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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우리는 중세를 어떻게 오해하게 되었는가?
현대사회에 발현되는 중세,
그 편견과 고유성에 관한 다양한 시각!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중세의 문양과 상징을 활용하는 극우주의자 내지 인종주의자의 시위와 폭력이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슬로건이나 의제를 위해 중세에 관한 이미지, 문구 등을 자의적으로 오독하고 오용함으로써,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도 잘 모르는 사이 인터넷, 게임, 소셜 미디어 등의 다양한 매체에서 중세는 대중적이고 접근이 가능한 시대로 인식되고, 많은 유머와 창의성의 원천으로 이해되면서, 한편으로는 근거가 확실치 않고 맥락 없이 이미지와 이념들이 활용되어 중세에 대한 천박한 이해를 불러오기도 했다. 전문 중세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들은 억압적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특정 정치적·인종적 집단의 중세 유럽에 대한 오독과 오용을 예리하게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
🏫 저자 소개
앤드루 앨빈
미국 포덤 대학교 영문과 및 중세학 조교수이며, 포덤 대학교 중세학연구소 교수이기도 하다.
매리 C. 애를러
미국 포덤 대학교 영문과 석좌교수이며, 포덤 대학교 중세학연구소 교수이기도 하다.
토머스 오도널
미국 포덤 대학교 비교문학과 공동학과장이자 영문학 및 중세학 부교수이며, 포덤 대학교 중세학연구소 교수이기도 하다.
📜 목차
제1부 · 이야기
1.1 눈에 띄지 않는 농민 _샌디 바드슬리
1.2 중세 유럽 예술의 숨은 이야기 _캐서린 A. 윌슨
1.3 현대의 무관용과 중세의 십자군 전쟁 _니컬러스 L. 폴
1.4 피의 비방, 거짓말 그리고 그 유산 _마그다 테터
1.5 누가 샤리아 법을 두려워하는가? _프레드 M. 도너
1.6 중세 말기 잉글랜드의 이주자들 _W. 마크 옴로드
1.7 할렘 르네상스와 중세 _코드 J. 휘터커
제2부 · 기원
2.1 토머스 제퍼슨의 쿠란에 대한 세 가지 오독 _리언 슈피에흐
2.2 나치의 중세 _윌리엄 J. 디볼드
2.3 베네딕트라면 무엇을 할까? _로런 맨시아
2.4 태고 이래로 중동 사람들은 싸우지 않았다 _스테퍼니 멀더
2.5 상아로 연결된 두 대륙 _세라 M. 게랭
2.6 중세 유럽의 예술에서 흑, 백과 인종에 대한 인식_패멀라 A. 패튼
2.7 ‘브루난버 전투’에서 제국과 국가 사이에 있던 잉글랜드 _엘리자베스 M. 타일러
2.8 누구의 스페인이란 말인가? _데이비드 A. 왝스
제3부 · #해시태그
3.1 현대의 기사, 중세의 달팽이 그리고 외설적인 수녀 _메리언 블리크
3.2 성생활과 죄악의 중단 _앤드루 리브
3.3 ‘켈트’ 십자가와 백인 신화 _매기 M. 윌리엄스
3.4 대중 매체에 ‘실재하는’ 중세의 눈가림 _헬렌 영
3.5 바이킹 시대의 진정한 남자들 _윌 체르보네
3.6 #신이원하는바이다 _애덤 M. 비숍
3.7 이단이라고 인정하세요 _J. 패트릭 혼벡 2세
후기 중세주의자들과 욕망의 교육 _제럴딘 헹
부록
📖 책 속으로
주로 농민의 노동에 의존하여 귀족의 삶을 유지한 제도가 장원제였다. 말하자면 농민은 장원이라고 부르는 소규모 공동체에서 생활했다. (중략) 르네상스기 축제 때에 (혹은 중세의 필사본에 등장하는) 화려한 옷과 보석으로 치장을 한 군주의 행렬에 감탄하면서, 우리가 정말로 보게 되는 것은 인구의 90퍼센트를 차지한 농민의 노동이다.
---「1.1_ 눈에 띄지 않는 농민」중에서
십자군 전쟁을 ‘문명 간의 충돌’, 즉 유럽의 백인들이 비백인들, 비기독교인들 그리고 특히 무슬림들에 저항하거나 심지어 이들을 복속시킨 운동으로 보는 광범위하게 확산된 인식은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실재하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십자군 운동에 대한 이와 유사한 발언의 강화는 극단적이고 호전적인 이슬람주의 세력의 미디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십자군 전쟁’과 ‘십자군’이 오랫동안 무슬림 세계에서 적으로 인식된 자들에 대한 친숙한 욕설이었던 반면에, 국제적인 테러가 자행되는 시대에 이들 용어는 ‘십자군’이자 적으로서 인지되는 미국, 유럽 및 이스라엘 등을 향했다.
