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織女)는 천제(天帝)의 손녀라고도 전해지며, 서왕모(西王母)의 외손녀라고도 전해진다. 직녀는 은하(銀河)의 동쪽에 살면서 베틀 앞에 앉아 신기한 실로 층층이 아름다운 구름을 수놓은 아름다운 베를 짰다. 그것은 신기하게도 시간과 계절이 바뀜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천의(天衣)'라고도 하는데, 이는 하늘을 위해 만든 의상이었다. 하늘도 인간처럼 옷을 입어야 하는데, 비록 씻은 듯이 깨끗한 푸른 여섯 명의 젊은 선녀들이 이러한 일들을 맡아 하고 있었다. 이 여섯 선녀들은 모두 직녀의 자매들로, 하늘 나라에서 뛰어난 길쌈 솜씨를 지니고 있었지만, 직녀가 그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였다.
티 없이 맑고 야트막한 은하(銀河)를 사이에 두고 인간 세계가 있었다. 그곳에는 견우(牽牛)라는 목동이 살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형수의 모진 학대를 받으며 자라게 되었다. 나중에 그는 형수에게 쫓겨나다시피 하여 분가(分家)를 하였는데, 받은 것이라곤 고작 늙은 소 한 마리 뿐이었다.
견우는 늙은 소 한 마리를 의지하여 가시밭 황무지를 일구어 농사를 짓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한두 해가 지나자 조그만 집도 마련되고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식구라고 해야 말할 줄 모르는 늙은 소를 제외하면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집에 자기 자신뿐이었다. 그래서 하루 하루 지내기가 여간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늙은 소가 갑자기 말문이 트여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소는, 직녀와 다른 선녀들이 은하에 목욕하러 올 터이니 목욕하는 틈을 노려 직녀의 옷을 감춰 두면 아내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견우는 늙은 소가 말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소가 일러 준 대로 따르기로 작정하였다. 그는 은밀히 은하로 다가가 갈대가 우거진 숲 속에 숨어 직녀와 다른 선녀들이 목욕하러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직녀와 다른 선녀들이 목욕하기 위해 은하에 모습을 나타냈다. 선녀들은 구름처럼 가벼운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는 이내 맑은 은하의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 순간 파란 수면은 하얀 연꽃들이 만발한 듯 아름다웠다. 이때 견우는 갈대 숲에서 뛰쳐나와 파란 풀로 뒤덮여 있는 강가에 벗어 놓은 옷더미 중에서 직녀의 옷을 몰래 집어 왔다. 그 바람에 놀란 선녀들은 황망히 자신들의 옷을 추슬러 입고는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이제 은하에는 옷이 없어 달아날 수 없는 직녀만이 오도카니 남아 있었다. 이때 견우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 아내가 되어 준다고 약조하면 옷을 돌려 주겠소."
직녀는 부끄러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가슴을 기다란 머리카락으로 가리며 고개를 떨군 채 머리를 끄덕였다.
비록 무모하고 거칠게 나오긴 했지만 매우 용감하게 구애를 한 이 젊은이에게 마음이 끌려 함빡 반하고 만 것이리라. 그리하여 직녀는 늙은 소를 의지하여 살아가는 견우의 아내가 되었다.
둘은 결혼을 하여 어엿한 부부가 되었다. 남편은 들에 나가 일을 하고 아내는 집안에서 열심히 베를 짜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얼마 후 두 부부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게 되었다. 그들 부부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백년해로(百年偕老)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누가 알았으랴. 뜻하지 않게 지상의 견우가 하늘 나라의 직녀와 함께 부부가 되어 산다는 소식은 천제(天帝)와 서왕모(西王母)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천제와 서왕모는 몹시 진노하였다. 즉시 천신(天神)을 보내 죄를 추궁하기 위해 직녀를 하늘 나라로 잡아들이도록 엄명을 내렸다. 서왕모는 혹시나 천신(天神)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까 두려운 나머지 그녀 자신이 직접 내려와 동정을 낱낱이 살폈다.
