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온천을 한다는 것의 기분좋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물론 여독을 풀기 위한 마무리로서도 온천은 강추이지만 특히 아무 도 없을 온천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그야말로 두근두근 콩닥콩닥이고 음양의 조화를 위해 4,5층을 번갈아 가며 온천욕을 하도록 배려하는 것.
어찌보면 배려요 달리 생각하면 귀차니즘이 발동할 일이나 그래도 가장 먼저라고 생각하였지만 이미 한 사람이 점령하고 있다.
오호라 쥔장이 누리고 싶었던 혼자만의 시간은 사라졌으나 그래도 이르게 온천욕을 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게다가 야외 온천욕의 상쾌함은 그 무엇에도 비길 바는 없으나 그래도 "가고시마" 곁자락
"사쿠라지마"에서의 한밤에 계곡 노천온천에서 누리는 황홀경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
일본 여행을 한다면 그들만의 계곡 노천 온천욕의 진수를 맛보시길.
그렇게 온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룸메이트와 일행들을 챙겨 호텔 조식을 위해 캐리어를 챙겨들고 찾아든 뷔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들고나는 사람들로 인한 와중이었어도 개인적인 아침 루틴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고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올리브를 잔뜩 넣은 샐러드와 일본에서 유명한 생우유와 요플레와 플레인 요구르트를 챙겼다.
쓸데 없이 음식에 욕심 부리지 않는다가 철칙이므로 간단한 나의 아침에 다들 "그거면 돼요?" 란다.
그런데 이번 여행지 동참자들은 한결같이 시간 약속 하나는 철저하다.
어느 누구도 민폐끼칠 일은 만들지 않고 제 시간에 척척 모여드니 가이드는 만족의 엄지척.
하여 다시 "오카야마"로 향한다.
가는 길에 일본의 역사를 듣다보면 그들은 결국 생존이념은 싸움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가 기본이다.
그러다보니 곳곳에 자신의 위용과 위세를 드러낼 성을 만들고 침입하기 어렵도록 물길 "해자"를 만들고
막바지 마지막이 되어 피신을 하려고 치면 성의 마지막 부분 "천수각"을 기본으로 만들어 침입에 대비를 한다.
오카야마 성으로 가자고 들면 여행 코스로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정원이 있다.
알본의 3대 정원 중에 하나인 "고라쿠엔 정원"이다.
1687년에 착공하여 1700년에 완성된 고라쿠엔 정원은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정원이기도 하다.
몇번의 영주들이 바뀌었어도 별 변화 없이 잔존하는 정원이기도 하고 지방에 있는 정원으로서는
매우 드문 다이묘-영주- 정원이기도 하며 다양하고도 각양각색의 느낌을 주는 조촐한 정원은
하늘과 어우러진 자체 발광의 풍경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주들의 즐거움이었던 정원도 1884년 오카야마현에 양도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자랑할만한 공원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정원의 중심적 건물인 정자와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곳곳에 산재한 차실과 사당...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느끼며 바라보는 여유를 갖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강추.
사철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을 수 있으나 벚꽃 흐드러지는 봄날의 정원은 반드시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그 아름다운 공원을 지나 '오카야마성"의 "천수각"을 보러간다.
일본의 천수각은 대체로 성의 맨위에 자리하면서 쳐들어오는 침략자를 살피는 곳이기도 하고
그들이 쳐들어와서는 섣불리 침략하지 못하도록 급경사 계단으로 되어있으나 이곳은 좀 다르다.
생각보다 좁지 않아서 웬만하면 침입하기가 수월하겠다 싶은 개인적인 생각.
들어가는 입구에는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컨셉인 우산 펼쳐놓기가 설치미술처럼 형성되어있다.
검은 색 오카야마성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하기 딱이다.
돌아나오는 길에 바쁘게 지나친 해자였던 강물 위를 가로지른 철교 다리 위에서도 한 컷은 필수다.
짧은 시간 정원 산책을 아쉽게 뒤로 하고 다시 "구라시키 미관지구"로 향하면서 "오하라 미술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룸메가 그럭저럭 나름 동행을 하였다.
하지만 걷는 거리가 많아지자 드디어 룸메가 더이상 걷지 못하겠노라고 포기 선언을 한다.
이제 부터 쥔장은 시작점에 들어섰는데, 난 미술관 때문에 이번 여행을 선택했는데 어쩌지 싶었다.
물론 당사자가 제일 애가 탈 일이겠지만 그래도아쉬움 뚝뚝.
어쨋든 여행지에서의 미식, 식탐은 참을 수 없으니 때가 되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법.
가이드가 이미 버스 안에서 설명하기를 "한때 경제난이 심각하여 회를 먹지 못하게 하던 때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눈을 피해 회를 먹기 위해 뒤집기 덮밥인 채친 계란덮밥으로로 위장한 "뒤집기 스시" 점심을 먹으러 간다.
도시락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역시 사람들은 요령껏 살아남는 법을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듯하다.
게다가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도 믿지 못하여 누군가 젓가락으로라도 공격을 하게 되면 방어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젓가락을 옆으로 놓는다는 말에 민족성이 뭔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도 한다.
하긴 싸움이 그들의 생존이요 일상이었으므로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식사이후 행적을 생각하니 우울감이 먼저 와도 어쩌겠는가? 선택지를 잘못 집었으니, 양보의 미덕을 감수해야 하는 법.
하여 사람이 먼저이다 보니 겨우 "구하라 미술관"만 섭렵하고 나머지 공예관-개인적으로 도자기를 좋아하는지라-과
미관지구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 또한 교토에서, 가고시마에서 찾아본 도자기와 어찌 다른지 비교 할 수 없었던 실망감.
