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속담이야기
바다에는 "물때"란 것이 있다.
음력 보름과 그뭄 경은 "사리"라고하여
간만의 차가 크다.
즉 밀물 때는 물이 많이 들고
썰물 때는 물이 많이 빠져나간다.
특히 5월~7월의 사리 때는
년중 물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시기로서
평소 물에 잠겨 있던 곳이 모세의 기적처럼
뭍이 되어 외부로 드러난다.
거기에는 보말(조그마한 고동),
구쟁기(소라),구살(성게),깅이(게),
물꾸럭(문어)(제주시 동쪽 지역에선
뭉게라고도 한다),낙지 등등 해산물이
돌트멍(돌틈)에 박아졍 "나 없다." 하고
숨어들 있다.
그런데 밤에는
이들이 모두 돌밑에서 나와
활동하므로 횟불을 들고 나가 비춰보며
이것 저것 주서담기가 바쁘다.
이때는 횃불을 들고 나간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기 때문
동내 갯가는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게 된다.
60년대 까지만해도
횃불들고 해물 잡기가 청년들 아니고는 어려웠다.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버리는 폐유(횟불용 기름)를
얻는 문제도 그렇고, 한손엔 횃불,
한손엔 기름깡통과 바구니를 들고
물에 잠길락 말락한 거친 돌밭을 걸어다니면서
작업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 와중에 횃불을 마련 못한 아낙네들이
대바구니 하나만 달랑 들고 와서는
남의 여러 횃불 주위에서 서성이며
정작 횃불 든 사람보다 깅이 보말 구쟁기를
더 많이 챙기면서 잦은 시비가 일어난다.
내가 어릴적 살았던 용연마을
앞 바닷가의 당시 상황을 구경해 보자.
"무사 경 나 횃불 요피서 자밤쑤광?"
(왜 그렇게 내 옆에서 잡고 있습니까?)
"저래 가줍써 양!"(저리 가세요 예~) 라고
횟불 맨에게서 1차 경고를 받게 된다.
이럴 때는 다른 횃불 뒷쪽으로 얼른
피해줘야 하는데 2, 3차 경고에도 무시하고
계속 옆에서 깅이 잡이 하다간
성질 더런 넘에게 걸리면 아낙네 바구니를
바락 어펑 설러분다(엎어버린다).
이러면 '오냐! 너죽고 나살자"
"불에 비춰지는건 다 너꺼냐?"
하며 악다구니가 벌어지기도 한다.
물속에 꿈틀대는 물꾸럭이라도 발견되면
횃불맨이 조심스럽게 손을 뻣는 순간
주변에 있던 아지망(아줌마)이 어느덧 다가와
비호처럼 몸을 날려 물꾸럭을 덮쳐버린다.
횟불맨은 겨우 문어발가락 하나 부여 잡았을 뿐인데
양손으로 문어 몸통을 움켜쥔
아줌마를 어떻게 당할손가?
결국 문어는 아줌마 손아귀를 감싸 달라붙어 있다.
"에씨! 그거 못 내노쿠강?
(에이씨 그거 못 내놓겠어요?)" 하면
"무사 이녁이 질루완 이녁꺼라?"
(왜요 네가 길러서 네꺼냐?
"먼저 잡는 사름이 임재주"하면서
아줌마는 서둘러 멀리 도망쳐 버린다.
놈 싼 불에 깅이 잡는 아낙들은 거의 모두가
웃뚜르(중산간마을)에서해변가로 시집와서는
헤엄칠 줄 몰라 해녀의 물질도 못한다.
또한 4,3 때나 한국전쟁 여타 병고로 남편을 잃어
홀로 어린애들을 키우는 과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 새끼들에게 단백질을 먹여줘야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지닌 아낙들의
이렇듯 동찬 행동을 어찌
나무라기만 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도 횃불 주변을 기웃거리다
돌 트멍에 구쟁기라도 발견하면
살며시 손을 뻗어 때어내려는 순간
"야! 나, 다~ 봠서 이?
( 나 다 보고 있다~이!?" 하는 가
시돝힌 횃불 아저씨의 바리톤 목소리에
검칠락 놀래멍(화들짝 놀래면서) 움추린다.
"에이 씨불! 뒷 모개기에도
눈깔 달린 것추룩...
"(에이씨~뒷목에 눈이 달린 것처럼)
붕당붕당 허멍(투덜 투덜 대면서)
죄 없는 빈 대바구니만 발로 팍팍 차면서
집에 와불곡 했던 것이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제주 속담에 자신은 노력않고
남의 노력에 얹혀 이익보려는 얌체를 일러
"놈싼 불에 깅이 잡젠 허는 사름"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 말만 허문 비록 놈앞이 곳는
(남에게 하는) 말이라도 꼭 나 들으랜
허는 소리 닮망(내가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아서)
가슴이 금착 금착(섬찟 섬찟) 허여진다.
- 용연지킴이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