직녀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지상에 남겨 두고 찢어지는 아픔을 이기지 못한 채 천신에게 이끌려 하늘 나라로 붙잡혀 가야만 했다. 견우는 또 어떠한가. 사랑하는 아내와 느닷없이 생이별을 해야 하는 비통함을 그 어디에다 비길 수 있을까. 그는 즉시 두 어린 아들과 딸을 바구니에 담고 밤새도록 아내가 사라진 쪽을 향해 달렸다. 이제 그의 앞에는 그지없이 맑고 야트막한 은하가 있을 뿐이었다. 이 은하를 건너기만 하면 사랑하는 직녀가 끌려간 하늘 나라에 당도할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또 어찌된 일인가. 지상과 하늘 나라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은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은하는 어느 새 파란 창공(蒼空)에 높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은하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옮겨지고 말았다. 정황을 살피고 있던 서왕모가 신통력을 써서 인간 세계와 하늘 나라 사이에 놓여 있는, 그지없이 맑고 야트막하여 누구든지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이 은하를 하늘 높이 걷어 올려 버렸던 것이다.
견우는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발을 동동 구르고 가슴을 쳤다. 어린 두 아들과 견우 셋은 목놓아 슬피 울었다. 그때 외양간에 매여 있던 늙은 소가 다시 말문을 열고 말을 하였다.
"견우, 견우! 나는 이제 곧 죽게 될 거예요. 내가 죽거든 가죽을 벗겨 그것을 걸치십시오. 그러면 하늘 나라[천당(天堂)]에 갈 수 있을 거예요."
늙은 소는 말을 마치자 이내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견우는 늙은 소의 말대로 가죽을 벗겨 몸에 걸친 후 두 아들 딸을 멜대에 메고 하늘 나라로 떠났다. 멜대의 양쪽 끝에는 바구니에 담겨 있는 두 아이들의 무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거름을 퍼 내는 바가지를 넣었다.
견우는 하늘로 올라 영롱하게 빛나는 뭇 별들 사이를 마치 바람처럼 누비고 다녔다. 은하가 저 멀리 바라보였다. 은하 저 건너편에 있는 직녀가 금세라도 눈앞에 보일 것만 같았다. 견우는 기쁨에 들떠 있었고, 어린 아이들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흔들며 기뻐 연방 외쳤다.
"엄마, 엄마!"
견우가 은하에 다다라 은하를 막 건너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높은 하늘 위에서 여인의 커다란 손이 불쑥 내려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왕모의 손이었다. 그녀는 다급하여 머리에 꽂은 비녀를 얼른 뽑아 은하를 따라 금을 홱 그었다. 그러자 맑고 야트막하던 은하는 거센 물결이 넘실대는 깊은 강인 천하(天河)가 되고 말았다.
견우와 아이들은 이렇게 깊은 강을 대하게 되니 비오듯 눈물을 흘릴 뿐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아빠, 거름을 퍼 내는 이 바가지로 은하[銀河]의 물을 모두 퍼내 버려요."
천진스런 어린 딸이 눈물을 훔치며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은하[銀河]의 강물을 모두 퍼내자."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찬 견우는 조금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바가지를 들고 은하[銀河]의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견우가 퍼내다 지치면 어린 두 아들과 딸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를 도왔다. 이렇게 끈질기게 깊은 애정은 마침내 위엄으로 가득 찬 천제(天帝)와 서왕모(西王母)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을 녹이게 되었다. 그래서 매년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 한 차례씩 둘이 상봉(相逢)하는 것을 허락하게 되었다. 견우와 직녀가 상봉할 때에는 수많은 까치들이 날아와 깊은 강물 위에 다리를 놓아 주었다. 이들 부부는 까치들이 놓은 다리[鵲橋] 위에서 만나 서로의 애틋한 정을 나누게 되었다. 직녀는 견우를 보는 순간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 대지 위에는 가랑비가 내리곤 하였다. 그러면 부녀자들은, '직녀 아가씨가 또 재회의 눈물을 흘리는 게로구먼."하고 입을 모아 이를 동정하였다.