안타깝고 화가 날 일이지만 어쩌겠는가...오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나는 구하라 미술관과 집을 보며 위로받는 걸로.
암튼 예나 지금이나 선견지명의 사람들은 존재하는 법..."오하라 마고사부로1880-1943" 가 그러하다.
오하라는 구라사키 방적등 기업을 경영하며 병원과 연구소 등을 설립하여 공익사업을 추진하고 유망할 인재들을 후원한다.
그중에 한명 "고지마 도라지로"를 지원하여 유럽으로 건너가 그림 공부를 하게 하고
그의 눈밝음으로 다양한 유럽의 작품들을 선별하여 구입해 일본으로, 오하라 미술관에 전시하게 한다.
"클로드 모네"와 "앙리 마티스" 로 부터 직접 작품을 구입하고 기타 등등 서양 근대미술품과 고대 이집트,
서남아시아 미술품까지 수집토록 하여 설립한 오하라미술관을 보면서 삼성家를 생각해보았다는....
이후 동시대 새로운 표현을 받아들여가며 "미술관은 살아서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 라는 개념을 실현시키며
현재에도 끊임 없이 시대의 작가들과 협업하며 미술관을 유지하고 그곁에 공예관까지 확장하여
작가들의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본받고 싶은 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오하라 미술관으로 만족하고 공예관과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다 돌아보지 못했다.
동행인을 팽개치고 다닐 만큼은 아니다 싶어서 그냥 앉아서 기디리다가 눈으로 나머지를 구경하고
"룸메와 함께 먼저 간다"는 카톡을 남기고 주차장으로 가니 가이드가 "왜 벌써 오셨냐?" 란다....할 말 없음이다.
가이드 역시 제눈으로 보아도 룸메의 다리가 시원치 않음을 직감하였으므로.
별 수없이 포기하는 마음은 쉽지 않다.
하여도 내색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웃으며 "볼만큼 보았어요....오하라 미술관 작품들 감상만 하면 되죠 뭐"
그렇게 의미심장의 말과 눈짓으로 구라시키는 그쯤에서 날아가고 다시 호텔 "위베이스 다카마쓰"로 향한다.
이후로는 자유로운 일정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마음 내키는대로 저녁을 선택하고 자유롭게 다카마스 중앙삼점가를 흘러다니는 것.
오호라 쾌재를 부르며 재빨리 배정받은 방에 짐을 부려놓고 다시 길을 나선다.
사실 지도를 들려주어도 잘은 모른다.
그럴 땐 사람좋아 보이는 인물을 찾거나 배달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딱이다.
하여 맥주를 공급하는 듯한 남자에게 다가가 지도를 보여주며 안내해주기를 요청하며 "스미마셍"과 "아리가또"를 연발한다.
친절모드인 그 남자, 굳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고 그길을 손짓으로 안내하며 '사요나라" 란다.
고마운지고...이후 일행 여섯 여자들, 안봐도 뻔하지 않는가?
각자 찾아들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천차만별이라 이랄 때는 단합모드가 최고 다.
해서 저녁 먹거리 부터 해결 하려고 식당가를 찾는다.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중심부에는 식당이 잘 보이지 않았고 그때 마침 일본 프로그램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가 생각났다.
항상 뒷골목에서 음식점을 찾아내는 묘수를 발휘하므로 우리도 그렇게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헌데 찾아낸 집은 일본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 들리는 선술집같은 곳이었으나 그래도 우리는 들어갔다.
그런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헌데 사실 요기를 하기에는 선술집의 메뉴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역시 1인분을 우선으로 하는 일본인지라 무엇을 시켜도 아주 작은 스몰접시 1인분으로 등장하고야 말았으니
우리는 숨이 넘어가도록 웃고 그들도 어안이 벙벙한 채로 주문을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다카마스의 명물인 "도리"를 빼놓지 않고 시켰으나 역시 사이즈가 우리를 기절 시켰다.
뭐든 1인분으로 나오는지라 자그마한 접시에 달랑....전에 다카마스에 와서 먹었던 식당 사이즈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나마 계란말이 정도가 성공하였고 맥주맛이 장난 아니어서 그것으로 위로 삼았다.
웃고 떠들며 술집에서의 해프닝을 마무리 하고 온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였어도
실제로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어서 아이쇼핑만 하였고 호텔로 돌아가
밤늦은 수다발을 위해 패밀리마트에서 안주 꾸러미와 맥주를 사들고 호텔로 꾸역꾸역 돌아갔다.
헌데 뭔 일인지 위베이스 호텔에서는 밤 9시 45분 까지 야식을 준다네?
하여 달려간 그녀들은 미역국을 한그릇 뚝딱...시린 배속을 덥히고 남았더라는 후문.
그동안에 쥔장의 방에는 날밤 수다를 위해 파티준비 완료...찾아든 그녀들과 밤새는 줄 모르고 온갖 수다발을 날리고
간신히 수면을 위해 쫒아낸 그녀들의 궁시렁 소리를 들으며 꿈 속으로 밤새 안녕.
첫댓글 3번째 이야기가 통채로 날아갔다요.
뒤집어 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정말 되는 일이 없다 싶은....댓글 달아주셨는데
함께 날아갔더라요.
이미 숱하게 읽은 독자들에게도 미안할 뿐.
죄송....
다시 쓰신건지 3번째 이야기 있네요. 댓글이야 별게 아니니까 신경 끄시고~!
@pinks 블로그에 비공개로 기본적인 주제만 써놓은 것이 있어
다시 글을 쓰는데 먼저 쓴 글과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흠.
미관지구 사진 첨부하려다 핸폰에서 잘못 조작되어
전부 날아갔더라는 이야기....완전 열받았으나
이제는 무설재에 바로 쓰지 않는 고로 그나마 원본의 토대는 남아있어 천만 다행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