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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4년.
- 우리는 친구였습니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는 어느 마당 안에서 아침이 되자마자 부시시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그 곳에서 꺼낸 온 몸이 따뜻한 그것은 사람에게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그런 귀여운 강아지.
강아지를 사랑스럽게 안아들며 씨익 웃는다.
" 현우, 어떠냐! 밤새 떨며 내게 잘못을 빌 생각이 든것이냐."
익살스럽게 웃으며 강아지에게 말을 거는 여자.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강아지는 말이 밤새 떨었지. 그녀가 놓아둔 따뜻한 이불 속에서 여느 집 안에 있는
강아지처럼 따뜻하게 잠에 들어 여자를 반기는 중이었다.
" 꺄악, 현우! 이런식으로 나에게 보복을 하려는 것이냐!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이냐! "
여자가 이상한 말투를 쓰며 나름대로 나무라는데도 주인이라는 둥, 변함없이 여자에게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
게다가 강아지의 이름은 다른 강아지들과는 다르게 '현우'라니 보통은 '뽀삐', '초롱이' 이러지 않던가.
그래도 여자는 변함없이 강아지를 보듬어 안아 집 안으로 들어선다.
" 박연지! 너 뭐하는 거야! 또 이 녀석 밖에 재운거야? 어? 너 죽어볼래? "
" 꺄악! 강현우!!! 내 강아지 내가 마음대로 하는데 왜이래! 아퍼! 아프다구! 이 멍청아! 엄마!!! "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실내화를 들고 벼르고 있던 남자에게 대책없이 당한 여자.
그리고 자신은 맞을 이유가 없다는 듯이 안방에 있던 어머니를 부른다.
맞으면서도 '현우'는 절대 한 대도 못 맞도록 온 몸으로 보호하면서 말이다.
" 박연지!! 일어났으면 씻어야지! 아침부터 집 안에 개를 들이고, 네 이놈! "
" 아악! 뭐야, 엄마! 내 편이어야지! 아이참, 현우는 원래 집 안에서 기르는 거야!! 왜이래!! "
오십보 백보.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지원군으로 불렀던 어머니. 가볍게 여자의 적이 되어 남자와 함께 한통속으로 여자에게 실내화
구타를 시작한다. 물론, 여자는 정말 필사적으로 '현우'는 못 맞도록 말이다.
" 들어간다구! 들어가! 아 진짜. 방학인데, 안 씻으면 덧나?!! 그리고 엄마도 맨날 씻는거 아니잖아!"
" 뭐라고! 이것이! 나이 먹었으면 나잇값 좀 해라!! 어? 뭣이 어쩌고 저째? "
마지막 온 힘을 실어 던진 슬리퍼. 그걸 피해 냉큼 '현우'와 욕실로 들어온 여자다.
'현우' 는 가볍게 탕안에서 돌아다니도록 놓아두고 자신은 서슴없이 옷을 벗어버리고 씻는다.
" 박연지! 문 열어! '현우'는 두고 씻어야지! "
" 시끄러! 내 강아지야! 나랑 같이 씻든 말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그래! "
욕실 문 밖에서 어머니와 2차 대전을 벌이던 모습을 든든하게 구경하던 남자. 즉, 사람 현우가
다 큰 여자가 애완동물과 함께 씻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욕실 문을 두드린다.
" 너 자꾸 두드리면 내 몸을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라고 오해하겠어! 알겠냐! "
" 뭐어? 니가 볼 게 어디있냐!!! 보여줘도 안 본다 안 봐! "
" 그러니까 좋은 말할 때 니가 좋아하는 벗는 여자들이 나오는 책이나 보라고! "
얼굴이 붉어진 현우는 그대로 방으로 직행. 이어, 연지의 어머니께서
' 니들 지금 밥 안 먹으면 니들끼리 개 사료를 먹든지 알아서 혀라! ' 라는 협박에 못 이겨
엉금엉금 나오는 현우와 뽀샤시해진 모습으로 욕실을 나오는 연지.
물론 옆에서 엑스트라로 항상 따라다니는 귀여운 '현우'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엄마, 딸이 오랜만에 방학해서 집에 있는데 왜 이렇게 무심해? "
" 방학해서 내려온 건 하나도 안 반갑다. 현우 니 많이 먹어라. "
" 네, 어머니."
