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보류됐다.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 완화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 폐지를 기대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시장 상황과 무관한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부동산 및 주택 업계에 따르면 국회 교통위원회는 지난 26일 법안소위를 열고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보류하고 다음 달 10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한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양자들 중 상당수가 고금리의 중도금을 조달하느라 어려워 입주와 동시에 전세를 줘서 한숨을 돌려보려 하는데 법 개정이 자꾸 지연되고 입장이 돌변하는 듯싶으니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최근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빌라 전세사기 사태는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전세 보증금이 주택 시세를 웃돌면서 불거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53.6%(한국부동산원 지난 2월 통계)다.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에 제동을 건다 해도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폐지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완화정책 중 하나”라면서 “이들 중 하나가 보류되면서 분양권을 판 사람이 위법을 하지 않기 위해 해당 주택에 전세로 들어가 실거주를 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수요자들의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DMC SK 뷰 아이파크포레, DMC 파인시티자이 등 이미 분양을 마친 서울 주요 분양 단지들과 향후 분양이 예정된 주택들에 난기류가 예상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법안 통과가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