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강남구의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스원 서울시가 6월 한 달간 11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주먹구구식 공사 발주와 무자격업체 부실시공, 입찰 담합 의혹 등 부조리가 대거 적발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장기수선충당금이나 기타수입 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의 '아파트 관리실태 조사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사 수의계약 및 관리비 전용 등 이권 다툼이 심각하고, 입주자대표회의 내 각종 분쟁으로 아파트 관리상 파행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시는 이번에 적발된 총 168건에 대해 ▲행정지도(73건) ▲시정명령 및 과태료(83건) ▲수사의뢰 (10건) 조치했다.
지난 3월 발표한 '아파트 관리혁신방안'에 따라 이뤄진 이번 실태조사는 시·자치구 공무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맑은 아파트 만들기 추진단'이 6월 한 달간 실시했다. 대상 아파트 단지는 주민제보와 자치구 요청 등을 통해 접수된 103개 단지 중 관리비 과다, 공사부실 등을 고려해 11개를 우선 선정했다.
관리실태 조사는 ▲공사·용역 ▲관리비 운영 ▲장기수선제도 및 충당금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실시했다.
◇수의계약 남발…10개 단지 총 39억212만원 규모수의계약 한도인 200만 원을 초과함에도 수의계약을 남발한 사례는 10개 단지 총 56건으로 금액은 39억212만1000원에 달했다.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아파트관리 공사·용역 기준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르면 200만원 이상의 경우 경쟁 입찰 방법으로 시행해야 한다.
입찰참가 자격이 없는 무자격업체와 약 11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단지 2곳도 적발됐다.
소방시설 보수공사는 자격업체만이 시공가능 함에도 불구하고 B단지는 무자격업체와 소방시설 보수공사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는 부실공사로 이어져 관리비 낭비를 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D단지에서는 입찰기준을 변경해 4개 회사에만 입찰자격을 부여하고 그 중 특정회사와 22억7000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 주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관리비 운영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수선충담금과 관리비를 구분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입자 등 거주자에게 부담을 떠안겼다.
아파트 공용부분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장기수선계획을 세우고, 소유자로부터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해 시설보수공사를 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G단지의 경우 주차시설충당금을 관리비 항목에 포함해 거주자(세입자)로부터 10억여원을 적립하고, 이 적립금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사용해야 하는 도로 아스콘 포장공사에 전용했다.
재활용품 매각 등으로 인한 기타수입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 등도 다수 적발됐다.
시는 적발 사항에 대해 행정조치와 수사의뢰 등 엄격히 대응하고, 향후 시 주택정책실 내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를 신설?운영할 방침이다.
이달 중 대한변호사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과 업무협약 체결해 '맑은 아파트 만들기'를 위한 관리실태 조사와 관리비 컨설팅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공사용역 입찰 전 아파트 닥터프로그램 자문 의무화 ▲공공감리제도 신설 ▲주민검수제도 제도화 등을 추진해 아파트 관리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
한편, 시는 지난 3월부터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을 통해 관리비 73개 항목을 자동 공개하고, 옆 단지와 비교검색해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리 없는 맑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비리를 근절해 아파트 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주민 참여 확대를 통한 아파트 공동체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