" 뭐, 뭐야!! 왜 현우만 챙겨! 나는! 내가 엄마 딸인데 이거 뭐야! "
" 억울하면 지숙이한테 가서 챙겨달라 혀! 엄마 이제 일나가야 하니까. "
" 씨이, 지숙이 이모는 아직 한국 안들어 오셨잖아! 현우, 너는 이모랑 같이 오지 왜 혼자오고 난리야! "
" 뭐야. 오랜만에 와도 뭐라 그러네. 엄마는 이번주에 오시니까 잔말 말고 기다려. "
지숙이 이모. 현우의 어머니를 연지가 칭하는 말이다.
9살부터 만나 지금 23살까지 옆집에서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는 이 두 남녀.
무려 14년간 변함없이 여느 친구들보다 과한 우정을 실행 중에 있다.
*
" 박연지. 그 치마 너무 짧은 거 아니냐? "
" 뭐가? 난 평소대로 입은 건데. 게다가 앞으로 취업하게 되면 이제 이런 옷들 다 못입는걸? "
" 미리 정장에 익숙해 지는 건 어떠냐? "
" 씨이! 왜 이래? 강현우? 몇 년간 외국 갔다 왔더니 내가 여자로 보이는 거냐? "
" 어? 뭐, 뭐가!! 누가 그래! 아니, 스물 셋이나 먹은 여자가 이렇게 옷을 입고 다니니까! 나는! "
" 이상하다. 강현우? 이제 곧있으면 나도 사회인 아니냐. 그 때는 입으라 해도 안 입을거야. 갔다 온다!"
" 으악. 어디가는데!! "
" 몰라몰라~ 오늘 안 들어 올거야. 지숙이 이모 오시면 연락해! "
" 박연지! "
씻자 마자 밖으로 나서는 연지. 급하게 나서면서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현우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 박연지. 아무래도 치마가 너무 짧잖아. "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빗어내리며 연지의 침대에 누워버리는 현우.
몇 년간 외국으로 갔다 온 탓에 아직 한국이 어색하지만 변함없는 연지가.
그리고 자신의 발 밑으로 낑낑대며 연지의 침대로 올라오려는 '현우'까지 반가웠다.
" 읏차, 이 녀석 많이 컸네? 그 때는 내 손바닥만 하더니? 응? 연지가 잘해주냐? "
원하던 연지의 침대로 올라왔지만 예상외로 연지가 아닌 무서운 주인 현우가 있어
당황해서 버둥거리는 '현우'를 씨익 웃으며 다독여 주는 현우. 그러다가 나이를 먹었어도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현우'를 놀려줄 생각도 하는 듯 말이다.
" 이 녀석이! 주인을 못 알아보고? 응? 내 덕에 연지 만났으니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
역시 주인이었는지라 그새 잘 따르는 '현우'. 무서워서 덜덜 떨며 잘 따르는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연지가 나간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놀다 치진 현우는 연지의 향이 가득한 침대에서 잠이든다.
물론 '현우'와 함께.
*
" 엄마! 나 밥! "
" 엄마! "
" 뭐야, 아무도 없는 거야? 강현우! 이 자식 간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그 짧은 치마를 입고 오며 쿵쿵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연지. 23살 먹어도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정말 나잇값을 하지 않는 듯한 소리로 열심히 오르고 또 올랐다. 익숙하게 오른쪽으로 살짝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연지. 연지가 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자고 있던 '현우'가 일어난다. 낑낑거리며 잠든 현우의 품에서 힘겹게 나와서
연지를 보고 꼬리를 흔든다. 나 좀 내려줘요.
" 응? 어머, 현우! 뭐야, 네이녀석! 여기서 뭐하는 것이냐! 큭큭,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어? 응? "
꼬리를 흔들며 마냥 자신에게 올려고 아둥바둥 거리는 '현우'를 보고 익살스럽게 웃으며 놀려주고
거기에 익숙하다는 듯이 입던 옷을 내던지고 집에서 편하게 입으려는 츄리닝을 찾으려 침대 이불을 들치는 순간.
연지의 표정은 요즘 즐겨 보는 아내의 도발에서 금재의 어머니의 얼굴색 마냥 밀가루를 뒤집어 쓴듯한 색으로
변하는 건 물론이요, 말이 나와야 하는 입에서는 나오지 못하고 입만 어벙벙하면서 중얼거리는 그러니까 딱
귀신 본듯한 표정이다. 깊은 잠에 든 현우를 본 연지는.
