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사)흙살림으로 부터 11월 15일 전국친환경인증농가대회에서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상이란 받아서 기분 좋은 것이긴 하지만 과연 나 자신이 그만한 상을 받을 자격이있나 싶어 쑥스러운 생각마져 든다.
느낀바 있어 1992년 다니던 병원 방사선사 근무를 퇴직하고 이듬해 봄 부터 철저히 농사꾼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곧 관행농사 특히 논농사로는 희망이 보이지않는다고 판단하여 작목을 바꾸기로 마음 먹고 하우스 5동을 임대하여 첫 해에 복수박이라는 소형수박을 지주재배인 고밀도 방식으로 재배하게 되었는데 순지르기 부터 난항을 격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 10배의 재식밀도이다 보니 곁순을 치고 돌아서면 어느덧 다음 가지가 자라있어 끝내 수박 줄기가 엉키고 마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고 하우스시설재배라 숫꽃을 따서 암술에 오전중에 수정 시켜줘야 하는데 시간을 넘기다 보니 착과 또한 예상보다 적었다.
하우스의 열악한 작업 조건으로 밤이면 온몸이 저리고 고통스러워 숙면을 취할 수 없었고 탈모 현상도 생겼다.
어찌어찌 하여 열매가 커 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 하던 것도 한순간 밤새 내린 폭우로 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시련을 맞봐야만 했다.
그래도 그때 먹은 복수박 맛은 지금도 최고로 기억된다.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촉감과 단맛이 입안 가득 배어나는 물 많은 배처럼시원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 다음해에는 돌미나리를 재배하였으나 판로를 찾지 못해 갈아엎어야만 했는데 갓 벤 돌미나리 향이 그 처럼 현기증 나도록 강한지 처음 느꼈다.
쪽파의 여름재배, 관상용호박 지주재배,원추리.씀바귀 등 산채재배에 이어 개구리참외 장기 저장 시험재배와 4배체 메밀순 재배등 작물시험장에서 조차 재배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작물과 재배 방법을 고집하다보니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쪄랴 누구든 할 수 있는 농사 방법과 작물은 성에 차지않는 것을...
시설재배는 그 정도에서 접기로 하고 조부 때 부터 대물림한 나락 농사로 다시 돌아와 시작한 첫 시도는 다마금이라는 토종벼 재배다.
동네 나이든 어른 말씀에 따르면 다마금쌀 만큼 밥맛 좋은 품종은 아직까지 못 봤다고 할 정도로 밥맛에 거는 기대가 컸지만 1미터가 넘는 큰 키로 잘 쓰러져 결과적으로 밥맛이 특출나지 못한데다가 IMF가 터지며 지역농협과의 수매 계약도 지켜지지 않아 결국 일반 쌀 가격으로 내야만했다.
쌀농사에 있어 두번째 시도는 생산비 절감이라는 명목의 직파재배에 대한 도전이었다.
수중직파, 윤토직파, 휴립건답직파, 무논골뿌림직파 등 각종 직파방법을 섭렵해봤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적은 경지면적에서는 유이점이 없는 농사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오히려 입모 불안정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과잉분얼에 따른 미질저하와 입모까지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차별성이 없으면 쉽게 포기하는 것이 나의 단점이자 장점이기에 직파재배도 별 흥미를 끌지 못해 그만두고 말았지만 이때 아버지와 시각 차이로 엄청 다투던 시기이기도 하다.
벼농사에서의 세 번째 시도가 특수미 또는 기능성쌀에의 관심이다.
한때 농가에서 유행처럼 검정쌀을 재배한적이 있는데 이때 100여가지의 검정쌀 품종과 금빛차진향쌀, 향기나는 찹쌀을 선발하게 되었고 일본으로 부터 입수한 반찹쌀 타입 멥쌀인 스노우펄, 신장병전용쌀인 LGC-1 거대배아미인 하이미노리와 붉은쌀 로망스 등이 있고 국내에서 육성된 다이어트쌀인 고아미2호와 현미전용 품종인 백진주가 있다.
다품종을 재배하다 보니 관리에 많은 노력이 들고 생산량이 적다보니 판매처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네번째 벼농사의 시도가 친환경쌀 생산으로 현재진행형이다.