하늘 나라 임금에게 딸 하나가 있었다 마음씨 곱고 얼굴도 훤하게 생긴 그의 이름은 직녀였다. 직녀는 베를 튼튼하게 잘 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임금님은 자기 딸의 사윗감을 골라주려고 자기네 별뿐 아니라 다른 별나라에도 배필을 구한다고 널리 알렸다. 그런 끝에 임금님의 마음에도 들고 직녀의 마음에도 드는 신랑감이 나타났다. 소 치는 사람인 견우였다. 결혼한 견우와 직녀는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임금님은 처음엔 이 둘을 무척 사랑했으나 점점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직녀는 베짜기도 잊은 채 견우를 따라다니며 놀기에 바빴고 견우도 빈둥빈둥 놀며 소를 몰고 대궐 꽃밭을 돌아다녔다. 혼인한 이들은 너무 행복한 나머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잊고 게을러지고 말았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으나 둘은 행복에 취한 나머지 다시 게을러지곤 하였다. 마침내 옥황상제는 분노하여 이들을 영원히 떼어놓을 결심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임금님의 화가 폭발했다.
"너희들 꼴도 보기 싫다. 이 대궐에서 썩 나가라. 견우는 동쪽으로 가고 직녀는 서쪽으로 가라. 너희는 서로 헤어져 살아라. 단 1년에 한번 7월 7일이면 서로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볼 수는 있다."
이렇게 해서 견우와 직녀는 1년 동안 서로 그리워하다가 7월 7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은빛 강물은 너무 깊고 멀었다. 가슴에 찬 이야기도 나눌 수 없어 둘은 서로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 그러다 보니 땅 위에 홍수가 나서 짐승들이 살 수 없을 정도였다.
땅 위의 짐승들은 모여 의논을 했다.
"자,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지 못해 울기 때문에 홍수가 난다. 이들을 만나게 해주어야 비도 안 오겠지. 날개가 튼튼하고 높이 날 수 있는 새들이 올라가 두 사람이 은하수를 건널 수 있게 해주자."
이렇게 해서 땅 위의 모든 까치와 까마귀는 칠석날 은하수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자기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견우와 직녀가 만나도록 했다. 그래서 견우와 직녀가 건너는 다리를 오작교라고 한다. 이후 칠월칠석에 큰 비가 오지는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이 반가워 흘리는 눈물 때문에 비가 조금씩 내렸다.
요점 정리
갈래 : 설화(중국과 한국의 설화)
작가 : 미상
연대 : 미상
성격 : 유래담(由來談), 서사적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기 - 직녀와 견우에 얽힌 이야기
승 - 옷감 짜는 여신인 직녀
전 - 견우와 직녀의 혼인
결 - 견우와 직녀의 이별과 만남
설화의 구조 : 지상의 주인공들은 대개 천상의 인물들과 일정한 관련을 맺을 때 설화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동물인 소가 인간의 말을 하는 것도 천상적인 것을 그 안에 투영시킨 결과이다. 소는 대개의 경우 천상으로 향하는 길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 즉 그것은 ‘도(道)’ 의 상징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소의 안내로 인해 견우는 직녀를 만나고, 나중에는 그녀가 있는 천상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제재 : 견우와 직녀의 사랑, 별 자리 이야기
주제 : 칠월 칠석에 대한 유래,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작품 개관 : ‘견우와 직녀’ 는 중국과 한국에 널리 퍼져 있는 설화이다. 이 설화는 농경민의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를 치는 남성과 베를 짜는 여성의 역할 분담은 바로 그러한 농경 생활을 배경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특징 : 농경 민족 문화의 설화로 '소'와 '베'라는 생활 수단이 소재로 드러난다는 점과 대개의 설화가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환상적인 요소가 서사를 이끌어 가는 중심 역할을 한다. 고대 설화는 대부분 이 땅의 일들이 하늘의 일과 관련이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현상의 배후에서 궁극적인 창조적 실체와 영원한 존재의 입김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설화나 고전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줄거리 : 옛날 옥황 상제의 따님인 직녀와 소를 치는목동인 견우는 첫눈에 반해 혼인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나머지 자신의 일에 소홀하여 옥황 상제의 분노를 사게 된 견우는 은하수 밖으로 추방된다. 옥황 상제는 1년에 딱 한 번 음력 7월 7일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게 해주었는데, 이 때 까치가 날아와 하늘의 다리(오작교)를 만들어 주었다.
