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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악숭[락,메탈,악기] 원문보기 글쓴이: Kurdt.
겨우 2년만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손익분기를 맞췄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축제였다. 60여 팀과 4만5천여 관객이 7월 마지막 주의 송도를 찾았다.
'신의 축복'이란 말을 쓸 수 있을 만큼 날씨마저 도왔다.
간 사람은 그리워하고 못 간 사람은 후회할 만큼 뜨거운 시간이었다.
3일의 그 빛나던 순간들을 기록한다.
지난 달 26일, 츠치야 안나를 만나기 위해 인천라마다 호텔7층으로 향했다.
그녀와 인터뷰를 마친 후 베란다로 나가 담뱃불을 붙였다.
인근 송도 유원지의 관람차가 흐릿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 주변으로는 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 벌판 위의 애드벌룬에는 커다란 깃발이 매달려 있었다.
깃발에 쓰인 펜타포트 로고가 선명했다.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자정 무렵이었다. 메신저의 친구들은 온통 펜타포트 얘기였다.
누군가 조용히 메시지를 보냈다. "데미언 라이스 취소라는군요."
얼마 후, 펜타포트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가 떴다. 무리한 스케줄로 건강에 위협을 느낀다는,
데미언 라이스의 친서가 공개됐다. 무대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노래하는 게 뮤지션의 참된 자세이거늘
일정을 모두 취소하다니, 펜타포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후지 록 페스티벌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후지 록에서는 뮤지션 중 대타로 투입될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그래그래, 첫날 자비스 코커가 있고
요 라 탱고도 있군. 공연 비자를 하루만에 따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던
부질없는 망상이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오케이 GO 하염없는 늦잠을 깨운 건 한 통의 전화였다. EMI 관계자였다.
'오케이 고' 인터뷰를 할 생각이 있냐는 전화였다. 이건 생각의 문제가 아니다.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인천 차이나타운 옆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오케이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펜타포트 참가팀 중 가장 먼저 입국했던 그들이다.
그들이 도착한 날은 마침 중복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보신탕을 먹는다는 말을 이미 들었던 모양이다.
멤버 모두 관심을 보였지만 역시 모두 개를 키우고 있는지라 먹지는 않았다.
일정상 먹지는 못했지만 데미언이 무척 먹고 싶어했던건 맵디매운 낙지였다.
시카고 코리안 타운에 북창동 낙지볶음 집을 내면 아마도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 'hot! hot! hot!'을
외치는 데미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궁금해했던 보싱탄과 먹고 싶었던 낚지볶음 대신,
그가 먹은 건 멍게 회였다. 인사동 궁중한정식 집에 들어가 식사를 하던 중 나온 요리였다.
데미언은 핫 소스(고추장)를 달라고 했다.
주방장은 말했다. "내추럴한 맛을 즐겨야지."
아무것도 찍지 않은 생 멍게를 먹은 후 데미언은 "disguting"을 연발했다.
베이시스트인 팀 노드윈드는 인사동 쇼핑 도중 큰 우산을 하나 샀다.
펼치면 주지훈 사진이 나오는 우산이었다. 설마, 팀이 주지훈의 팬이란 말인가.
한류의 물결은 저 머나먼 시카고에서도 흐르고 있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주지훈 우산은 팀의 룸메이트를 위한 선물이었다.
참고로, 그의 룸메이트는 게이다. 목요일은 드러머인 댄 크노프카의 생일이었다.
이역만리 타향 길을 누비며 생일을 맞이한 그를 위해서 멤버들은 깜짝 파티를 준비했다.
파티 도중 나머지 멤버들이 사라졌다. 나타난 그들은 말 가면을 쓰고 있었다.
데미언이 남대문에서 사온 가면이었다. 말 가면을 쓰고 호텔 안을 뛰어다니며 흥청망청,
그들은 파티를 즐겼다. 자고로 한국에선 이런 파티에 폭탄주가 빠질 수 없다.
그들을 위해 호텔바의 매니저는 소맥(소주+맥주)을 제조해줬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된 방식으로,
매니저가 소주잔을 꽂은 맥주잔에 냅킨을 덮고 탕, 내리친 후 생기는 회오리와
젖은 냅킨을 벽에 던지는 모습에 그들이 신기해하지 않을 리가 없다.
