미사의 제대는 순교자들이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서문 방향에 세워졌다. 미사에는 모든 언어가 함께 어우러졌다. 교황은 미사 전례기도를 라틴어로 하고 참례 청년들은 각자의 언어로 응답했다. “디어 프렌드(Dear Friend)”로 강론을 시작한 교황은 “일치하고, 가난하고 아픈 이들, 소외된 이를 찾아 섬기며 올 한 해를 보내라”고 당부하고 마지막에 “웨이크 업”을 크게 외쳤다. 강론 중 바람 때문에 주케토가 벗겨지기도 했다.
today’s 교황의 당부
“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려 깊은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합니다. 공감하는 능력은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진정한 대화에서는 형제애와 인간애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나 생각, 그리고 질문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진정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냅니다.”
#DAY 5 8월 18일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 -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 공항 출발(서울 공항)
이번 방한 기간 내내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기분도 유쾌했다. 행복해했다. 해미읍성의 하루에 대해서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교황은 아시아가 중요하고, 방문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단순히 한국을 방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거의 처음으로 영어로 청년들에게 연설을 해줬다. 이제는 다른 행사에서도 영어로 연설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겼다.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 & 평화와 화해의 미사
명동성당 미사 집전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원불교 교정원장 남궁성 교무, 서정기 성균관 관장, 박남수 천도교 교령,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김동엽 목사 등이 참석하는 만남이 있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웃종교 지도자들과 교황의 만남을 기념하여 돌에 교황 문장과 프란치스코를 새긴 전각 교황 문장에 있는 성구 ‘자비로이 부르시니’ 붓글씨 표구를 선물했다.
만남이 끝나고 오전 9시 45분부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거행됐다. 명동성당 마당에서 입당 행렬이 시작됐다. 교황은 가장 마지막에 입당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면서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이 미사가 끝나고 서울 공항을 통해 다시 바티칸으로 출국하며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today’s 교황의 당부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다른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러 종교지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함께 걸어가는 겁니다.”
PART 2. 교황의 어록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약자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고통을 나누며 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01 약자를 위한 사랑
교황의 첫 성탄 선물은 전화카드와 1일 승차권
빈자들의 교황 프란치스코는 즉위한 뒤 첫 성탄을 앞두고 로마의 빈곤층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교황청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교황이 2013년 12월 15일 보좌관 격인 콘라드 크레예프스키 추기경에게 “로마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교황이 빈민들에게 전할 선물은 봉투 2000개로, 그 안에는 전화카드와 메트로(지하철) 1일 승차권이 들어가게 된다.
이 세대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
“이 세대의 위기는 단지 경제적, 문화적 위기만이 아니라 인간의 위기입니다. 인간이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간 자신들이 파괴되는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잖아요! 그래서 이것이 심각한 위기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은행의 투자가 조금 이윤을 잃으면 재난이 일어난 것처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사람이 굶어 죽으면, 먹을 것이 없으면, 건강이 좋지 않으면 이것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위기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의 증거는 이런 정신 상태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교회 신심단체(Ecclesial Movements)와 함께한 성령강림대축일 전야 미사 강론. 2013년 5월 18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기도
한국의 (세월호) 여객선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그분들의 가족들을 위하여 저와 함께 기도해주십시오.(Please join me in praying for the victims of the ferry disaster in Korea and their families.)
한국인들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트위터. 2014년 4월 19일·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개최 교구장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알현에서. 2014년 4월 24일.>
02 청년을 향한 사랑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대학생 여러분,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도전들이 있는 그곳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삶을 살아가고자, 좀 더 발전시키고자 애쓰는 이들이 여러분께 도움을 청하는 ‘그곳’ 말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 빈곤을 타파하려는 몸부림, 참된 가치들을 위한 고군분투, 매일 직면하게 되는 이러한 삶의 투쟁에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로마의 대학생들과 함께 저녁 기도를 하며 나눈 말씀. 2013년 11월 30일.>
인생 여정은 예술입니다
인생 여정은 참으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며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그려보는 그런 예술 작품 말이지요. 물론 이 여정은 피곤함을 견뎌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추락에 걱정하지 말자.’ 실상 인생이라는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넘어진 적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넘어졌음에도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넘어지면 곧바로 다시 일어나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나가면 되니까요! <예수회 학교 교사와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나눈 문답. 2013년 6월 7일.>
대학생의 진로상담 편지에 전화로 화답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 지역에 사는 19세의 대학생 스테파노 카비차는 교황에게 진로상담 편지를 보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접 청년에게 전화를 걸어 자상한 조언을 해주었다. 70대 노인과 10대 청년의 통화는 8분간 이어졌으며, 서로 웃고 농담하는 즐거운 대화는 교황의 축복으로 마무리됐다. 카비차는 교황이 통화 중 딱딱한 존칭(Lei)보다 친구처럼 비공식적인 호칭(Tu)을 쓰도록 고집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13년 8월 23일자, EBS <지식채널 e> “안녕하세요 교황입니다” 인용.>
PART 3. 내가 만난 교황은 이런 사람
교황 방한을 맞아 각계의 천주교 신자들이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예인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특히 눈에 띄었다. 이번 방한을 기념해서 ‘코이노이아’라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한국 사회에 친교의 선물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로 천주교 유명인들이 뜻을 모았다.
