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60) - 뜻깊은 포틀랜드와 프리덤 트레일 탐사
10월 2일(일), 아들의 승용차로 보스턴에서 두 시간 거리의 항구도시 포틀랜드를 다녀왔다. 포틀랜드는 미국 동부 맨 위쪽에 있는 메인MAIN)주 동해안에 있는 유럽풍의 도시로 랍스터의 명산지이자 아름대운 등대로 널리 알려진 곳, 서서히 단풍들어가는 북부지방의 도로변 경관이 운치 있고 가족들과 담소하며 달리는 드라이브코스가 멋있다.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 주를 벗어나니 뉴햄프셔 주, 이에 접어들자 아들이 주의 모토가 ‘Live free or die'(자유롭게 살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일러준다. 그만큼 소중한 자유를 유린하는 자 누군가? 뉴햄프셔를 거쳐 메인 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여러 개의 강과 짙은 숲이 이어지는 쾌적한 길, 도로 양편을 질주하는 차량 대부분이 승용차들이다. 아무쪼록 안전운행하시라.
울창한 숲 속의 휴게소에 잠시 들른 후 포틀랜드에 들어서서 먼저 찾은 곳은 아름다운 등대,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바닷가 초원의 성조기가 일행을 환영하는 듯 힘차게 나부끼고 흰 물살을 가르며 바닷가 암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우렁차다. 짙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등대에 이르니 관광객들로 북적, 이를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포틀랜드 등대의 모습
등대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승용차에 올라 포틀랜드시내로 향하였다. 10여분 걸려 도착한 시가지는 비교적 조용한 편, 포틀랜드 입성에 앞서 들른 휴게소에서 탐문한 랍스터 전문식당을 찾으니 넓은 야외좌석과 비좁은 실내 공간이 먼저 온 손님들로 만원이다. 마침 식사를 끝낸 이가 웃으며 좌석을 양보, 랍스터와 가재를 곁들인 메뉴를 주문하니 비교적 빠른 시간에 먹음직한 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랍스터 전문점 건너편의 도넛가게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식사 후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 기쁜 마음으로 다가서니 매진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 아쉽지만 어찌하랴! 랍스타 식당 부근의 항구에 정박한 요트들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변의 한곳에 집결한 대규모 아울렛에 들렀다. 가방과 의류매장에서 한두 가지 쇼핑, 여성들은 이미 명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나 보다. 견물생심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구매일 터.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5시, 원거리 나들이를 무사히 다녀온 것에 감사. 여러분의 일상도 그러하소서.
10월 3일(월), 제4354주년 개천절을 맞아 함께 한 가족들과 기도하며 홍익인간과 제세이화(세상을 이치로 교화)의 정신을 새겼다. 하나님이여, 남북과 이념으로 갈라진 겨레에게 긍휼을 베푸소서! 흐리고 쌀쌀한 개천절 오후에 보스턴 중심가의 가장 중요한 코스를 하나로 묶은 프리덤 트레일을 두루 살폈다. 프리덤 트레일은 자유의 길이라는 뜻, 미국 식민시대와 독립전쟁의 중요 거점인 보스턴의 그 당시 발자취를 걸어서 돌아보는 탐방코스다. 탐사의 시작은 시내 한 복판에 있는 파크 스트리트 전철역 부근. 이곳에서부터 노면에 새겨진 붉은 선을 따라 가면 보스턴의 중요역사 유적지와 다운타운의 상업중심지, 독립혁명의 발상지인 파뉴인 홀과 올드 노스 교회, 세계에서가장 오래된 군함이 정박된 찰스 타운의 국립역사공원(USS 콘스티튜션)에 이르기까지 네 시간 정도 걸린다.
프리덤 트레일의 첫 코스로 들른 올드 그래너리 묘지, 미국의 독립영웅 폴 리비어와 새뮤얼 아담스,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족 등 역사적 인물이 잠들어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미국의 독립 영웅으로 추앙받는 폴 리비어의 흔적(생가와 무덤, 동상과 공원)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고지(출생지로서 가족묘지가 있고 그가 다닌 공립학교이자 옛 시청청사에 동상이 세워져 있다), 유명 문인들의 책을 출판하고 판매한 올드 코너 서점(처음에는 약국으로 지어졌다가 롱펠로우, 찰스 디킨스, 나다니엘 호손 등의 책을 출판하고 판매한 건물이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을 지나니 보스턴 중심가의 첫 탐방지인 거번먼트 센터역에서 가까운 퀸시 마켓 앞에 이른다. 이곳에서 먼저 찾은 곳은 새뮤얼 아담스가 미국이 독립할 때까지 수차례 연설한 파뉴일 홀(Faneul Hall), 이어서 찾은 곳은 1775년 4월 18일 밤에 교회의 첨탑에 횃불을 밝혀 영국군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데 큰 몫을 한 올드 노스 교회(1723년에 세워져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이어서 한참 걸어 찰스 타운 브릿지 건너편에 있는 USS 콘스티튜션에서 프리덤 트레일의 마침표를 찍었다. 갔던 길을 한참 되돌아 노스 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6시, 개천절에 즈음하여 뜻깊은 프리덤 트레일을 충실하게 탐사한 발걸음이 뿌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함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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