척, 그리고척, 또 척, 벽에는 계속 냅킨이 달라붙어갔다.
왔노라 1만 명이 찾은 펜타포트의 첫날은 사뭇 여유로웠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적당한 바람도 있었다.
폭으로 인해 늪을 걸어야 했던 지난해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유유자적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큰 무대에서 만난 디아블로의 공연에서는 거대한 서클 핏을 만들며 슬램과 모싱으로 뜨거운
피를 뿜어냈고, "우리 나이를 다 합치면 200살이 넘는다"며 노익장을 과시하던 사랑과 평화의 무대에선
한국의 원조 그루브에 맞춰 점프하며 그들에게 회춘을 경험하게 했다.
펜타포트 스테이지와 빅 탑 스테이지 사이에 도열해 있던 푸드존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그 열기에서 한발짝 발은 빼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사방에 흩어져 있던 그들이 진공청소기에 빨려드는 먼지처럼 빅 탑 스테이지로 향하리라 예측했던 시간은
저녁 7시20분, 오케이 고의 예정 공연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맞춰 무대로 가겠다고 했던 사람들은 그러나,
생각보다 일찍 무대를 향해 전력 질주해야했다. 오케이 고가 예정 시간보다 다소 일찍 무대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페스티벌에서 뮤즈를 만난 적이 있다.
뮤즈를 통해 오케이 고는 한국 관객들이 열광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한국측 관계자들도 상세히, 지난해의 사례를 들어가며 부연해줬다. 하지만 말만으로는 알 수 없는 법.
관객들은 그들이 기대한 것 이상의 반응을 보였다.
대표적인 히트 곡 'Here It Goes Again'은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1집 수록 곡들을 연주할 때조차
후렴을 따라 부르고 소리를 질러대고 점프를 해대고... 하여튼 난리도 아니었다.
그들은 또렸한 한국말로 "좋아! 가는거야!"를 계속해서 외쳐대며 노래하고 연주했다.
공연 전 어느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오케이 고라는 밴드 이름이 한국말로는 "좋아! 가는거야!"이며
노홍철이라는 개그맨이 자주 쓰던 유행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계속 연습한 멘트였다.
그들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동영상, 'Million Ways'의 뒷마당 댄스를 앙코르 무대에서 재현하기도했다.
작심한 듯 겉옷까지 벗어 제치고, 그들은 뮤직비디오에서의 모습과 100% 똑같은 율동으로
객석을 혼수상태로 몰아갔다. 예정에는 없던 이벤트였다.
공연이 끝나고 데미언은 말했다. "나 너무 흥분해서, 노래하다가 가사 잊어먹었어."
누적된 투어의 피로, 혼신의 힘을 다한 한국 공연에 그들은 탈진했다.
어둠이 깊어 졌다. 케미컬브라더스를 위한 바로 그 시간이었다. 그들이 무대에 나오기도 전에,
객석에는 환호가 터졌다.
무대 뒤로 거대한 LED가 드리워지고, 우주선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장비세트가 옮겨졌다.
기대감이 높아지고 케미컬브라더스가 등장했다.
그 전에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왔다. "이런 공연을 맨정신에 볼 수 있어? 약이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약 따위는 필요 없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무아지경이 밀려왔다.
약을 하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그들의 음악만이 아니었다.
음악은 조명과 영상과 삼위일체를 이루며 그 큰무대를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매트릭스였다. 영화 속으 매트릭스보다 더 큰 매트릭스였다.
케미컬 브라더스는 매트릭스의 초청석에 서서 자신들의 음원을 실기간으로 믹스해나갔다.
황홀은 쌓이고 또 쌓였다.
케미컬 브러더스는 같은 사전 세트리스트로 진행됐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의 공연보다
더 오랜 시간 플레이했다. 앙코르가 한 곡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세 곡이나 했던 탓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들은 맨체스터인이다. '업'된 기분 그대로 황량한 호텔로 들어갈 수 없었다.
차 안에서 그들은 "딱 한 시간만 마시겠다"며 근처 술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이 마지막 술잔을 비운 시간은 새벽 다섯시였다.
그동안 그들은 근처의 포장마차를 모두 들렀다.
맨체스터 출신다운 시끄러움으로 가는 곳마다 오래 못 버티고 쫒겨나야 했기 때문이다.
