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를 따먹고 두 개의 뮤즐리(muesli) 바로 버틴 것이 극적인 생존 비결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 사우스 웨일즈(NSW)주 산악 지대에서 13일 만에 구조된 의대생 하디 나자리(23) 얘기다.
나자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지난해 성탄 다음날인 복싱 데이였다. 친구들과 함께 스노위 마운틴스의 코지오스코(Kosciuszko) 국립공원에서 사진을 찍다가 혼자 길을 잃고 말았다. 코지오스코 산은 해발 고도 2100m로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울창한 숲과 거센 바람 때문에 호주에서 가장 등산이 어려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데 남반구는 마침 여름이라 날씨도 따듯하고, 친구들과 가족을 비롯해 수백 명이 참여한 수색 작업 중에 그의 소지품이 발견돼 당국은 그가 근처에 살아있을 것이라 낙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오후 3시 15분쯤 다른 하이커들에게 발견돼 무사히 구조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나자리는 하이커들에게 소리를 질러 "덤불에서 길을 잃었는데 목이 마르다"고 알렸다고 앤드루 스플리엣 총경이 취재진에게 전했다.
하이커들이 응급 신고를 한 뒤 헬리콥터에서 내려준 윈치를 이용해 구조됐다. 현장에서 응급요원들이 몸 상태를 확인한 뒤 병원으로 후송했다. 나자리의 건강은 괜찮았고, 말도 할 수 있었으며 별다른 심각한 부상도 없었다.
나자리는 산에 마련된 대피소(hut) 안에서 뮤즐리 바 둘을 발견했으며, 스플리엣은 그가 "지난 2주 동안 소비할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계곡 물로 목을 축였고, 베리를 따서 보관하며 먹었다고 했다.
뮤즐리란 통곡물을 그대로 압착해 만든 시리얼을 가리킨다. 20세기 초 스위스 의사 막스 빌헬름 비르허베너가 병원 환자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시초였다. 오트밀에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압착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가족들은 이날 수색 베이스캠프에서 나자리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으며, 나중에 현지 매체들은 그가 양호한 몸 상태임을 확인해줬다. 가족들은 9뉴스에 "우리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자리가 발견된 곳은 친구들과 조난 당일 만나기로 약속했던 야영지에서 1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블루 레이크 근처였다.
스플리엣은 "그는 그 때 넓은 지역을 돌아다녔더라"면서 그가 퇴원한 뒤 "그의 발자취를 추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남성 루카스 맥클리시(34)는 등산 중 길을 잃고 헤매다 열흘 만에 구조됐는데 그 역시 산딸기를 따먹고 폭포의 물을 마시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고 했다.
나자리와 맥클리시보다 훨씬 긴 시간을 야생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생환한 행운아도 있다. 지난해 10월 19일 샘 베나스틱(20)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로키 산맥 가운데 레드펀 케일리 공원에서 열흘 동안 낚시와 하이킹을 즐길 요량으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아 당국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수색 및 구조대를 꾸려 찾아 나섰는데 수은주가 영하 20도까지 곤두박질하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같은 달 말쯤 중단했다.
그런데 다섯 주가 흐른 11월 26일 레드펀 레이크 트레일로 작업하러 가던 두 사람의 눈에 띄어 무사히 돌아왔다.
베나스틱은 경찰에 처음 며칠은 자동차에 머물렀으며 나중에 계곡으로 걸어 내려가 그곳에서 10~15일 캠핑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종 당시 그는 타르프, 배낭, 캠핑 장비 몇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그 뒤 계곡 아래로 이동해 마른 계곡 바닥에 캠프 겸 피난소를 지었다.
그런데 겨울 추위가 드셌고, 눈까지 내렸다. 결국 베나스틱은 구조대원들에게 깃발을 흔들어 알릴 수 있는 곳으로 옮겼다.
병원에 입원했던 베나스틱의 몸 상태나 그가 어떻게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그의 가족이 수색 작업을 지켜보기 위해 머물렀던 숙박업소의 주인 마이크 리드는 현지 C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가 침낭을 잘라 다리에 감아 체온을 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는 또 그가 거의 실신을 해 앰뷸런스로 옮겨졌으며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고 덧붙였다.
뜻밖에도 그가 발견된 곳은 실종 전에 붉은색 자전거를 타던 공원 안에서 가장 큰 호수인 레드펀 레이크의 트레일 들머리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그가 이렇게 긴 시간 어떻게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해서 당시 구조 책임자도 그의 생존 비결을 들어보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는데 그가 무사히 구조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는데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한편 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 하이킹을 즐기다 새해 첫 날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두 영국 남성 가운데 한 명의 시신이 8일 발견됐다고 현지 구조당국이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런던 출신 아지즈 지리앗(36)과 사무엘 해리스(35)가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서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 마지막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6일 귀국 비행기 체크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구조팀은 8일 아침 재개된 헬리콥터 수색 도중 "불행하게도 생명의 흔적이 없이 눈 아래 파묻힌" 시신 한 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헬리콥터는 한 남성의 전화 통화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고지대 상공을 비행하다 시신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구조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발견된 시신이 해리스의 것으로 보인다며 트렌토 근처 카레 알토 산의 바위 아래 눈밭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사망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아마도 "위에서 추락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팀은 또 악천후 탓에 눈사태 수색을 훈련받은 수색견들을 동원한 지리앗 수색 작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변인은 날씨가 허락하는 대로 수색을 재개할 예정인데 아마도 10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산악인의 배낭과 장비는 두 사람이 활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비박(bivouac) 대피소 수색 중에 발견됐다. 둘의 가족 역시 구조팀에 합류했는데 심리 상담 등의 조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리앗의 여자친구 레베카 딤목은 둘 모두 "숙련된 하이커들"이라고 말했는데 BBC에는 "그들은 새해 맞이 하이킹을 하고 싶어했다. 대피소에서 대피소로 이동하며 돌로미티 전체를 누비고 싶어했다. 그들은 오프-그리드(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하이킹을 계획했고 그래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맞닥뜨린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