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낭여행’, ‘꽃보다 청춘’, ‘2018 월드컵 2차 예선 상대’ 등의 키워드로 많이 검색되고 알려진 라오스에 한국 관광객의 러시(rush)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라오스는 베트남, 태국, 미얀마 인근에 있는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로만 인식되어왔을 뿐 진짜 속 모습은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다.
꽃보다 청춘에서 방송된 라오스 루앙 프라방의 전경 ⓒMadeleine Deaton/flickr
그러나 보다 관심을 가지고 라오스를 덮고 있는 장막을 하나 걷어낸다면, 비행기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이국땅에서 친근하면서도 낯선 여러 모습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생소하고 다소 이상하게 여겨지는 문화라고 해도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손으로 먹는 찹쌀밥, 라오스의 카오니아오(khao-niaw)를 만나보자.
라오스 고향의 맛
라오스 대표 고향의 맛 삼총사. <출처: 비엔티안 무역관>
한국인에게 김치가 그렇듯, 라오스인들도 유학이나 해외파견 등으로 고국을 오래 떠나 있을 때 가장 생각나며 먹고 싶어 하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들이 있다. 바로 카오니아오(찹쌀밥), 땀막훙(Tam Makhoung; 파파야샐러드), 삥까이(Ping Kai; 통닭구이)다.
라오스인들의 영혼을 담은 음식 중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당연히 카오니아오다. 나머지 두 음식은 그 맛을 대체할 만한 것들이 있지만, 그 나라의 쌀인 카오니아오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서 각종 야채로 샐러드를 해먹을 순 있지만 김치를 완벽히 대신할 순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라오스인들은 언제부터 카오니아오를 먹기 시작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라오스인들은 정확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들도 자연스럽게 카오니아오를 먹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약 4,000년 전부터 라오스인들의 주식은 찹쌀이었다고 한다. 라오스의 찹쌀은 한국의 동글동글한 모양과는 다르게 기다랗다. 밥을 지어도 후드득 날리는 안남미(安南米), 즉 인디카(Indica) 품종의 롱그레인(long grain)과 같은 모습이다.
라오스인들은 조리된 카오니아오를 수저가 아닌 손을 이용해 적당한 크기로 떼서 한참을 주물러서 먹는다. 보통은 손을 씻고 주무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카오니아오의 점성을 이용해 손의 때를 닦아내고 먹기도 한다. 이때 손을 닦은 카오니아오는 일반적으로 ‘고수레’한다.
라오스의 카오니아오. <출처: 비엔티안 무역관>
카오니아오를 먹는 재미
손으로 주물러 먹는다는 점에서 카오니아오를 먹는 재미가 생긴다. 카오니아오는 주무르면 주무를수록 당도가 올라가고 찰기가 강해진다. 떡방아를 많이 찧을수록 떡이 차지게 맛있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카오니아오를 먹는다는 것은 손으로 쌀을 찧어 작은 찰떡을 만들어 먹는 작업과 같다. 게다가 기호에 따라 모양과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먹는 재미를 더한다.
찹쌀은 영어로 ‘글루터너스 라이스(glutinous rice)’ 또는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라고 한다. 끈적거리고 손에 달라붙는 쌀이란 뜻인데, 라오스 카오니아오는 그런 성질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손으로 주물러도 손에 달라붙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진다. 이는 쌀을 불려 증기로 쪄내는 고유의 조리방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기 밥솥에서 조리할 때도 물 조절만 잘하면 카오니아오의 특성을 살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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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니아오를 조리하는 방법. <출처: 비엔티안 무역관> |
라오스 카오니아오는 멥쌀에 비해 당분과 열량이 높은 데다, 묵직한 찹쌀의 특성 때문에 포만감이 오래간다. 게다가 소화도 잘 되고 위장에도 좋은 찹쌀의 효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라오스인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꼭 카오니아오와 고기 반찬을 챙겨먹으며, 일상적으로 출근할 때 ‘띱(Tip)’이라는 대나무 도시락통에 카오니아오를 싸서 나간다. 물론 높은 당분과 열량 때문에 다이어트를 위해 카오니아오를 멀리하는 라오스의 여성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라오스의 도시락 띱. <출처: 비엔티안 무역관>
카오니아오의 다양한 활용법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는 손으로 밥을 먹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주식인 쌀로 만든 밥은 물론이요, 찹쌀이라고 해서 먹는 방법이 달라지진 않는다. 그런데 이유식을 갓 마친 영유아들은 어떤가? 숟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은 음식을 손으로 만지고 주물럭거리다가 한참 후에야 입에 넣는다. 물론 교육을 통해 점차 수저 사용을 배우게 되겠지만 섬세하게 손가락을 조작할 수 없을 때는 손 만한 도구도 없다.
그러다 3세 이상이 되면 독성이 없고 혹 먹더라도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식사 도구들을 사용해, 밥을 먹고 소꿉놀이를 한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이라고 해도 이를 완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자녀를 둔 부모라면 친환경 천연재료로 만든 무언가가 없을까 찾게 된다.
환경호르몬 문제가 심각한 시대에서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놀거리와 먹거리를 찾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기도 한다. 쌀과 전분으로 만든 놀이용 유토(油土)는 물론, 옥수수를 가공해 만든 식기구 등 믿을 만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색상의 카오니아오. <출처: 비엔티안 무역관>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에 카오니아오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카오니아오를 쪄서 아이의 손에 쥐어주면, 맘껏 주무르고 이것저것 만들며 놀다가 입에 넣고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간식까지 해결되는 셈이다. 실제 유아를 키우고 있는 라오스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쌀이 그저 하얗기만 해서 심심해 보인다면, 흑미(黑米), 유채, 생강, 강황, 포도껍질 등의 천연재료 염색으로 다양한 색상의 카오니아오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이처럼 카오니아오만 있으면 놀이와 식사가 동시에 해결되는 것이다. 먹는 음식으로 장난쳐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만 내려 놓는다면, 시각과 촉각 거기에 미각까지 공감각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카오니아오가 밥이기는 하지만, 카오니아오를 재료 삼아 아이가 평소 싫어하는 채소 등의 반찬 모양을 만들어서 맛 보게 하는 식으로 음식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가는 시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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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카오니아오를 활용한 놀이. <출처: 비엔티안 무역관> |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요리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다. 집에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집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뜨겁다. 라오스의 카오니아오는 누구나 쉽게 집에서 요리 할 수 있는 재료다. 안심 먹거리이자 놀이를 통해 교육의 도구로서도 활용 가능한, 이 카오니아오로 비즈니스 기회를 잡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