기다리다 지친 운전기사가 결국 먼저 철수하거나 말거나, 케미컬 브라더스는 기대 이상의 폭발적 반응을
자축하며 잔을 비우고 밤을 지샜다. 맨체스터인답게 시끄럽게.
보았노라 날이 흐렸다. 하지만 공기는 무겁지 않았다. 상쾌한 바람이 흘렀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페스티벌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헤비 사운드의 팬을 위한 라인업이었다. 바닐라 유니티, 자니로얄, 스트라이커스, 69챔버스 등
하드코어와 펑크 밴드들이 집중 배치된 날이었다. 두 메탈 레전드가 메인 무대에 등장했다.
한국 스래시 메탈의 대부 크래시, 그리고 크래시가 데뷔할 무렵, 메탈키드들의 피를 끓게 했던 테스타먼트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펜타포트 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 가장 이외였던 건 테스타먼트였다.
'아니, 아직 그 형들이 살아 있어?'라 생각했던 왕년의 메탈 키드가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10년 넘는 망각의 세월을 뛰어넘고 송도에 나타난 그들에게 변한 것은 보컬 척 빌리의 몸뿐이었다.
과거 인디언의 후예다운 날렵한 몸매로 카리스마를 뿜던 그는 자비로운 인디언 추장 같은 넉넉한 풍채로
세월을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목소리만은 여전히 카랑카랑하고 우렁찼다.
원년 기타리스트인 알렉스 스콜닉의 현란한 기타 솔로도 곳곳에서 작렬했다.
비록 몸은 별했으되 목소리와 손가락은 녹슬지 않은 테스타먼트였다.
'Practice What You Preach' 'The Ballad' 'The Legacy'같은 옛 히트 곡을 목놓아 따라 외치고,
이곳 저곳에 자생적으로 생긴 슬램 존에 회오리 치던 장발 청년들의 혈기에 척 빌리의 인자한 웃음은 멈출 줄
몰랐다.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연호가 이어질 무렵 무대 뒤편에서 척 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Do you want more song?" 그리고 다시 무대에 등장해서 함성에 보답했다.
결국 척 빌리는 무대 밑으로 내려와 팬들의 손을 마주잡으며 인디언의 정기를 나눠줬다.
앙코르도, 내려오는 것도 예정에 없었던 일인지라 나중에 무대 감독에게 혼쭐이 나야 했지만.
둘째 날 모인 관객은 약 1만 5천명. 그들 대부분이 기다린 건 아마 이날의 헤드라이너였으리라.
라르캉시엘 말이다. 그들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그 어느 공연보다 높은 소프라노 톤의 환호성이 울렸다.
여성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무대 뒤편에는 대형 LED가 설치됐고, 그 화면에는 보컬 하이도의 클로즈업이 잡혔다.
1969년생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청춘이었다. 그들의 공연은 가장 많은 관객들을 실신시켰다.
100여 명이 탈진해서 안전 요원들에게 구조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라르크를 가까이 보고자 팬들은 앞쪽으로 압박에 압박을 거듭했다.
하이도가 무대 좌우로 움직을 때마다 그들도 좌우로 쏠렸다.
군중의 물결이었다. 라르크의 공연이 끝났지만 페스티벌의 둘째 날이 막을 내린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펜타포트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그루브 세션에서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디젱이에 맞춰 주말 밤을
불태웠다.
푸드 바 곳곳은 술과 만남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이곳 저곳에서 파티가 열렸고 작은 공연이 이어졌다.
송도는 곧 홍대앞이요, 압구정동이자, 명동이었다.
날씨의 축복까지 받은 펜타포트는 마지막 하루를 남겨놓고 있었다.
즐겼노라 여전히 좋은 하늘이었다. 적어도 날씨에 관한 한 신의 축복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3일이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원망스러운 부정확한 일기 예보지만, 이때는 일기오보가 그리도 좋을 수가 없었다.
장화와 우비도, 부채와 선크림도 필요 없는 하?아래서, 2만5천명이 일요일의 펜타포트를 찾았다.
어딜가나 사람이 북적댔고 어딜 가나 웃음이 넘쳤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가 없이 모두 어울려 걷고 앉고
누워 있었다. 이미 공연에 집중하는 건 의미 없어 보였다.