내용 연구
직녀(織女)는 천제(天帝)의 손녀라고도 전해지며, 서왕모(西王母 : 중국의 산해경에 따르면, 그녀는 서쪽 지방의 곤륜산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사람 얼굴에 호랑이 이빨, 표범의 꼬리를 신인이다.)의 외손녀라고도 전해진다. 직녀는 은하(銀河)의 동쪽에 살면서 베틀 앞에 앉아 신기한 실로 층층이 아름다운 구름을 수놓은 아름다운 베를 짰다. 그것은 신기하게도 시간과 계절이 바뀜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천의(天衣)'라고도 하는데, 이는 하늘을 위해 만든 의상이었다. 하늘도 인간처럼 옷을 입어야 하는데, 비록 씻은 듯이 깨끗한 푸른 여섯 명의 젊은 선녀들이 이러한 일들을 맡아 하고 있었다. 이 여섯 선녀들은 모두 직녀의 자매들로, 하늘 나라에서 뛰어난 길쌈(자연 섬유를 원료로 하여 피륙을 짜는 일)솜씨를 지니고 있었지만, 직녀가 그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였다.
티 없이 맑고 야트막한 은하(銀河)를 사이에 두고 인간 세계가 있었다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서로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신의 세계의 이상에 다가서고자 한 고대인들의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곳에는 견우(牽牛)라는 목동이 살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형수의 모진 학대를 받으며 자라게 되었다. 나중에 그는 형수에게 쫓겨나다시피 하여 분가(分家)를 하였는데, 받은 것이라곤 고작 늙은 소 한 마리 뿐이었다.
견우는 늙은 소 한 마리를 의지하여 가시밭 황무지를 일구어 농사를 짓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한두 해가 지나자 조그만 집도 마련되고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식구라고 해야 말할 줄 모르는 늙은 소를 제외하면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집에 자기 자신뿐이었다. 그래서 하루 하루 지내기가 여간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늙은 소(견우와 직녀의 인연을 맺게 하고 문제를 해결해 줌)가 갑자기 말문이 트여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 아닌가(전기적이고 동화적인 요소). 소는, 직녀와 다른 선녀들이 은하에 목욕하러 올 터이니 목욕하는 틈을 노려 직녀의 옷을 감춰 두면 아내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견우는 늙은 소가 말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소가 일러 준 대로 따르기로 작정하였다. 그는 은밀히 은하로 다가가 갈대가 우거진 숲 속에 숨어 직녀와 다른 선녀들이 목욕하러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직녀와 다른 선녀들이 목욕하기 위해 은하에 모습을 나타냈다. 선녀들은 구름처럼 가벼운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는 이내 맑은 은하의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 순간 파란 수면은 하얀 연꽃들이 만발한 듯 아름다웠다. 이때 견우는 갈대 숲에서 뛰쳐나와 파란 풀로 뒤덮여 있는 강가에 벗어 놓은 옷더미 중에서 직녀의 옷을 몰래 집어 왔다. 그 바람에 놀란 선녀들은 황망히 자신들의 옷을 추슬러 입고는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이제 은하에는 옷이 없어 달아날 수 없는 직녀만이 오도카니 (넋이 나간 듯이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양)남아 있었다. 이때 견우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 아내가 되어 준다고 약조하면 옷을 돌려 주겠소."(남성우위 사회의 사고 방식)
직녀는 부끄러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가슴을 기다란 머리카락으로 가리며 고개를 떨군 채 머리를 끄덕였다.
