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서울 북촌을 가다] 편을 본 사람이라면 인형작가 윤혜원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새내기 북촌 주민이라 첫인사가 어색할 법도 한데,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고 동글동글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녀.
그런 그녀가 만드는 손뜨개 인형들은 그녀의 마음만큼이나 둥글고 포근해서 바라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자신의 꿈을 찾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은 손뜨개 인형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당찬 그녀, 윤혜원을 만나 보자.
인형작가의 업무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스타일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주문제작을 해주는 것이죠.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자신의 생각을 스케치해 도안으로 만든 뒤, 털실로 표현해내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인터넷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손뜨개 인형’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보고서도 너무 배우고 싶었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손뜨개로 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배울 수 있는 통로가 없었죠. 그래서 한 동안 잊고 있었는데, 영화포스터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손뜨개 인형을 다시 접하게 된 거에요. 그때 “아, 내가 옛날에 이걸 하고 싶어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엔 꼭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취미로 시작을 했는데, 하다 보니 푹 빠지게 된 거죠. 아무리 인형을 만들다가 밤을 새도 피곤하지 않고, 가족들과 친구도 칭찬해주고.. 그렇게 이게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고, 홍대 프리마켓 작가 시절을 거쳐 현재는 전문 인형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어로 ‘마루코’는 ‘동글동글한 아이’를 뜻해요. 사실 일본에 있을 때에 얼굴이 지금보다 더 동글동글했거든요(웃음) 그런데 한국에 와서 인형을 만들다 보니,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눈이랑 코도 동글동글한 거에요. 그래서 ‘마루코’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어요.
첫 번째는 바느질 연습이에요. 기초적인 바느질 실력이 있어야 손뜨개 인형을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디자인 책을 많이 봐야 해요. 꼭 인형 분야가 아니더라도요. 그런 책들을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디자인들을 보며 자연스레 인형 디자인 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색감 및 색 배합 공부를 통해 어울리는 색들을 찾아내는 게 필요해요. 이런 노력들이 결국은 자신만은 스타일을 구축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거겠죠.
단점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즐겁거든요 (웃음) 하지만 그래도 꼭 하나 집어야 한다면 스스로가 모든 것을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나태해질 수도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너무 놀아서 작업을 제대로 못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답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개성이겠죠.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이라든지, 추구하는 색감이라든지, 그런 게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이 있다면 그것을 입체로 표현하는 것이 인형작가이니까요.
하지만 수강생들에게 손뜨개 인형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클래스가 있는 날에는 거기에 맞춰 스케줄이 조정 되요. 보통 오전 10시 반, 그리고 오후 2시에 수업이 있으니까 9시 정도에는 기상을 하고, 수업을 하고, 2~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곤 하죠. 그리고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다시 제 작업을 하고요.
이 직업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은 딱히 없었어요. 일단 직업 자체가 흔치 않은 거다 보니 본보기를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어떤 건지 잘 모르니까 환상이라는 걸 딱히 가질 수가 없었죠. 지금은 너무 즐거워요. 그냥 제 스타일대로 하나하나 해 나가는 거니까요.
인형은 제가 만들고 싶을 때 만들어야 예쁘게 나와요. 그런데 인형 제작 의뢰를 받을 때 “언제 언제까지 완성해!” 이런 식이면 그럴 수가 없으니까 인형도 예쁘게 안 나오고 저도 만드는 게 힘들죠. 저는 이게 일이긴 하지만 취미이기도 해요. 그런 만큼 작업도 일처럼 느끼며 부담 갖고 하기보다는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한테 의뢰를 하시는 분들께는 그런 걸 말씀 드리고 천천히 기다려주실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의뢰를 받아들이죠.
자격증 같은 건 없어요. 다만 자기 ‘스타일’이 필요해요. 이건 모든 디자인에서 다 마찬가지에요.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든가, 색감이 명확히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모든 디자인에 있어서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손으로 하는 걸 좋아해야겠죠. 사실 의자에 앉아서는 작은 것들을 손으로 꼼지락 대면서 만드는 걸 안 좋아하거나 못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섬세한 것을 할 줄 알아야 해요. 정말 조그만 인형이나 작품을 만들 때에도 있는데, 얼렁뚱땅 하는 성격이라면 제대로 인형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겠죠. 결론적으로 성격이 맞아야 잘 할 수 있는 거겠죠.