그 분위기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였다. 한국 하드코어계의 동방신기,
바세린이 빅 탑 스테이지의 포문을 열며 생전 하드코어 공연을 본 적 없는 이들조차 사로잡았고,
한국 펑크의 기둥, 럭스는 천여명의 관객에게 '떼창'을 이끌어내며 객석으로 몸을 날렸다.
브라스 섹션과 스트링까지 동원, 9인조 체제로 무대에 선 더 멜로디는 그 시간에 진행되는 빅 탑 스테이지의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서기 전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그래야 보다 많은 사람들을 앞에 놓고 공연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무대 감독이 재촉했다. "아, 왜 안 올라가는데!" "아니 지금 보컬이 화장실에 가서..."
그때, 절묘한 타이밍으로 보컬 타루가 생글생글 웃으며 나타났다. '조금만 더 끌면 되는데...'하며 올라간
그들에게 빅 탑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던 넬이 선물 비슷한 걸 했다.
그들의 예상보다 공연을 빨리 끝낸 것이다. 넬은 공연 당일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숙취란 그리, 빨리 가시는 게 아니다.
그래서 결국 음주공연을 했고 신비의 아우라를 뿜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그러나 이미 관객들은 그 무엇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페스티벌에서까지 너무 정색해서야 맛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하여 이런 멘트들이 등장했다. "지금 여기 있는 여러분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저를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훗, 존나 가식이죠?" "만약 뒤에서 저희들을 보고 '야 씨발 술 먹자'라고 하면 제가 술 사드릴게요."
무대 뒤의 스태프들은 난리가 났고 객석 반응도 엇갈렸다.
하지만 뭐 어떤가. 그런 맛도 페스티벌의 하나 아니던가. 축제란 모름지기 그런 것이다.
1999년 트라이포트 페스티벌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애시의 무대가 끝난 후 크라잉 넛이 빅 탑 스테이지에
등장했다. 일도양단. 늘 절정에서야 터뜨리는 '말달리자'가 이날은 첫 곡이었다. 인트로의 비트가 울리자마자
9만 평의 행사장을 메우고 있던 사람들이 빅 탑을 향해 맹렬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장실에 있던 대학생 조하나 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뛰어가는데 맘은 급하지, 그래도 쉬는 싸야겠지. 냉큼 싸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더랬죠,"
펜타포트 화룡점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뮤즈였다.
그러나, 예정 시각 한 시간이 넘도록 용의 눈에 점을 찍을 주인공은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관객들은 쉬지않고 '뮤즈! 뮤즈!'를 연호했다. 오직 뮤즈를 가까이서 보고자,
낮부터 맨 앞줄에서 자리잡고 기다렸던 사람들 중에는 결국 지쳐서 실려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임기응변을 발휘하던 케미컬 브라더스와는 달리
"우리를 케미컬브라더스와 비교하지 말아라. 그들은 다 맨체스터 사람들이다. 우린 일하면서 술도 안먹어"라며
영국 남부 출신다운 꼼꼼함을 과시했던 뮤즈 캠프였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전부였을까.
그시간, 아티스트 전용 화장실 앞에는 누군가의 보디가드가 서있었다.
그는 화장실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지금은 들어갈 수 없다.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라."며 막아섰다.
그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이는 바로 뮤즈의 보컬. 매튜 벨라미였다.
매튜는 예민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있다. 보통, 그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달고 다니는 병이 있다.
변비다. 그렇다. 객석에서 뮤즈를 기다리는 동안, 매튜는 화장실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었다. 숙소에서 출발할때 먹고 나온 변비약은 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없었다.
그는 보디가드를 통해 관장약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그 순간, 스태프들의 무전기에는 불이 났다. "관장약 없어? 관장약!"
아스피린이나 대일밴드 같은 응급상비약도 아니고, 관장약이 준비되어 있을리가 없다.
어찌어찌 약을 구해서 화장실로 투입했다. 얼마후, 매튜는 화장실에서 나와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그는 한국 관장약의 효과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관장약의 효과가 너무 좋았던 것이다. 뱃속의 신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무대에 올라갔다가는 록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았다.
이번에 그가 찾은 건 지사제였다. 스태프 무전기에 다시 한번 불이 났고 어디선가 지사제가 도착했다.
공연 내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한국 지사제도 매우 효과가 좋은가 보다. 약의 힘으로 뮤즈는 무대에
올라갔다. 'knight of Cydonia'를 시작으로 그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뮤즈는 그들이 펼칠수 있는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고, 관객들은 뮤즈가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열광의 화합을 만들어냈다.