비록 무모하고 거칠게 나오긴 했지만 매우 용감하게 구애를 한 이 젊은이에게 마음이 끌려 함빡 반하고 만 것이리라. 그리하여 직녀는 늙은 소를 의지하여 살아가는 견우의 아내가 되었다.
둘은 결혼을 하여 어엿한 부부가 되었다. 남편은 들에 나가 일을 하고 아내는 집안에서 열심히 베를 짜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얼마 후 두 부부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게 되었다. 그들 부부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백년해로(百年偕老)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누가 알았으랴. 뜻하지 않게 지상의 견우가 하늘 나라의 직녀와 함께 부부가 되어 산다는 소식은 천제(天帝)와 서왕모(西王母)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천제와 서왕모는 몹시 진노하였다. 즉시 천신(天神)을 보내 죄를 추궁하기 위해 직녀를 하늘 나라로 잡아들이도록 엄명을 내렸다(견우의 첫 번째 시련). 서왕모는 혹시나 천신(天神)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까 두려운 나머지 그녀 자신이 직접 내려와 동정을 낱낱이 살폈다.
직녀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지상에 남겨 두고 찢어지는 아픔을 이기지 못한 채 천신에게 이끌려 하늘 나라로 붙잡혀 가야만 했다. 견우는 또 어떠한가. 사랑하는 아내와 느닷없이 생이별을 해야 하는 비통함을 그 어디에다 비길 수 있을까. 그는 즉시 두 어린 아들과 딸을 바구니에 담고 밤새도록 아내가 사라진 쪽을 향해 달렸다. 이제 그의 앞에는 그지없이 맑고 야트막한 은하가 있을 뿐이었다. 이 은하를 건너기만 하면 사랑하는 직녀가 끌려간 하늘 나라에 당도할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또 어찌된 일인가. 지상과 하늘 나라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은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은하는 어느 새 파란 창공(蒼空)에 높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견우의 두 번째 시련). 이제 은하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옮겨지고 말았다.(신은 자신의 세계에 들어오려는 인간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말) 정황을 살피고 있던 서왕모가 신통력을 써서 인간 세계와 하늘 나라 사이에 놓여 있는, 그지없이 맑고 야트막하여 누구든지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이 은하를 하늘 높이 걷어 올려 버렸던 것이다.
견우는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발을 동동 구르고 가슴을 쳤다. 어린 두 아들과 견우 셋은 목놓아 슬피 울었다. 그때 외양간에 매여 있던 늙은 소가 다시 말문을 열고 말을 하였다.
"견우, 견우! 나는 이제 곧 죽게 될 거예요. 내가 죽거든 가죽을 벗겨 그것을 걸치십시오. 그러면 하늘 나라[천당(天堂)]에 갈 수 있을 거예요."
늙은 소는 말을 마치자 이내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소'는 인간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상상력의 결과로 등장했으며, 서사적 이야기의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견우는 늙은 소의 말대로 가죽을 벗겨 몸에 걸친 후 두 아들 딸을 멜대에 메고 하늘 나라로 떠났다. 멜대의 양쪽 끝에는 바구니에 담겨 있는 두 아이들의 무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거름을 퍼 내는 바가지를 넣었다.
견우는 하늘로 올라 영롱하게 빛나는 뭇 별들 사이를 마치 바람처럼 누비고 다녔다. 은하가 저 멀리 바라보였다. 은하 저 건너편에 있는 직녀가 금세라도 눈앞에 보일 것만 같았다. 견우는 기쁨에 들떠 있었고, 어린 아이들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흔들며 기뻐 연방 외쳤다.
"엄마, 엄마!"
견우가 은하에 다다라 은하를 막 건너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높은 하늘 위에서 여인의 커다란 손이 불쑥 내려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왕모의 손이었다. 그녀는 다급하여 머리에 꽂은 비녀를 얼른 뽑아 은하를 따라 금을 홱 그었다. 그러자 맑고 야트막하던 은하는 거센 물결이 넘실대는 깊은 강인 천하(天河)가 되고 말았다.(견우의 마지막 시련)
견우와 아이들은 이렇게 깊은 강을 대하게 되니 비오듯 눈물을 흘릴 뿐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아빠, 거름을 퍼 내는 이 바가지로 은하[銀河]의 물을 모두 퍼내 버려요."