그리고 홍대 프리마켓에서 작가로 7개월 정도 활동했던 것도 지금 이렇게 전문 인형작가로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아요.
강좌를 통해 생계유지를 하죠.(웃음) 사실 주문은 한 달에 한 두 번 들어오는 정도에요. 하지만 돈을 보고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아직까지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많이 욕심을 부리거나 불만스럽거나 하지는 않아요.
두 개 다 매력이 있어서 하나만 꼽기는 어려워요. 물론 저는 제 개인 작업을 할 때가 가장 즐겁죠. 내 생각을 스케치로 표현하고, 그것을 또 인형으로 표현하고.. 그런 과정이 다 즐거워요. 반면 수강생을 받아 강의를 하는 경우는 매달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하는 그런 과정이 즐겁죠. 제 작업 자체가 누구를 밖에서 만나고 사귀고 하는 사회적 성격이 적은데, 이렇게 강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을 통해 에너지도 얻고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게 있어서 그것도 즐겁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세요. 마음이 시키는 것들은 다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학생 때는 취업 때문에 고민은 있겠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나 업무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대학생 때야말로 정말 해보고 싶은 걸 다 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때죠. 인생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해 본 게 자기 직업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다 해 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형 아티스트로서 전시회도 열고 하며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것. 인형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하찮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걸 뛰어 넘어서 제가 만든 인형들이 제대로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털실의 종류라든지, 각 털실의 질감이라든지, 이런 것에 공부하고 알아두시는 것이 좋아요. 뜨개질도 정말 많이 해보셔야 하고요. 그리고 디자인이나 색감에 대해서는 항상 많이 보고 공부하시는 자세가 필요해요. 바느질 연습도 꾸준히 하셔야 하고요. 이 분야를 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핸드 메이드 작업이다 보니, 이런 일상적인 연습들을 많이 하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Q1. 인형작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 자신이 갖고 있는 자신만의 특색,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이라든지, 추구하는 색감이라든지, 그런 게 명확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있으면 그것을 입체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히는 것이 가장 갖추어야 할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 Q2. 인형작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 주문을 받았을 때 손이 가면 갈수록 작품은 더 예뻐져요. 저는 정성을 많이 들여서 제가 100% 만족을 하면 인형을 받으시는 분도 100% 만족을 하실 거라고 장담을 해요. 여태껏 보내서 다들 너무 예쁘다 하시고, 인형이지만 그것 덕분에 정말 웃음이 나고 그런 작품을 받아서 행복하다 말씀하실 때, 그럴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 Q3. 인형작가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은
- 인형작가는 일종의 프리랜서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요. 장점은 프리랜서다 보니 제가 만들고 싶을 때 만들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다는 거죠. 반면 단점은 제가 시간을 모두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나태해지고 놀 수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그렇게 되지 않으려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요.
- Q4. 인형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 기본적인 털실에 대한 질감이라든지, 그런 것을 많이 보고 알아두시면 좋고요, 많이 떠보시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여러 디자인 책 같은 것들을 많이 보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색감 배합이라든지 디자인적인 색감도 많이 공부를 하셔야 하고 기본적인 바느질 스킬도 연습하셔서 늘리셔야 해요. 그러니까 핸드메이드라는 게 기본적으로 손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딱히 뭘 해야 한다기 보다는 이런 종목을 하고 싶으시다면 그것에 관한 ‘연습’을 많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죠 ^^
- Q5. 영삼성 회원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 영삼성 여러분, 꿈이 있으면 밀고 나가시고요, 아직 대학생이신 분들은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너무 놀기만 하지 마시고, 만약 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인생이란 모르는 거니까요. 저도 제가 인형작가가 될 줄 몰랐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저것 많이 해보면 자기가 모르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해보시고 열심히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__^
일본에서 일러스트를 전공으로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는 저만의 색감을 잘 찾지 못해서 취업을 할 때 전공을 살리기 보다는 출판회사에서 편집디자인 일을 했었죠. 그러다 비자 문제로 다시 한국에 와서 영화포스터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이나 촬영, 캘리그래피 쪽 일도 해 보고 그랬죠. 그러다 우연히 손뜨개 인형 쪽을 다시 만나,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전문 작가로 활동하게 됐죠. 대학교 졸업하고서는 오히려 저만의 색감을 찾지 못해 방황했었는데, 지금은 딱 저의 색감과 길을 찾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