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난생 처음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게 된 에디터. 마치 소풍나온 유치원생처럼 트레이너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온갖 기기묘묘한 운동 기구 사용법을 익힌 것까진 좋았는데 정작 사단은 트레드밀 위에서 일어났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자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부표처럼 가슴이 심하게 출렁이기 시작한 것. 아닌게 아니라 바로 코앞에 달린 전신거울 속의 에디터 얼굴은 당혹스러움과 갑작스런 산소 부족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얇은 비단실처럼 가늘기만 한 브래지어의 어깨끈만으로는 자동제어장치가 풀린 것처럼 제멋대로인 가슴을 어쩌지 못하는 것일까. 철갑처럼 조이고 있던 브래지어의 훅마저 서서히 등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하자 피트니스 클럽에서의 첫 날을 서둘러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마치 단오날 널뛰듯 출렁이던 가슴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이런 운동복이며, 운동화며, 심지어는 아대에 헤어밴드까지 부산을 떨었는데 정작 중요한 속옷은 안 챙겼네.’ 낭패감에 중얼거리며 피트니스 센터를 빠져나올 수밖에.
내게 꼭 맞는 스포츠 브라 어떻게 찾아야 할까
스포츠 브라는 소재가 관건 저녁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홈쇼핑에서 파는 몸매 교정용 속옷은 에디터의 눈을 붙잡아두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쇼호스트의 “입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지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운동하실 때 입으면 체형이 예쁘게 변합니다”라는 멘트에 귀가 솔깃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걸 입고 운동해볼까?' 하지만 이경영 벤에세레의 원장이자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이경영 씨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녀는 단 번에 괜한 수고라며 육상선수들의 복장을 예로 들었다. “운동 자체가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신체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타이트한 옷을 입을 필요는 없죠. 운동할 때 가장 이상적인 복장은 마라토너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 선수들의 운동복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이 되겠죠. 특히 몸에 붙는 웃옷은 흡수성과 통기성이 좋지 않아 절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녀는 아대나 헤어밴드를 차는 것도 결코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덧붙였다.
흡수성이나 통기성이 뛰어난 면이 속옷의 소재론 가장 무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흡수한 땀을 그대로 보관하는 단점이 있다. 면으로 만들어진 속옷은 땀에 젖었을 경우 2배 이상 무게가 무거워지며 80% 이상의 습기를 유지한다. 이뿐 아니라 땀으로 흠뻑 젖은 면 속옷은 마치 실뱀처럼 몸에 척척 달라붙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땀띠가 나거나 피부가 쓸려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위험마저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 속속 내놓고 있는 첨단 소재로 만들어진 스포츠 브라를 고집할 것. 특히 쿨맥스(면과 비교했을 때 건조 시간이 3배나 빠르다)나 드라이 피트 같은 소재는 피부의 수분을 재빨리 흡수하여 밖으로 배출하고 또 빨리 증발시킨다.
적어도 10가지는 입어보고 결정하라 결국 그녀의 조언에 따라 에디터는 첨단 섬유로 만들어진 스포츠 브라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몸을 너무 꽉 조이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잘 받쳐주고 안정감을 줄 것. 이 3가지 조건이 에디터가 고심 끝에 내린 구매 포인트였다.
에디터의 SOS에 가장 먼저 구명조끼를 던져준 인물이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브랜드의 속옷을 수입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 로라의 주인장 박영글 씨였다. 온라인 숍이라는 특성상 전화로 상담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라 오히려 더욱 꼼꼼하게 에디터의 요구를 체크해 주었다. “소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본인의 가슴 사이즈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죠. 스포츠 브라는 스포츠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올오버 스타일과 두 개의 컵으로 양 가슴을 나누어서 지탱하고 보호해주는 인캡슐레이션 스타일이 있죠. 일반적으로 가슴이 작으면 풀오버 스타일이 좋고 풍만한 가슴을 지녔다면 여느 브라와 마찬가지로 와이어도 달려 있고 훅으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도 있는 인캡슐레이션 스타일이 적당하죠. 하지만 바느질의 각도 같은 미세한 부분도 착용감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입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박영글 씨의 친절한 조언이다.
어떤 운동을 즐기냐에 따라 체크 포인트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상체 움직임이 적은 운동 예를 들어 빨리 걷기, 암벽 등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와 움직임이 큰 요가나 에어로빅, 승마 등을 즐길 때 밑단이 어떻게 디자인되어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움직임이 큰 운동을 즐기는 편이라면 훅이 달려 있어 밑둘레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거나 밑단이 넓은 브라가 적당하다. 여기에 어깨끈이 넓고 끈 자체에 쿠셔닝까지 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대신 상체를 많이 움직이지 않는 운동인 경우에는 몰드 브라만 피하면 어떤 스타일이든 크게 상관없다. 그 어떤 브라보다 편안하다는 이유만으로 다양한 마니아 군단을 거느리고 있지만 단점이 아주 없지는 않다. 스포츠 브라를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착용하면 가슴 형태가 처지거나 망가지기 쉽다. 와이어 브라가 불편해서 습관처럼 스포츠 브라를 애용해왔다면 컵의 바깥쪽과 사이드에 받쳐줄 수 있는 원단이나 조직을 덧댄 노와이어 브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열 가지가 넘는 수많은 스포츠 브라를 입고 벗어본 끝에(운동 후 땀에 푹 절어 있을 때가 많으므로 얼마나 쉽게 벗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 구매 포인트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에디터가 얼마나 뿌듯해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미로에서 길을 찾은 기분이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죽는 날까지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스포츠 브라라고 하더라도 수영복과 마찬가지로 신축성이 떨어졌다거나 천이 확연히 얇아졌음을 느낄 정도로 해졌다면 미련 없이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오랫동안 아껴 입고 싶다면 찬물로 빨고 자연 건조할 것.
세상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스포츠 브라를 구입한 이상 지금 이 시간에도 피트니스 센터로 달려가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운동 삼매경에 빠지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에게도 운동 시간을 기다리게 만드는 스포츠 브라가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이다. 통기성이 좋고 땀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소재가 좋다. 우리나라 여성이 특히 선호하는 스포츠 브라 스타일은 끈이 흘러내리지 않고 편안한 러닝 스타일.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을 때 상체가 흔들림 없이 편안하고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손뼉을 쳐도 스포츠 브라의 밑단이 덩달아 따라 올라오지 않아야 한다. 깊은 숨을 몰아쉬어도 꽉 조이거나 불편하지 않고 내장된 훅이나 와이어 등에 눌린 자국이 생기지 않는지도 꼭 체크한다. 또한 운동 종류에 따라 상체를 많이 움직이는 운동에는 어깨끈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어깨끈이 넓거나 러닝 스타일이 좋다. 또한 브라 아랫단이 길어야 움직임이 많아도 딸려 올라가지 않는다. 상체를 많이 움직이지 않는 유산소 운동의 경우에는 몰드 브라만 피하면 어떤 스타일이든 크게 상관없다고. 만일 스포츠 브라 착용시 유두가 도드라져 보여 고민이라면 비비안 등의 속옷 매장에서 별도로 판매하는 보조 패드를 살짝 삽입해주거나 얇은 부직포 스타일을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