1995년 자연농업 교육을 받으며 일반(관행)농사에 대한 반성과 한계에 대한 각성으로 향후 유일한 자구책으로 친환경농업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친환경쌀 생산에 있어 해결하여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잡초방제로 주로 오리농법을 통해 해결하고 있지만 오리농법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는 친환경농법이라 볼 수 없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제초방법을 찾던 중 일본 일부 농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심수농법을 접하게 되었다.
이앙법의 이치와 수중직파의 깊은 곳에서의 입모불안정 경험이 깊은 물관리로 잡초를 방제하는 심수농법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논에서 물로 풀을 억제할 수 있다면 이처럼 손쉬운 제초방법은 없을 것이다.
지속적 친환경농법이란 누구든 쉽게 할 수 있어야 하며 비용이 적게 들고 그로인해 보다 질이 더 좋아지고 주변 모든 동식물과 공존하는 농법을 일컬음인데 그러한 것에 보다 근접한 것이 심수농법으로 금번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그러한 것을 인정받아서 일 것이다.
새악뜰생농회 회원들과 심수농법을 보다 연구 발전시켜서 관심 있는 농민이면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손쉬운 농법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유정란 양계를 하면서 2번에 걸쳐 침수되어 망연자실했던 일이며 새로운 못자리 방법을 시도하다 갑작스런 소나기로 씨나락이 씻겨내려가 몇 일에 걸쳐 온가족이 줏어 담던 일이며 그간 12년간 써온 영농일지를 보면 도전과 응전의 장편의 서사시 같은 생각이 들어 가슴 아린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어제는 바람이 몹씨 불더니 오늘 아침은 햇살이 곱다.
그간의 외로운 나홀로 여정에서 이제는 새악뜰생농회라는 동조자도 있어 마음 든든하고 강의를 통해 새로운 친환경농법으로써 전국적으로 심수농법을 보급하는데 일조한다는 보람도 있어 그 간의 고단했던 일정들이 어느덧 나른한 한껏 기지개로 훌훌 날아가 버린다.
첫댓글상 받으신것 축하드려요. 충분히 받으실 자격이 있으시네요. 나름대로 연구하신 농법들이 앞으로 잘 이뤄지겠지요. 정말 그런 노력없이 농부라 칭하는 제가 부끄럽네요. 즐겁게 소비하고 즐겁게 파종하고.. 세상의 모든 농부들이 웃는 그날까지. 파머김님께서 있으셔서 밝다고 봅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첫댓글 상 받으신것 축하드려요. 충분히 받으실 자격이 있으시네요. 나름대로 연구하신 농법들이 앞으로 잘 이뤄지겠지요. 정말 그런 노력없이 농부라 칭하는 제가 부끄럽네요. 즐겁게 소비하고 즐겁게 파종하고.. 세상의 모든 농부들이 웃는 그날까지. 파머김님께서 있으셔서 밝다고 봅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파머김님 축하드려요.그동안의 힘드신 역경을 이겨내신 것을보고 제 자신이 힘이 생기네요.아무쪼록 심수농법의 빠른 체계화를 이루어서 우리 농업인 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건강하세요..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존경스럽습니다..화이팅!
님이야말로 상받으실만한 분이신걸요. 새악뜰에는 어떻게 가입할수있는지요.
님들의 따듯한 마음 읽을 수 있어 더욱 좋군요. 님들과 함께 보람을 나누고 싶습니다. 새악뜰생농회는 지역 생산자 모임입니다. 농업정보가 필요하시면 언제고 멜 주세요. 감사합니다.
축하 드립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구요 앞날에 좋은일만 많이 있기를 바래요
축하드립니다~~~~열심히 하셔서 좋은 성과가 있군요
그동안 농부님의 결실이 꽃을 피우는것이네요.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건강하세요...
축하 드립니다^^*.....많은 노력과 고생끝에 좋은 날이 오셨네요...파머김님 존경 합니다...항상 건강 하세요~~
도전정신.....정말 닮고 싶을 정도로 대단하십니다. 심수농법이 우리 주변이 더욱 보급되길 바랍니다.
축하! 축하드립니다.큰일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