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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말로 할 때 주워라?”
“말로안함 어쩔라고? 때릴려고?”
“이게 진짜.”
“때려!! 때려봐!!!!”
밥상머리 앞에서 소란스럽게 하지 말라 누가 말씀 하셨던가.
숟가락 젓가락으로 탕탕탕- 식탁을 치며
박지완과 강규리는 목에 핏대라 서고 얼굴이 뻘겋게 되어 터지도록 고함지르며 싸우고 있었다.
“아!!”
식탁에 치이고 치이던 숟가락이 박지완의 손을 빠져나가 튕긴 채 강규리의 뺨에 제대로 박은 것이다.
분명 실수였다.
실수였을 것이다.
실수.. 였겠지..
“어......”
“나 쳤냐 개새꺄?”
“야.”
“해보자 이거지?”
숟가락 젓가락이 무슨 죈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던 꽤 많은 숟가락 젓가락은 강규리의 손에 의해 힘차게 날려졌다.
팔로 얼굴을 감싸 막았으니 다행이지.
“아 씹 이 기집애가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기집애 소리 하지 말랬지!!”
“어떻게 된게 하늘같으신 남편한테 수절 집어던지냐?”
“지랄.”
쾅-
방문 닫히는 소리.
강규리. 무기를 집어 던짐으로서 화가 가신 듯.
“씨발. 저 기집애 성질머리 언제고쳐.”
방 두칸짜리의 작은 아파트의 거실과 부엌에 남겨진 전투의 흔적들을 치우는건 남은자의 몫이다.
- “어제 또 한판했냐?”
“어떻게 알어?”
- “남편 얼굴 제대로 긁어놨더구만.”
“얼굴? 얼마나?”
- “이것 봐라. 신혼 맞아?
갓 장가간 새신랑이 하루가 멀어 얼굴에 기스나 나서 오는데
회사에선 반반한 얼굴로 바람펴서 그런줄 알어!”
“회사한번 한번 들려주리-? ”
- “됐네요.”
“아니 어제 밥 먹는데 짜증을 내는거야.
대뜸 나한테 숟가락을 주워라는거야.
그러더니 내얼굴에 그 인간이 숟가락 집어던졌잖아!”
심하게 왜곡된 듯했다. 왜 앞, 뒤, 중간, 다 뺀걸까?
- “박지완이 그럴 인물이냐? 그래서 너도 쳤어?”
“니 같음 맞고만 있냐? 하루 세끼 챙겨 먹여 주는 걸로 만으로도 감지덕지 하지, 뭔놈에 반찬투정을 하냐?”
“뭐야 또 싸웠어?”
“마누라 혼자 승질낸거지 뭐.”
“그 이쁜 얼굴에서 무슨 승질은.”
“야. 너같으면 집에서 꼴랑 한 번도 덜 먹는 밥 매일같이 햇반에 3분짜장 으로 먹을 수 있겠냐?”
“제수씨 얼굴에 그렇게 주시면 감사합니다- 하고 나 같음 받아먹는다.”
“3개월을 이렇게 살았다. 아침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어 나기라도 하지.
처음 1주일은 일어났었지.
현관에서 그때까진 배웅하더니, 그 다음부턴 내가 깨우니까 짜증내다가 알람시계 집어 던지더라.
집에서 또 뭐 빨래, 청소 하는것도 아니야.
점심때 쯤 일어나서 이주현이랑 전화하고 그 이후로 TV편성 프로그램 쫙 잡아 놨더라.”
“뻥치고 있네.”
뻥이라기엔 너무나 불쌍해 보이는 얼굴이라 마주 앉아있는 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어젠 내가 밥 좀 먹자고 딱 한마디 하니까 집구석에 있는 숟가락 젓가락 포크고 다 집어 던지잖아.”
괴롭단 심정은 느끼나 이쪽도 좀 왜곡된 듯?
-
“규리야-”
쌔가 빠지게 일하고 귀가해 현관 앞에서 강규리를 외치는 박지완이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요즘은 개나 소나 현관문은 비밀번호.
신혼 분위기를 내고자 초인종을 누른 거겠지.
결국 지쳐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고 들어가는 그.
박지완 그의 생각은 강규리가 남편을 맞아 샤워라도 하고 있는 줄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일.
포*칩? 입에 이쁘게 물고 소파에 누워 엉덩이를 긁고 있었다.
누가? 강규리가.
“왔으면 들어오지 왜 밖에서 남에 이름을 불러대냐 시끄럽게.”
“난 너 죽은 줄 알았다?”
“에- 살아있는뎅?”
할 말을 잃었다.
언제였던가. 3일? 4일 전부터 계속 저 파자마를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계속 갈아입었겠지 싶은 그였지만, 다른 옷을 입은 적을 본 적이 없는데?
“너 언제 씻었냐?”
“응? 몰라~”
‘결혼한지 3개월된 신혼부부가 맞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100일도 안됐어요~’ 라고 대답하겠죠.
“밥줘.”
“으읏샹-”
긁던 엉덩이를 마저 긁고 일어나는 아내.
*
퇴근을 하자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남편의 발소리를 듣고 나와 문을 여는 아내.
현관 밖에서부터 나던 맛있는 음식냄새
집에서도 원피스에 레이스 앞치마를 두르고 국자를 한손에 쥐고 있다.
“이런이런- 이런 밤에 위험하게 집밖에 나오면 어떡해.”
“아잉- 자기가 너무 보고싶어 견딜수가 없었어용-”
집안에 들어오자 너무 깨끗히 청소된 탓에 번쩍이는 마룻바닥.
넓은 식탁 가득히 갈비찜등 한 끼에 먹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푸짐한 음식들이 있다.
아내는 남편의 양복마이를 받아든다.