" 변태강!!!!!!!!!!!!!!! "
" 꺼져! 이 자식아! 너 지금 뭐하는거야! 다 본거지? 집에 안가고 뭐하냐고! 죽을래? 어? "
쿠션을 가지고 잠들어 있던 현우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부 다 쳐버리는 연지. 그에 반해 놀래 일어난 현우는
이유도 모른채 반항없이 맞기만 하고 있다. 손으로 최대한 방어를 하면서 말이다.
옵션으로 침대에 있던 '현우'는 그런 주인을 보며 눈물을 살짝 흘리며 이리저리 피해다닌다.
" 박연지.. 다 친거냐. "
" 씨, 씨! 너! 너,!! 너!!!!!! 여기서 뭐한거야! 뭐한거냐고! 주인없는 방에서! "
" 한 두번도 아니고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
" 짜증나! 너 있는 것도 모르고 옷 갈아..!!!!!!!!!!!!! 야! 변태강 나가! 나가! 나가라고 이 자식아! "
순간 '현우'의 시선을 포함해서 방 안의 시선들이 연지의 다리로 향해졌고, 저도 모르게 보게 된 현우와
보인 연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며 쫓겨나가는 현우, 울컥 하며 왠지 모르게 열받으면서 바지를 입고 있는
현우를 순진무구한 얼굴로 바라보는 '현우'다.
*
" 야! 박연지, 내가 일부러 본 거 아니라고. "
" 건들지마."
" 아 진짜, 어렸을 때 다 봐놓고 이러기냐? "
" 어렸을 때 몸이랑 지금이랑 같냐? 어? 살기싫지? 어? "
" 아, 팬티 입고 있었냐! 니가 다 벗은 것도 아니고! 어? 팬티 색 본 게 창피하냐! 어? "
" 씨, 너! "
" 아니, 애초에 남자로 안 보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니가 먼저 아니냐? 어? 근데 왜 이러는건데! "
" 씨발, 짜증나. 말발 존나 세. "
" 야! 박연지! 아직도 말투 못 고친거냐? 내가 몇년 전부터 고치라 했잖아! "
" 그래! 니가 그러라 해서 그러고! 이러라 해서 이랬다! 근데, 뭐? 어쩌고 저째? 아무리 우리 사이에 남녀 사이가
없다 쳐도 니가 이런식으로 나오면 안되지! 우리가 그런 사이 안 치고 !! 현우만도 못한 새끼. 짜증나!!!!
나가! 다신 오지 마! 연락도 하지마! "
울그락 붉그락, 싸우던 사람들이 잘 다투고 있다가 여자가 갑자기 남자를 쫓아냈었다고 그렇게 된거라고
'현우'가 어머니에게 진술한 뒤로 연지는 또 다시 어머니에게 맞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새끼가 그런 것도
너그럽게 못 넘기냐고, 가시나가 다 커서 이제는 있도 없는 친구 자식을 내쫓는다고 말이다.
" 짜증나, 딸 자식한테 애새끼가 뭐야. 다 큰딸을. 내가 뭐, 내가 잘못한거냐고. 짜증나. 내가 다신 그 딴 자식하고
친구하나 보라고. 짜증나. "
어머니에게 죽도록 맞고 나서 방으로 올라 온 연지는 기운 없이 침대에 누운 채로 팔을 눈에 올렸다.
자신을 이해 못 해준 현우와 또 남들 남보다 귀하게 여기는 어머니에게 억울했던 눈물을 훔치기 위해.
*
아침부터 일찍 어디를 그렇게 부랴부랴 가는지.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보다 배는 더 일찍 일어났다.
평상시라면 끼어 있어야 할 눈꼽은 자신의 자리를 상실한 듯 보이지 않았고, 코 위에 반질반질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기름은 어느새 하얀 파우더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 또한 평소하고 다르게
고데기로 머리를 곱게 말고, 거기에 기겁해야 할 건 .. 정장이다. 이 여자, 정장 옷을 입었다.
" 연지, 니 어디 나가냐? "
" 일 나가. "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거야? "
" ....어. "
" 가시나 쪼잔하게 아직도 삐쳐있는 거여? "
" 다녀올게. "
현우와 어머니. 그들과 그렇게 대판 싸운지 벌써 2달이 지났다. 그 두 달 사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자리를 잡아서
일을 나가는 연지와 어느새 한국으로 돌아와서 현우와 연지를 화해 못 시켜서 안달나 있는 지숙이와
나도 뿔났다. 라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며 예전과 달리 화해를 청하지 않는 현우, 그리고 연지가 왜이렇게
삐쳐 있는지, 섭섭해 한지 아는 어머니. 이들의 관계, 지숙이가 온 거 빼고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냉전 중.