14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가한 가수 인순이
“교황님의 방한으로 우리나라에 예쁜 파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아픈 이야기들이 많았잖아요. 이제는 ‘힐링, 용서, 치유’의 단어가 나올 때인 것 같아요. 교황님의 좋은 파장이 우리 사회에도 오래도록 퍼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황님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하실 수 있을까 감동하는 순간이 많아요. 교황님의 미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열린 문화 행사에 참가한 가수 인순이는 교황의 실천하는 모습에 대한 감동을 전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한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교황이 이끄는 미사에 끝까지 참가하면서 교황 방한 행사를 빛냈다.
14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가한 소프라노 조수미
“부와 권세, 겉에 보이는 모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손을 제일 먼저 잡으며 ‘사랑은 철학이 아닌 실천’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늘 기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를 트위터에 남겼다.
16일 광화문 시복미사에 참가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오늘 제가 한 일은 작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화음입니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프란치스코 성인 모두 자신을 낮추면서 예수의 삶을 좇은 사람입니다. 교황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뜻을 따라 우리도 깨끗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교황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교황을 위해서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황은 권위가 없고 겸손한 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본받으면 좋겠습니다.”
백건우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집전하기 전에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 중 첫 번째 곡인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연주했다. 대중 앞에서 연주하는 곳은 아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순수한 성품에 어울리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15일 아시아청년대회 오찬에 참석한 가수 보아
“교황님께서 제게 노래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게 굉장히 뜻깊은 날입니다. 긴장이 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이 식사를 하고 저녁에 많은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가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가수 보아는 교황을 만난 다음 인증샷을 찍어 본인의 SNS에 공개하면서 이번 만남에 대한 감격을 전했다.
18일 명동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가한 배우 안성기
“예전에는 교황은 먼 곳에 동떨어져 있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곁에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행보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홍보영상 코이노니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체육계의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종교가 다른 분들까지 흔쾌히 참가해주는 것을 지켜보며, 교황님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고 고마웠습니다.”
배우 안성기는 교황방한준비위원회를 진두지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명동성당 미사에서 독서자로 나서 성경의 문구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천주교 신자 유명인 누가 있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재계와 정계, 문화계 등에 이름이 알려진 신자들이 제법 많다.
재계 두산 박용만 회장·최현만 부회장이 대표적
재계의 대표적인 천주교 신자는 박용만(세례명 실바노) 두산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렸을 적부터 성당에 다녔다. 최현만(율리아노) 미래에셋생명 부회장도 천주교 신자. 자수성가한 증권맨으로도 유명했던 최 부회장은 천주교 경제인들에게 금융 관련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계 김대중·박근혜·문재인 등
정치계의 가장 대표적인 천주교 신자는 김대중(토머스 모어)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청년 시절 정계에 입문하면서 장면 전 총리를 대부로 신자가 됐다. 박근혜(율리안나) 대통령도 천주교와 인연이 깊다. 가톨릭계 학교인 성심여중·고를 졸업했고 역시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서강대를 졸업했다. 지난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문재인(디모테오) 의원은 손가락에 묵주 반지를 끼고 다닐 정도로 독실한 신자다.
문화계 김연아·조수미·안성기·김태희 등
한국에 처음으로 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을 안겨준 김연아(스텔라)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소프라노 조수미(소화 데레사)는 교황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와 최인호(베드로)는 신앙생활을 책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황 방한 홍보 뮤직비디오에 참여한 배우 안성기(사도 요한), 김태희(베르다), 김희애(마리아)와 가수 보아(키이라)도 독실한 신자로 알려져 있다.
교황명 ‘프란치스코’의 의미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는 이탈리아 출신의 수도자로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십자군 원정 참전을 지망하기도 했으나,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뒤 가난을 실천하는 삶을 선택했다. 13세기 초에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를 설립하며 세속화된 가톨릭교회에 가난과 청빈의 정신을 불어넣은 인물이다.
교황은 선출 직후 동료인 클라우디오 후메스 추기경이 그를 포옹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프란치스코 성인을 떠올렸다고 한다. 교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가난의 사람, 평화의 사람, 하느님의 창조물을 사랑하고 지킨 사람이었음을 환기시키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습니까!”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 '우먼 조선(2014. 8. 28 기사)'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