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없애고 전동의자서 샴푸...약자동행 미용실이 생겼다!

[행정사]

동행과 배려가 있는 미용실

우리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다듬을 때 자기에게 맞는 미용실 혹은 이발소를 선택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점점 더 다양한 서비스와 공간으로 변화해 왔고 헤어살롱, 바버샵 등 명칭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분들은 복지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간이 미용서비스를 제외하고 미용실 접근부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업적 다양성이 극대화되어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반대할 일은 아니지만 무언가 놓치고 소외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기에 공공의 영역에서 그런 것을 세심히 살피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일 것이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의 목표와 배경 등 기획 내용.

전국 최초의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 휴>는 장애인친화미용실로 전국에서 최초로 완성된, 장애인을 위한 미용공간이다. 2021년 8월 5일 노원구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실 조성 검토가 시작되었고, 노원구 장애인복지과의 사업 추진으로 지역사회통합형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은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 디자인을 통해 장애인들이 편하게 미용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공간 계획을 세웠다.

헤어카페 더 휴의 내부 전경. 크지 않은 미용실이지만 거리에서 바로 접근이 가능하며 환대받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반적인 미용실보다 더욱 프라이버시와 편리성을 강화한 미용실 시설과 공간.

모두를 위한 디자인

UD(Universal Design)에 입각하여 장애로 인해 미용실 이용을 제약받지 않도록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장애인 시설 관련 규정을 철저히 살피고 장애인들의 공간 사용을 제한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미용실은 장애인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이 미용실은 장애인 화장실 규정에 맞는 화장실을 배치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배치했다.

또한 내·외부 전체적으로 세로의 직선형태가 강조된 마감재에 일정한 높이의 기준선을 적용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 없이 누구나 미용서비스를 공평하게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장애인 화장실과 곡면형태의 마감재 적용으로 편의성과 안정감을 높였다.

편의를 고려한 기반 마련

일반적으로 미용실에서 염색·펌 등의 시술을 받게 되면 거울이 있는 좌석과 머리를 감는 샴푸대를 여러 번 이동해야 한다. 때문에 장애인들은 휠체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별 전동의자가 샴푸대와 결합한 유닛을 설치해서 신체를 가누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이동하지 않고도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한 미용실을 이용하는 동안 전동휠체어를 충전할 수 있도록 터미널을 설치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시술을 겸하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기저귀 교환시설을 갖추었다.

전동의자-샴푸대 유닛과 전동휠체어 충전 터미널. 이동식 티비또한 장애인들의 행동반경과 눈높이를 위한 배려.

이용자 의견 반영

공간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미용실의 예상 이용자들인 장애인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예상 이용자들의 의견 중에는 자신이 서비스를 받는 모습이 어느 정도 가려지길 희망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일반적인 미용실은 서비스를 받는 좌석이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서비스를 받는 모습이 개방되어 있는 반면에, 본 미용실은 구분된 벽체를 두어 이러한 의견을 반영했다. 또한 외부로 면한 넓은 창에 반투명 U-글래스를 루버로 사용하여 충분한 자연광을 유입하면서도 외부에서의 시선을 적절하게 필터링했다.

충분한 자연광을 받아서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거리에서 바로 들여다 보이지 않게 하는 유글라스를 배치했다.

쾌적한 사용을 위한 공간 구성

미용실로 들어오는 크고 깊은 입구는 미용실의 손님들을 환대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단단하고 두터운 입구 영역은 이곳이 임시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 지속성에 대한 안심을 의미한다. 입구의 유효폭을 충분히 확보하여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과 동반하는 보호자가 함께 문턱 없이 경사를 넘어 미용실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섬세한 동선의 흐름을 계획했다. 

내부계획 또한 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했다. 충분한 동선의 폭이 확보되어야 이용자들이 화장실, 미용공간, 대기공간, 시술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기구와 가구로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가운데 주요 통로를 넓게 디자인했다.  

어떤 장애인도 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입구 포털과 여유있는 내부 동선 공간.

배려와 동행의 확장을 위한 시도

이 공간의 성과는 첫째로 장애인 친화 이·미용시설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 두 번째로 장애인들의 이·미용 욕구 충족 및 일상생활의 만족도 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헤어카페 더 휴>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완성된 장애인을 위한 미용공간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노원구 장애인복지과의 추진으로 시작된 이 미용실은, 장애인들이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미용이라는 일상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조차 어려웠던 현실을 드러낸다. 또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유에스플러스건축사무소와의 협업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공공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한다.

<헤어카페 더 휴>의 운영 및 관리는 마들종합사회복지관이 노원구청으로부터 수탁하였고 현재는 미용사 2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상주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장애인들은 미용실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 복지관에서의 미용봉사를 이용해왔지만, <헤어카페 더 휴>가 오픈한 뒤,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미용실이 생겼다.

미용실을 오픈하면서 뉴스기사 뿐만 아니라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서도 미용실을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사례로 이전까지 샴푸대로 이동하는 게 어려워 미용실에서 한 번도 샴푸를 해본 적이 없는 한 손님은 평생 처음으로 앉은 자리에서 미용과 샴푸를 하게 되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후기를 전한 노원구 상계동 주민은 기존의 미용실에서는 이용 자체를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미용실은 화장실도 미용실 안에 있고 입구부터 휠체어를 타고 올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10여 명이 이용 중이며, 2호점에 대한 요청과 다른 지자체에서의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 대한 문의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상주하는 사회복지사는 복지서비스를 연계하여 안내해주기도 하는데, 이는 <헤어카페 더 휴>가 장애인들이 복지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복지관' 만이 아닌, 미용실이라는 일상적 공간으로 넓히는 성과를 만들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