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곰까지 죽였다…무책임한 관광객에 신음하는 '낙원'
원주민 자치 정부 "해결책 모색 중이나 재정적 어려움 커"
세계적인 관광지인 BC주 밴쿠버 아일랜드의 토피노가 넘쳐나는 불법 야영객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7월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당국은 무단으로 야영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2만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최근 불법 야영객이 남긴 쓰레기 때문에 곰이 사살되는 비극까지 발생하면서 지역 사회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퍼시픽림 국립공원 관리청과 원주민 자치 정부, 지방 자치단체들은 합동으로 순찰팀을 꾸려 관할 구역 내 불법 야영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단속 지역은 클래쿼트 암부터 케네디 호수 유역, 틀라-오-퀴-아트 등 원주민 전통 영역, 시립 공원 및 도로, 주립 공원 등 사실상 토피노와 유클루릿 전역을 포함한다.
데이브 토벨 국립공원 관리소장은 "국립공원법에 따라 허가 없이 야영하는 개인에게는 최대 2만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지역 사회의 분노에 불을 지핀 것은 최근 발생한 곰 사살 사건이다. 한 캠핑장 주인은 "관광객들이 숲에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결국 곰 한 마리가 지난 9일 사살됐다"며 "이런 종류의 오염이 야생동물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는지 보여주는 최악의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불법 야영객들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는 곰과 같은 야생동물이 인간의 음식에 맛을 들이게 하는 '음식 길들이기'의 주된 원인이다. 한번 길들여진 동물들은 점점 더 공격적으로 음식을 찾아다니게 되고, 결국 사람과 애완동물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사살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지역 주민들의 목격담도 잇따른다. 캐나다 데이 연휴 기간, 유클루릿 주민 아윌다 산체스 씨는 '주간 이용 전용'이라는 팻말이 선명한 케네디 호수 인근 해변에서 약 15명의 단체가 텐트 5개를 치고 이틀 밤을 야영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그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며 "연휴가 끝난 뒤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직접 치워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불법 야영은 산불의 위험도 키운다. 특히 토피노 지역은 BC 산불관리청의 상주 인력이 없어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이 어렵다. 릭 게디스 유클루릿 소방서장은 "이 지역의 기후가 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어 산불 위협이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예방할 수 있는 불법 모닥불 때문에 한정된 지역 소방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관할권이다. 토피노 일대는 주 정부 소유지, 지역구, 주립공원, 국립공원, 사유림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통합적인 단속과 관리가 쉽지 않다. 틀라-오-퀴-아트 원주민 자치 정부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캠핑장을 조성하는 데는 막대한 재정적 어려움이 따른다.
지역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관광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토피노나 유클루릿의 캠핑장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호텔이나 모텔을 예약하거나 아예 서해안 여행을 다음으로 미뤄달라는 것이다.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퍼시픽림 하이웨이에 위치한 웨스트 코스트 캠핑장은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으며, 막바지 예약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텐트 사이트 비용은 하룻밤에 35달러 미만으로, 물가가 비싼 토피노 지역에서는 매우 저렴한 편이다.
당국은 불법 야영이나 의심스러운 화재 활동을 목격할 경우 즉시 관련 기관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