환희와 열정이 이지러지고 뒤엉키며 생전 경험할 수 없었던 전율이 밀려왔다.
부지불식간에 목이 쉬어오고, 눈물이 흐르고, 껑충껑충 뛰고있었다.
3일동안 쌓여왔던 근육통은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가장 큰 싱얼롱이 울려 퍼졌던곡은
'Time Is Running Out'이었다. 한시간 반이 그렇게, 알 수 없이 지나갔다.
공연이 끝났을때, 스키조의 기타 주성민은 디카를 꼭 쥐고 무대 뒤편에 서있었다.
뮤즈의 팬으로서,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뮤즈가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는 시간도 감안해 그는 화장실에 갔다.
그때였다.
주성민은 말한다. "변기앞에 서서 지퍼를 내리는데 문이 열리면서 누가 딱 들어오는 겁니다.
우와, 크리스하고 도미닉이데. 갸들이 내 옆에 서는데 말은 붙여야겠고, 영어는 못하고,
그리고 괜히 오줌싸는데 말 걸면 또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계속 보던 일 봤죠.
크리스가 먼저 나가고, 그 다음에 도미닉을 기다렸어요"
도미닉과 사진을 찍은 주성민은 내친김에 대기실앞에서 매튜가 나오길 기다렸다.
아무리 예민한 매튜라도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이었다. 매튜가 나왔다 그는 흔쾌히 촬영에 응했다.
주성민과 같이 그를기다리던 소년 팬이 있었다. 소년은 매튜에게 혹시 기타 피크를 하나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매튜는 주머니를 뒤졌다. "미안한데, 아까 무대위에서 다 쓴것같아. 어쩌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으로, 그는 계속 주머니를 뒤졌다.
아무리 예민한 매튜라지만 이렇게 멋진 공연을 마친 지금에야 선량한 영국 청년으로 돌아갈수 밖에.
게다가 생리적인 문제도 어쨌든큰 탈 없이 치르지 않았던가. 그들은 이런 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지난 공연도 좋았지만 이번 공연은 너무나 훌륭했다. 다음 투어때 꼭 올테니 그때도 꼭 불러달라."
뮤즈 뿐만 아니라 이번 펜타포트를 찾은 그 어떤 뮤지션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관객들도 그런마음으로 일행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스테이지를 떠났다.
보이는 얼굴마다 행복을 넘어선 어떤 경이와 환희가 가시지 않고 있었다.
달리노라 총 4만5천명이 펜타포트 3일을 찾았다. 유료 관객은 지난해에 비해 두배 증가했다.
그 기간 1376만 CC의 맥주와 1만4190톤의 물이 소모됐다.
라르크와 뮤즈의 공연에서는 3600병의 물이 객석으로 투입됐다.
9만 평의 공연장에 조명과 음향 장비를 제외하고도 16대의 대형 컨테이너와 10여 대의 대형 트럭으로 공수된
설비와 물량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숫자들을 능가하는 우리의 공연후기와 사진과 동영상이 디지털 공간을 떠돌고 일년 내내 술자리의
화제거리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뿌듯해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일년을 허투루 산 느낌도 들 것이다. 땅을 치며 그때 그 자리에
없었음을 후회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유와 질서의 완벽한 공존이 사랑과 평화를 만들었다. 과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얘기다.
펜타포트를 모델 삼아 내년부터는 상하이에도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러면 한-중-일을 잇는 삼각형 페스티벌이 생긴다. 당연히 더 좋은 라인업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더 지명도 있는 팀을 부르기 위해서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계속 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CD를 사야 한다.
페스티벌의 열기와 반비례하는 음반 시장이 있기에, 이런 록 페스티벌이 한국에서 열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 수도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분명히 참인 명제다. 쇼 비즈니스는 때때로 정직하다.
투자하면 보답이 온다. 그때까지, 닥치고 로큰롤! 글_김작가(음악평론가)
여기까지이고요 혼자보기에는 그냥 아까워서 같이봐요 일일히 치느라 힘들었어요..
글은 프리미어 잡지에 있는거 그대로 가져다 쓴 거에요.
첫댓글 이걸다~ㅎㄷㄷㄷ 수고하셨긔...