천진스런 어린 딸이 눈물을 훔치며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은하[銀河]의 강물을 모두 퍼내자."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찬 견우는 조금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바가지를 들고 은하[銀河]의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견우가 퍼내다 지치면 어린 두 아들과 딸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를 도왔다.[우공이산(愚公移山) :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큰 일이라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의 비유로 마부작침[磨斧作針(鍼)], 수적천석(水適穿石), 적토성산(積土成山) 등의 유사어가 있다.] 이렇게 끈질기게 깊은 애정은 마침내 위엄으로 가득 찬 천제(天帝)와 서왕모(西王母)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을 녹이게 되었다[인간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음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지성감천(至誠感天 : 지극한 정성으로 어려운 일도 이루어지고 풀림.)]. 그래서 매년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 한 차례씩 둘이 상봉(相逢)하는 것을 허락하게 되었다. 견우와 직녀가 상봉할 때에는 수많은 까치들이 날아와 깊은 강물 위에 다리를 놓아 주었다.(까치와 같은 동물도 견우와 직녀의 상봉에 호응하였음을 말함) 이들 부부는 까치들이 놓은 다리[鵲橋] 위에서 만나 서로의 애틋한 정을 나누게 되었다. 직녀는 견우를 보는 순간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 대지 위에는 가랑비가 내리곤 하였다. 그러면 부녀자들은, '직녀 아가씨가 또 재회의 눈물을 흘리는 게로구먼."하고 입을 모아 이를 동정하였다.
우공이산(愚公移山) :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큰 일이라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의 비유. [출전]《列子》〈湯問篇〉愚 : 어리석을 우. 公 : 귀 공. 移 : 옮길 이. 山 : 메 산. [유사어] 마부작침[磨斧作針(鍼)], 수적천석(水適穿石), 적토성산(積土成山). 춘추 시대의 사상가 열자[列子 : 이름은 어구(禦寇)]의 문인들이 열자의 철학 사상을 기술한《열자(列子)》〈탕문편(湯問篇)〉에 다음과 같은 우화가 실려 있다. 먼 옛날 태행산(太行山)과 왕옥산(王玉山) 사이의 좁은 땅에 우공(愚公)이라는 90세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사방 700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두 큰 산이 집 앞뒤를 가로막고 있어 왕래에 장애가 되었다. 그래서 우공은 어느 날, 가족을 모아 놓고 이렇게 물었다. "나는 너희들이 저 두 산을 깎아 없애고, 예주(豫州)와 한수(漢水) 남쪽까지 곧장 길을 내고 싶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모두 찬성했으나 그의 아내만은 무리라며 반대했다. "아니, 늙은 당신의 힘으로 어떻게 저 큰 산을 깎아 없앤단 말예요? 또 파낸 흙은 어디다 버리고?" "발해(渤海)에 갖다 버릴 거요." 이튿날 아침부터 우공은 세 아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돌을 깨고 흙을 파서 삼태기로 발해까지 갖다 버리기 시작했다. 한 번 갔다 돌아오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어느 날 지수(知未)라는 사람이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노인이 정말 망녕'이라며 비웃자 우공은 태연히 말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은 또 손자를 낳고 손자는 또 아들을…‥. 이렇게 자자손손(子子孫孫) 계속하면 언젠가는 저 두 산이 평평해질 날이 오겠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 것은 두 산을 지키는 사신(蛇神)이었다. 산이 없어지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사신은 옥황 상제(玉皇上帝)에게 호소했다. 그러자 우공의 끈기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역신(力神) 과아의 두 아들에게 명하여 각각 두 산을 업어 태행산은 삭동(朔東) 땅에, 왕옥산은 옹남(雍南) 땅에 옮겨 놓게 했다. 그래서 두 산이 있었던 기주(冀州)와 한수(漢水) 남쪽에는 현재 작은 언덕조차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