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8 극한폭염 40도 덮친 한국… “아침이 더 위험”
수도권을 중심으로 낮에는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밤에는 30도에 육박하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극심한 열기가 24시간 내내 식지 않으면서 온열질환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큰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5일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수도권 곳곳에 40도에 육박하는 극한더위가 나타났다.
서울 노원구와 경기 하남(덕풍)은 각각 39.2도와 39.3도를 기록했다. 앞서 밤사이에도 서울의 기온이 29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등 열대야 기준(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 동작구(기상청 관측소 기준)는 30.1도로 초열대야(밤 최저기온 30도 이상) 수준의 극심한 밤 더위가 찾아왔다.
◆ 역대 가장 뜨거운 밤, 왜?
올여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역대 가장 더운 해를 향해 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부터 지난 8월 4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12.1일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위를 기록 중이다. 폭염일수 역시 13.1일로 역대 4번째로 많다. 특히 올여름에는 해가 진 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23.4도로 평년보다 2.2도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7월 열대야일수(9.7일) 역시 기존 1위 기록이었던 2024년(8.8일)을 뛰어넘었다. 임보경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사무관은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졌다”며 “이 수증기와 구름이 밤사이 복사냉각을 약화시켜 낮에 오른 기온이 떨어지지 못해 열대야 발생이 전국적으로 많았다”고 설명했다.
◆ 아침 온열질환 비중 급증 “야간 24도 이하 유지”
최근 열대야는 폭염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10년대와 비교해 2020년대에는 폭염일수가 2.2배(7.7일→16.9일) 늘어났지만, 열대야일수는 4.2배(6.7일→28일)나 급증했다. 문제는 밤사이 열대야에 시달리게 되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온열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특히, 아침 시간대가 가장 취약하다. 올해 5월 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총 244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317명은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에 응급실을 찾았다. 이 시간대 온열질환자 비중은 2022년 8%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 13%를 기록했다.
반기성 케이클라이밋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는 동시에 대기 중 수증기의 양도 함께 늘어나면서 열대야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졌다”며 “특히 서울은 도시열섬 현상이 심하다 보니 밤사이 열이 잘 식지 않아 오전 시간대에 온열질환자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낮과 밤의 기온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인체에 누적된 스트레스가 가해져 열 노출로 인한 질병 및 사망 위험이 커진다”며 “밤 동안에는 실내 온도를 24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바닥 드러낸 임실 옥정호… "이런 가뭄 난생처음"
"임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렇게 바닥을 드러낸 옥정호는 성인이 된 이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8월 6일 전북 임실 토박이들은 바닥을 드러낸 옥정호의 풍경에 당혹스러워했다. 주민 황모(63)씨는 "원래 매년 여름에는 옥정호의 수위가 좀 낮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마르지는 않았었다"며 "임실은 농촌 지역인 만큼 물을 사용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비가 안오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옥정호의 맨살을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한모(40대)씨도 "물이 많을 때는 건너편 절벽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 있었지만, 지금은 바닥까지 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제대로 비가 오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대로 계속 가면 그나마 남아있는 물까지 다 말라버릴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을 보탰다. 전북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이날 오전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 붕어섬 생태공원.
오전부터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붕어섬으로 향하는 흔들다리에는 옥정호의 수려한 경관을 보려는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연신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훔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고대했던 드넓은 호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짧았던 장마 이후 기나긴 폭염에 물이 바짝 마른 옥정호는 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하늘을 담은 푸른빛 대신 '황토색'만 보여줬다. 이미 호수가 마른 지 오래된 듯 바닥 곳곳은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자리를 잡았다.
이날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물이 하나도 없네", "비가 안 와서 말라버렸나"라는 아쉬움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충남에서 옥정호를 방문했다는 전모(40대)씨 부부는 "날씨도 덥고 물도 말라버렸으니 굳이 붕어섬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흔들다리 앞까지만 관람할 생각"이라며 "주변의 조경 관리는 잘 된 것 같아 호수에 물만 좀 차 있었으면 훨씬 보기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준 옥정호의 저수율은 21.6%로 평년(42.1%)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폭염 등의 영향으로 그나마 물이 남은 옥정호 유역의 남조류 세포 수가 최근 급속도로 증가해 전북도가 모니터링에 나섰다. 옥정호 칠보발전방류구 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 8월 3일 기준 ㎖당 693개로 측정됐다. 지난달 7월 20일 ㎖당 80개, 7월 27일 ㎖당 146개와 비교하면 4∼8배 늘어나 독성물질 생성이나 수생태계 파괴, 수질 악화 등이 우려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폭염 장기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하천으로 영양염류가 유입되면서 남조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까지 도내 강수량은 평년(787.1㎜) 대비 69.8%인 549.5㎜에 그쳤다. 나머지 도내 2천153개 저수지의 저수율도 44.6%로 나타나 평년(70.2%)보다 훨씬 낮다.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임실에는 가뭄 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정읍과 남원에는 '주의' 단계가 내려졌다. 완주와 장수, 고창, 부안에도 가뭄 위기 경보 관심 단계가 내려진 상태다. 옥정호는 우리나라 첫 다목적댐인 섬진강댐 준공으로 생긴 인공호수다. 유역 면적 763㎢, 저수량은 4억6천만t에 달하는 큰 규모의 호수로, 드넓은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9월까지 대체로 적은 강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가뭄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오는 8월 10일 선제적으로 가뭄 대비 재난 관리 기금 10억 원을 지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섬진강댐 인근 지역은 요일제 급수를 운영 중이며, 퇴수 재활용 등을 통해 수량을 확보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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