*
여전히 입버릇도 변하지 않고 씩씩거리며 길을 걷는건 여전하지만, 나름 정장도 입었고 머리도 평소와 다르고
여태까지 보았던 연지의 모습과는 달랐다. 옆 집이라 그런지 그렇게 나가는 연지를 바라보는 현우도
2달 새에 분위기도 달라져 있었다. 묘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거리감이라 받아들이기 싫은 듯, 인상을 쓴다.
" 아들, 그렇게 보지만 말고 쫓아가보지? "
" 몰라. "
" 다 큰 여자 방에 들어간 아들이 잘못한 거라니까? "
" 이때까지 그래왔어도 아무말 안했다고. "
" 다 큰 여자 방에는 여느 아버지들도 들어가기 힘들다잖니. 아들이 이해해. "
" 싫어. "
" 오늘 일 나간거면 회식 하지 않을까 싶어? 응? 아들이 데리러 나가야지? "
" 내가 왜. "
" 뭐야 아들? 자칭 흑기사라며. 강기사 어디 가셨나? "
연지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부터 연지가 선배들과의 대면식부터 개강파티, 종강파티까지 끊임없이
연지가 취했을 때쯤에 무사히 집으로 데리고 오던 현우다. 일을 나가는 연지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현우를 보는
지숙이는 좀 더 아들이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또 말을 해본다. 물론 얼굴에 미소를 가득 안으며.
*
연지의 지인들은 모두 연지더러 술이 약하다고 작작 좀 마시고 다니라는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나 세다고. 라는 말을 연발하며, 흔히 들 술이 술을 마신다는 일을 벌써 몇 해동안 수십 번은
겪는다. 그 술주정을 다 받아주는 건 현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에 가만히 누워있는 현우의 폰 액정에
불이 들어오고 곧 ' 주정뱅이 '라는 이름이 뜬다. 소리에 이끌려 폰을 본 현우, 피식 웃는다.
- 오빠 데리러 와용♥♥
" 진상, 또 취했네. "
자신이 한국에 있었을 때는 술자리에서 취했다 싶으면 평소하고 다르게 애교가 가득한 문자가
항상 왔었다. 그런 연지가 익숙하다는 듯이 겉옷을 챙기고 방을 나간다. 방을 나가니 거실에서 누구와
통화하는 건지 신나게 웃으며 통화하는 어머니를 향해 피식 웃으며 신발장에 올려진 차키를 들고
나간다. 이렇게 말하고.
" 강기사 갑니다. "
*
문자를 본지 20여분 후, 회식하는 자리에 도착한 현우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학교에서 갖는 술자리라면
연지를 그냥 데리고 가도 문제가 없었지만 여기는 연지의 일자리에다가 그 일의 선배들이 난무하는 자리
아니던가. 밖에서 계속 고민하던 현우 앞에 갑자기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나온다. 모두 얼큰하게 한 두잔
걸친 것이 쌍욕까지는 아니지만 제정신으로 듣기엔 거북스러운 말들이 서로 오가고 있었다. 그 가운데
현우가 정말 잘 아는 여자 하나가 양 쪽에 동료들을 끼고 나왔다. 얼굴은 발그레해서 목소리까지 고음으로
올라간 상태인.
" 아아? 꺄아, 오빠! "
고음인 이 여자. 대뜸 자신을 보더니 오빠란다. 혀는 물론이고 몸까지 술에 먹힌 이 여자.
결국 웃음을 일으키는 연지 때문에 피식 웃으며 현우가 다가간다. 주위의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해가며.
" 왜 이렇게~ 늦게 온거야아? 이힝, 보고 싶어썽!!!!!!!!!!!! "
" 어머, 연지씨. 오빠세요? 연지가 술 많이 마셨더라구요. "
다행히 여동료들도 있었는지 연지의 오빠라 칭하는 현우에게 소위 앙탈이라 말하는 목소리로
어머나거리며 연지를 더욱 챙긴다.
" 아, 예. 제가 연지를 데려다 주겠습니다. "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에게서 연지를 받은 현우는 연신 죄송하다며 집으로 향한다.
조수석에서 멋도 모르고 잠든 연지를 보며 말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 씨익 웃다가 오물오물거리고
갑자기 인상을 쓰다가 오만 가지 표정이 나오는 연지를.