“아니,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은?!”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당신 생각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용!”
“오오- 리이-”
“오오- 와안-”
놀고있네.
남들이 웃는다.
거실 가득 과자 부스러기, 어찌나 잘 챙겨 먹는지, 사과, 감, 귤 껍질.
청소는 이제부터 해야지. 청소부께서 컴백하셨으니.
그래도 읏샤- 하고 남편 밥을 챙겨 먹이겠다고 일어선 아내
꼴에 남편이라고 널부러진 과일 껍질들을 피해 총총 뛰어 가는 규리가 이뻐 보일 뿐이다.
지완이 옷을 대충 갈아입고 거실을 치우고 있을 즈음 이였다.
불안한 냄새가 풍겨 오던 건.
설마 아니겠지?
코를 막아야겠다.
박지완은 과일 껍질들을 모아 부엌으로 갔다.
이게 웬걸.
라면?
“짜장 떨어졌어. 햇반도 일인분 밖에 없다 오빠.”
식탁에 앉아 3개월차 부부는 식사를 하고 있다.
햇반 하나, 라면, 김.
끝.
“강규리.”
“맛있어? 계란 두 개나 풀었다?”
“나 지금 달걀 껍질 씹었다.”
“잘 가려먹지.”
잘 가려먹지?
속에서 스팀이 확 끓어오를뿐인 지완이다.
결국 터진거지 뭐.
“야. 니가 나가서 돈을 벌어, 집에서 청소를 해, 빨래를 해? 밥이라도 제대로 먹자 좀!!”
“뭐? 야. 불만 있음 니가 해 먹어! 밥도 내가 했고 김도 내가 짤랐고 라면도 내가 끓였어!!”
“밥? 이거 햇반? 장난 하냐? 나도 된장찌개 김치찌개 좀 먹어보자.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나.”
“주는 대로 받아먹어 그냥! 싫으면 내가 도우미 쓰자 그랬잖아!!”
“내 한달월급이 얼만데 돈이 어딨냐!! 내가 12첩 수라상을 차려달랬냐?
밥솥은 왜 샀냐!! 고구마 쪄먹을라고 샀냐? 갓다 팔아 그냥!!”
“돈 못 버는게 자랑이냐? 쪽팔리는 줄 알아!!”
“돈 못 벌어?? 니가 나가 벌어봐. 어?!! 째진 입이라고 쉬운줄 알아?”
“나도 너 이정도로 못 벌줄 알았으면 의사 검사 랑이나 했지,
너 같은 돈 못 버는 월급쟁이랑 했겠냐? 데리고 살아 주는 거 감사한줄 알아!!”
“의사 검사가 돌았냐? 집에서 밥이나 축내는 기집애 받아주게?”
“개새끼야 기집애 라고 하지 말랬지!!!”
강규리 손에 들려있던 숟가락이 식탁을 맞고 튕겨 박지완의 옆을 스쳤다.
“주워라?”
“니가 주워라?”
“야 강규리 이따위로 할래? 주워.”
“싫어.”
“말로 할 때 주워라?”
“말로안함 어쩔라고? 때릴려고?”
“이게 진짜.”
“때려!! 때려봐!!!!”
**
박지완. 그는 오늘도 달린다.
“그래. 난 박지완.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띵동- 띵동-
“오빠왔어?”
한번만에, 초인종이 눌리자 한번 만에, 단순히 문 열림 버튼을 누르는게 아니라, 직접 문을 열고 나왔다.
뭐 대단한 거냐고?
대단한 거겠지.
과자부스러기 하나 없는 마룻바닥.
더욱 놀라운 건 현관 앞에 눕혀진 쌀이였다.
지완은 규리의 이마에 손을 얹어 보았다.
혹여 어제 숟가락으로 뺨을 맞은 것 때문에 미쳐버린 것이 아닐지 심히 걱정 되었기 때문이였다.
“규리야.”
“괜찮냐? 피났어?”
규리는 지완의 뺨에 붙어진 밴드를 떼어내고 울상을 하며 상처를 쓰다듬었다.
주현이 전화로 하는 말에 찔리긴 했던 모양이다.
“밥 할려구 했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서. 김치는 엄마집에서 가져왔는데 김치찌개 어떻게 해?”
“뭐?”
“응? 어떻게 해?”
“아니야, 자기 그냥 앉아 있어. 고생했어. 내가 다 할게.”
지완이 얼른 마이를 벗고 쌀을 부엌으로 들어 가져갔다.
규리는 그대로 소파에 앉아 편성표를 다시 확인한다.
그리도 좋은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쌀을 씻고,
옆집에서 밀가루 식용유에, 온갖 재료들을 빌려와 김치전, 김치찌개를 만드는 그였다.
“어때? 맛있어?”
TV로 호머가족들을 보고있던 규리가 마지막에 와 간을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요리는 지완의 몫이였다. 물론 그가 원해서였지만.
“맛있다. 이제 오빠 니가 맨날 저녁하면 되겠다. 그지?”
“그래야지~ 얼른 앉아, 먹자.”
전기밥솥이 해주는 밥도 못하는 아내에게 살림을 맡기고 무슨 생각으로 분가했을지 모를 부부다.
성격은 개차반이라도 단순 무식한 부부.
똑똑한척 다 하면서 아내를 공주처럼 떠받드는 남편.
성질 머릴 고쳐놓긴. 개뿔.
오늘부턴 돈 벌어 와서 청소, 빨래, 밥 까지 하게된 남편 박지완이다.
첫댓글 ㅋㅋ귀여운커플이네요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귀엽네요 진짜 ㅋㅋ 보면서 웃음이 지어지는 ㅎ ㅋ
웃으셨다니 다행이에요~ㅎㅎ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좀 그런면이 있쵸ㅎ,,,, 코멘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