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인내의 경지/ 이인평 아우구스티노
나이 들수록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안 하게 되고, 화가 나려고 해도 화를 참게 된다. 입이 없고 성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름 도가 터서 그런다. 아프기로 말하면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수두룩하고, 따지고 보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아픈데? … 화를 내기로 하면 나보다 더 화를 내도 시원찮을 사람들이 저렇게 잘 참고 있는데?….
괜히 남의 속도 모르고 함부로 아프다거나 성질부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향해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너만 성질 나냐? 나도 성질난다!’ 하고 반문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스러울 따름이다. 그럴 때 어쩌다가 예수님의 십자가라도 바라보게 되면 영락없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만다.
신앙이 깊어지면 인내에 이골이 나게 마련이다. 세월의 시련에 굴려지고 기도와 은총에 다듬어지면서 내공이 깊어지게 마련이다. 현실에 순응하면서 점점 영혼이 맑아져서 저승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처럼 착히 어려진다. 이쯤 되면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화를 낼 필요도 없는 순진무구한 풍모를 갖추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고, 그것이 부모나 형제자매들만의 모습이 아닌 바로 나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내 모습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나는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침묵의 순명을 배운다. 더 이상 꼼짝할 수 없이 못 박힌 극한의 최후 속에서도 오직 사랑으로 고통을 참아내는 절대 침묵의 순명! 얼마나 많은 순교자들이 그분의 뒤를 꿋꿋이 따랐던가! 조금만 아파도 소리쳐 대고, 기분 나쁠 때마다 쉽게 화를 내는 이 시대에, 하루 종일 십자가를 안고 살아야 할 내 조급증을 뉘우쳐 본다.
이인평(시인·아우구스티노)
가톨릭신문 : 2016-07-03 [제300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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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금만 참았더라면 그런 후회가 반복되는 제모습이 참 부끄럽습니다.
네, 청담골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