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금까지 이룩한 업적 가운데 가장 위대한 토목 공사라는 칭송을 받는 중국의 만리장성과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건축물의 하나로 꼽히는 이집트의 대피라밋이 놀랍게도 파와 마늘의 힘으로 이룩된 것이라고 역사책에 적혀 있다.
물 한방울 없는 사막에서 뙤약볕을 쪼이며 수만 명의 노예들이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피라미드를 쌓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먹이고 부상자와 병자를 어떻게 치료했는지가 더 궁금하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체옵스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동안 노예들의힘을 돋우기 위해 은화 1천 6백 달란트 어치의 파, 마늘, 무를 구입했다고 적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파와 마늘을 신채(神菜)라고 불렀으며 체력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음뜸가는 약초이자 식품으로 여겼다.
만리장성을 쌓을 때에도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파와 마늘을 자주 급식으로 주어 힘을 내게 했다고 한다. 그때에 파를 즐겨 먹던 것이 습관이 된 것인지 중국 사람들은 지금도 세계 어느 민족보다 파를 많이 먹는다. 이처럼 파는 놀라운 영양 식품인 동시에 훌륭한 약초이다.
파는 칼슘, 인 같은 무기염류와 비타민A, C등이 풍부한 채소이다. 마늘처럼 유황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위장 기능을 도아주며 강력한 살균 작용을 한다.
파는 민간에서 감기 예방과 치료의 명약으로 알려져 있다. 메좁쌀에 파를 많이 썰어 넣고 끓인 파죽이나 된장에 파를 많이 썰어 넣고 끓인 파된장국을 한 그릇 마시고 나면 웬만한 감기는 다 떨어진다. 파의 흰 줄기를 세로로 쪼개어 그 안쪽을 목에 붙이고 자면 한결 아픔이 덜하다고 한다.
파의 약성에 대한 기록은 중국 의학책인 <명의별록>에 처음 나오는 데 이렇게 적혀있다.
“파는 상한으로 골육이 아픈 것과 편도선 종통을 다스리고 태를 편안하게 한다. 파뿌리는 상한과 두통에 효험이 있고, 파즙은 신장 질환에 좋다.”
또 <본초강목>에는 “파는 풍습과 복통 마비로 인한 통증을 다스리고 젖을 잘 나오게 한다.”고 적혀있고 <식의심경>이라는 책에는 “설사가 날 때 파의 흰 줄기 한줌을 썰어서 쌀과 함께 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고 적혀있다.
파를 약으로 쓸 때에는 대개 녹색이 나는 윗부분을 잘라 버리고 아래쪽 흰 부분만을 쓴다. 흰 부분과 푸른 부분이 약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흰 부분은 열기가 있어서 땀을 내게 하는 작용이 지나쳐 기를 상하게 할 수 있다.
파 흰밑의 약성에 대해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파흰밑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폐경에 작용한다. 땀을 내고 풍한을 내보내고 양기를 잘 통하게 하며 독을 풀고 태아를 안정시킨다. 알코올 추출물이 심장과 위장의 기능을 세게 하고 적리 막대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미생물에 대한 억균 작용을 나타내며 트리코모나스균을 죽인다는 것이 실험에서 밝혀졌다. 풍한표증 감기, 소화장애, 설사, 세균성 적리, 저혈압, 태동 불안, 부스럼, 궤양등에 쓴다. 하루 6~12그램을 달여 먹거나 기름 또는 술에 끓여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짓찧어 붙이거나 데워서 찜질한다. 달인 물로 씻기도 한다. 민간에서 감기 걸렸을 때 기름에 끓여 먹는다.”
파를 오래 먹으면 몸이 따뜻해져서 추위를 타지 않게 되고 피가 맑아진다. 또 파는 흥분 작용이 있어서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잘 되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한다.
파는 살충, 살균 작용이 강하여 많이 먹으면 요충이나 회충 같은 기생충을 예방하고 갖가지 병원균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파는 항암 작용, 염증이나 종기를 삭이는 작용도 상당하다. 잘 낫지 않는 종창에 파를 짓찧어 붙이면 잘 낫고 동상이나 화상에도 파의 흰 줄기를 구워서 붙이거나 즙을 내어 붙이면 잘 낫는다고 한다.
발을 삐거나 부딪쳐서 통증이 심할 때 파뿌리를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면 통증도 멎고 열도 내린다. 파에는 강력한 진통 작용과 함께 지혈 작용도 있다. 파는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어서 불면증에 파 흰 밑을 5센티미터쯤의 길이로 잘라 4~5개씩 밥먹을 때마다 된장에 찍어 먹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아 버린다.
파는 암 환자에게 훌륭한 보양제이며 흥분제로 체력을 도와주고 소화를 잘 되게 하는 효과가 크다. 파는 여름파와 겨울파로 나누며 굵은파와 가는파, 실파 등 서른 가지가 넘게 있는데 약으로 쓸 때는 꼭 굵은 겨울파로 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남의 진주와 부산의 명지, 기장에서 품질 좋은 파가 나는 것으로 이름났다. 파, 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