매튜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튜의 인권은 어디에 ㅋㅋㅋㅋ
크 고생하셨어요!! 그 3일간의 기억이 며칠안됐는데도 굉장히 새롭네요. 전 7월 28일 하이도 발밑에서 죽을뻔 했다우.. 100여명 구출속에 저도 있었다는거..
매튜ㅋㅋㅋ앞으로 설사사건은 길이길이 남을것 같아ㅋㅋㅋ 펜타 영원하길!!! 너무 좋았어요ㅜ_ㅜ
아아 정말 재밋었겠다
님 수고 하셨어요... 아 진짜 펜타 간 3일이 꿈꾼거 같애요 지금도,...아 그립돠!!!!!!!!!!!
주지훈 우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너무 좋네요.. 넘넘 수고하셨쎄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또 뭐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웃겨요 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헉.. 전 펜스쪽에 있어서 미친듯이 받아먹었는데;;;
대단하다긔 님ㄷㄷㄷ 너무 잘봤어열 ~~~~ 그날로 돌아가고싶을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수고하셨어요~~~
아 정말 안갔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거에요. 감동작렬이었음 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게이친구를 위한 주지훈이 그려진 우산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도 보다가 저세상 가는줄알았다는...;; 구출해주시는분 정말 힘드셨을텐데 뒤에서 허리잡고 한번에 넘기시더군요...ㅋㅋㅋㅋ몸무게좀 감량하고 가길 잘했었어요..ㅋ 근데 진짜 라르크때 마구잡이로 밀어서 다시는 펜타에 오지말았으면 해요..단독으로 오길...
갔다오셨군요ㅠㅠㅠㅠ 아 난 언제 저 사람들을 실물로 보지ㅠㅠㅠ
이번에 유료관객이 두배로 증가했다니 다행이다~ 내년에도 당연히 열리겟구만ㅋㅋㅋㅋ 내년엔 진짜진짜 갈테니까 그 때도 이만한 라인업 제발ㅠㅠㅠㅠㅠㅠ
와! 정말 이걸 다 치셨어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아까 올라온 뮤즈 보고 누군가 퍼오셨으면 했는데 ㅠㅠㅠ 너무 감사하다긔!!!!
퍼온거라긔 ㅋㅋㅋㅋㅋㅋㅋ
아까 제가 뮤즈 부분만 따로 퍼왔었는데 드디어 전체기사가 떴네요
제발 김작가 말대로 CD를 삽시다


그래야 유명한 뮤지션들이 펜타에 많이 올테니까요..
펜타 계약상 내년이 마지막인데 끊기면 절대 안되요 
헐헐헐헐헐... .내년엔 꼭 갈라했드만은....... .끝나면 니미 ........>......
대한민국의 매력에 빠져~~~~~~
ㅋㅋㅋㅋ아놔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진짜 좋아~~ㅠㅠ
님 대박수고하셨엉요!!!!!!!!!!!!!!!!!!!!!!!!!!!!!!!!!!!!!!!!!!!!!!!!!!!!!!!!!!!!!!!!!!!!!
내내 재밌게 읽다가 마무리에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펜타에 무수한 먹거리를 비롯해서 여러 판매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핫트랙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거든요. 날은 덥고 너지는 넘쳐나니까 푸드쪽은 정말 정신없이 사람들이 오가는데 공연 보고 나오면서 일행들하고 이런 얘길 했어요. 명색이 음악축제인데 여기서조차 CD는 전시용에 그치고 마는 거나고. 뭐 대다수가 이미 좋아하는 음악은 소장하고 있어서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주지훈 우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22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룸메이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국도 열리는 구나..ㄷㄷ..그럼 라인업이 더 좋아지겠네~~~+_+꺄아~~~~김작가님 이글루스에 글이 올라오길 바라며 왔다갔다 했는데 프리미어잡지글이 통째로 올라오네;;
룸메이트 게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다
ㅋㅋ 저 오케이고가 남대문에서 말가면 산데 갔었는데 옥고 기타피크 있어서 놀랐음.. 거기서 샀구나 말가면 ㅋㅋ
내년엔 꼭 가고 말테다!!!ㅠㅠ
메튜 공연할때 액션이 매우 커져서 기분 좋은거 같았는데 알고보니 쾌변 떄문이었구나!
시발 내가 왜 저기 안갔을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