어느새 집에 다 왔을까. 잠시 차를 멈추며 아직도 자는 연지를 바라본다. 14년동안 그렇게 싸운건 또
처음이었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말을 안하며 얼굴까지 안보며 연지의 뒷모습까지 바라본 건.
그렇게 생각하자 옆에 누워 편하게 자고 있는. 게다가 그 회식 자리에서 무슨 정신으로 자신에게 문자를
보냈을지. 다행히도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을 찾는 그 버릇이 여전한 연지를. 그런 연지를 바라본다.
" 개진상. 뭔일로 편히 자네. "
저, 개진상이란 말만 뺏으면 정말 한없이 멋진 남자였겠지만 말이다.
*
" 으음. "
아 머리야. 하고 인상을 쓰며 눈을 뜨는 연지의 앞에는 아, 깜빡하고 밖에 안 뒀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하는 듯이 자신의 얼굴일 연신 햝고 있는 '현우'가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꼬리까지 살살 흔들며
연지에게 재롱까지 부리는 '현우'.
" 내려가거라. 돼지. "
잠자고 있던 연지가 눈을 떠서 그런지 아예 내 세상이다. 하며 침대위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현우'.
그런 '현우'가 정신이 없어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는 연지의 눈에 밟히는 건, 어제 현우가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사준. 연지의 해장용 오렌지 쥬스.
" 아, 강현우. "
맞다. 내가 불렀지. 하며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짓는 연지. 그리고 손을 뻗어 오렌지 쥬스를 한 손에 들며 한 손으로는
익숙하다는 듯이 단축번호 444를 누른다. 다른 이들이 보면 기겁하겠지만 연지나 현우나 서로의 폰에는 444번으로
저장되어 있다. 이유는 서로 못 잡아 먹어서 라고 말하면 다들 한대씩 때릴려 들겠지만 말이다.
" 이따해. 개진상."
" 난 이거말고 제리감귤이 좋다니까? "
" 또 시작이야. 그거 우리 동네에 없잖아. "
" 차 있잖아."
" 취한 너 감당하기도 벅차. "
" 그래도! 이건 시단말이야! 난 쫌 더 단게 좋아! "
" 어린애같이. 회사는. "
" 우린 5일제라서 오늘 쉬지롱. "
" 거저 먹네. 진상."
" 핏, 집에와. 보고싶으니깐. "
" 꺼져. 제정신으로 그러지마. 무서워. "
" 야! 오라고! "
" 니가와. 엄마가 너 보고 싶어 하시니까. "
" 짜증나! 안가! "
툭 끊으며 폰 마저 던저버리며 침대에 푹 누워버리는 연지. 그런 연지를 보며 신난다며 앞발바닥으로 연지의
왼쪽 볼에 도장을 찍어대는 '현우'. 이내 그런 '현우'를 그냥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현우'를 데리고
국민브랜드 삼선을 신고 옆집으로 향하는 연지. 입에는 함박웃음을 달고.
" 이모!!!!!! 현우가 나 덮쳤어요! "
믿을 수 있던지 없던지 알 수 없는 유언비어의 말을 퍼뜨리고 말이다.
앞으로 몇 년 후일지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 얄팍한 우정을 지키며 연인이 되어 부부가 될지 평생가는
죽마고우가 될 지 그건 아직 모르는 비밀. 무려 14년이란 말을 현우와 연지가 들으면 에걔? 이제 14년이란
반응이 나올 만큼 아직 그저 그런 두 사람. 아쉽게도 친구에서 연인으로인 전개는 이들에게 아직이다.
↓ ↓ ↓ ↓ ↓ ↓ ↓
망작입니다.
그저 망작이라는 말만 나올 뿐입니다.
처음에 쓸 때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테마였는데
이렇게 끝내버렸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첫댓글 억...단편 안돼나요? ㅜㅜ 재밌어요 현우 멋있는대 좀 쪼짠한듯 ㄷㄷ
* 아하하 ㅎ 순식간에 현우가 쪼잔한 이로 등장해 버렸네요 ; 뭐, 아직은 친구 사이기에 그러지 않을까요 ㅎㅎㅎ 현우를 멋있게 봐주시는 것과 또 다른 편은 없음을 알려드리며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 네ㅎㅎ 저도 소설을 쓰면서 스크롤바로 다시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답니다 ㅠ 민빈컾님도 현우같은 친구 만나실 수 있을거에요ㅎㅎ 오래 사귄 친구만큼 말이 통한 친구도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 ㅎㅎ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