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알리는 민물고기… 여름 번식기엔 수컷 색깔 화려해져
갈겨니
▲ 갈겨니의 매력은 은빛 몸을 머리에서 꼬리까지 가로지르는 푸른 줄무늬랍니다. /국립생물자원관
3월이 되니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어요.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강과 계곡도 물이 졸졸 흐르면서 물고기들이 보이기 시작하죠. 이렇게 봄을 알려주는 친숙한 우리 민물고기 중 한 친구와 만나볼까요? 몸길이가 최장 20㎝까지 자라는 갈겨니랍니다.
갈겨니라는 이름이 붙은 물고기는 두 종류예요. 충남 태안반도와 그 남쪽에서 서해와 남해로 흘러가는 강에 살고 있는 '갈겨니'가 있고요. 이 지역보다 북쪽인 경기·강원도의 강에서도 볼 수 있는 '참갈겨니'가 있어요. 갈겨니와 참갈겨니는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김새가 빼닮았는데요. 갈겨니의 눈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갈겨니에게는 없는 붉은 반점이 보여요. 이들은 원래 단일종으로 여겨져 왔지만 과학자들이 두 종류 사이의 미세한 차이점을 알아내면서 2005년 별개의 종으로 분류됐답니다.
그런데 갈겨니·참갈겨니는 공통적으로 피라미와 쉽게 혼동된답니다. 길쭉한 몸, 은빛으로 반짝이는 배, 상대적으로 어두운 녹갈색의 등, 그리고 번식철에 나타나는 수컷의 아름다운 몸 색깔 등 여러 면에서 피라미와 빼닮았어요. 번식철에 화려한 색으로 물든 피라미를 '갈'이라고 하는데, 갈겨니라는 이름의 유래로 추정돼요. 갈겨니와 피라미는 몸통의 무늬로 구분할 수 있어요. 둘 다 몸통에 푸른 줄무늬가 선명한데요. 갈겨니의 경우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좌우로 길쭉하게 나 있는 반면, 피라미는 등에서 배까지 상하로 여러 겹 나있죠. 강의 중류 지점에서는 갈겨니와 피라미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수면이 꽁꽁 얼어붙은 겨우내 갈겨니는 무리를 지어 깊은 물속에서 겨울을 보냈을 거예요. 햇살이 얼음을 비추면 얼음 아래로 몰려들어 일광욕을 즐겼을 테고요. 얼음이 녹아들고 봄을 맞이한 갈겨니들은 활발한 먹이 활동을 하며 6월 무렵부터 시작될 번식철을 앞두고 먹이를 양껏 먹으면서 몸 만들기에 나설 거예요. 잡식성으로 바위에 붙어있는 물풀을 먹기도 하고, 곤충이나 동물성 플랑크톤도 먹죠. 특히 물 위를 날아다니고 있던 파리 등을 껑충 뛰어올라 잡아먹기도 한대요.
번식철인 여름이 되면 갈겨니 수컷의 생김새는 몰라보게 화려해져요. 배와 등지느러미 부분은 화사한 붉은색으로 물들고, 입가에는 돌기가 돋고, 뒷지느러미는 길쭉해진답니다. 이렇게 암컷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화려해지는 수컷의 몸 색깔을 '혼인색'이라고 불러요. 입가의 돌기는 수컷들이 암컷을 두고 다툴 때 상대방을 물리치기 위한 '무기'랍니다. 라이벌을 이겨내고 암컷과 짝을 지으면 기다래진 뒷지느러미로 암컷의 배를 살살 문질러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자극한답니다. 뒷지느러미는 또한 모래와 자갈을 움직여 알 낳을 보금자리를 만드는 '삽'의 역할도 하죠.
갈겨니는 피라미·버들치와 함께 주변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민물고기인 만큼 매운탕·튀김·도리뱅뱅이(민물고기를 튀겨서 둥글게 담아낸 요리) 재료로 친숙해요. 그런데 요즘은 맵시 있는 모양과 화려한 색깔이 주목받으면서 수족관에서 기르는 관상어로도 인기를 얻고 있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