---「1.3_ 현대의 무관용과 중세의 십자군 전쟁」중에서
이주민을 대할 때 잉글랜드인의 태도는 종종 언어에 따라 달라졌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과 이에 대한 의지는 신뢰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중략) 만약 이주자가 자국어인 영어로 말할 수 없거나 매우 불완전하게 말할 경우, 그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1381년의 농민 반란으로 알려진 대중 봉기가 일어나는 동안, 런던의 반란자들이 사람들에게 ‘치즈와 빵’이라는 단어를 말하라고 요구했으며, 이를 통해 런던에 거주하던 외국인을 식별하고자 했다고 알려져 있다.
---「1.6_ 중세 말기 잉글랜드의 이주자들」중에서
말하자면 중세는 나치주의자들의 자기 인식의 중심에 있다. 그들의 체제를 가리키는 명칭 자체가 중세적 과거를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제3제국Third Reich이 10세기에 기원한 독일 제1제국의 재탄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세가 나치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는 나치의 일부 지도자들이 중세 연구에 많은 시간과 재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즉 나치당의 주요 이론가였던 알프레트 로젠베르크Alfred Rosenberg와 나치 친위대의 대장이었던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는 중세 연구를 열렬히 추진했던 것이다.
---「2.2_ 나치의 중세」중에서
피부색에 관한 중세의 인식은 대체로 복합적이었다. 실제의 피부색과 묘사되는 피부색 모두는 중세 유럽의 관찰자에게 인종적 정체성과 명백히 거의 무관했던 폭넓은 함의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을 묘사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선택하는 갈색, 검은색, 푸른색, 회색, 심지어 보라색마저 인종과 무관한 것으로 이해되는 추상적이고 사회적인 자질 내지 도덕적 특성을 의미했다. 이런 특성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사악함이나 죄악이었다. 이는 검은 것을 죄와 악마에 대한 비유로 인식한 초기 기독교 신학자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략) 이와 유사한 생각은 검은 ‘에티오피아’ 악마에 의한 극적이고 가시적인 유혹에 관한 수도원의 이야기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2.6_ 중세 유럽의 예술에서 흑, 백과 인종에 대한 인식」중에서
스페인의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즉 그라나다의 함락, 유대인의 추방, 1502년부터 시작된 무슬림의 개종 등으로 비로소 스페인은 기독교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달루시아 무슬림의 다수는 알안달루시아가 형성될 당시 사실상 이미 이베리아반도에 거주하던 기독교의 후손이었다. 이 같은 사실로 ‘이슬람의 침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하튼, 가톨릭교회가 이베리아반도를 정복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에, 스페인의 귀족은 십자군 전쟁의 유산을 상징하게 되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을 지닌 정복자들이 신세계로 갔다. 즉 비기독교도의 정복과 이들의 개종은 스페인의 주요 관심사이자 대두하던 국가적 정체성에 핵심적이었던 것이다.
---「2.8_ 누구의 스페인이란 말인가?」중에서
오늘날의 가톨릭교회는 피임과 낙태를 구분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복음주의자들도 동일하게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중세의 의학과 도덕 신학은 유산과 피임을 구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독극물이기 때문이며” 그리고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보수적인 기독교도가 구분을 하지 않는 영역에서, 중세의 도덕 신학자들은 구분을 했다. 중세의 교회법학자들 및 의사들은 배아가 40일 이후에 영혼을 배태하며, 따라서 40일 이전의 유산은 물론 매우 중대한 죄이지만 ‘영혼이 생성된’ 후의 낙태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대개 주장했다.
---「3.2_ 성생활과 죄악의 중단」중에서
한편 흰 피부색은 아일랜드인에게 ‘지배 인종의 일부’가 되는 것을 용인했다. 1900년을 전후한 수십 년의 이 동일한 기간에 ‘켈트’ 십자가의 이미지는, 특히 묘지의 표지나 작은 장식용 모형으로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시카고 만국박람회(1893)와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1904)에서의 아일랜드 전시관에는 판매용 소형 기념품은 물론 실물 크기의 높은 십자가 석고 모형도 있었다. 심지어 1910년부터 미국인들은 시어스 백화점의 카탈로그에서 ‘켈트’ 십자가 묘비를 구매할 수도 있었다. 좋든 싫든, 이러한 종류의 가시성은 ‘켈트’ 십자가라는 상징물이 아일랜드계 미국인의 정체성과 확고하게 연관되도록 해주었는데, 이 같은 정체성은 일반화된 ‘백인’ 개념과 매우 종종 동일시되기도 했다.
---「3.3_ ‘켈트’ 십자가와 백인 신화」중에서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중세 유럽에는 백인만 살고 유색인종은 가끔 이국적인 외부인으로만 등장할 것이라고 여기는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등에서 이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서구 대중문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백인이 국가별 인구 구성비보다도 훨씬 높은 비율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2016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조사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전국 인구의 평균에 부합하는 경우는 7퍼센트뿐이며, 미국 인구에서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40퍼센트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인종적·민족적인 배경이 다양한 인물이 30퍼센트나 적다. 중세 이야기에서 유색인종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 이들은 일시적이고 고립된 인물이거나 침략자로 등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중세 유럽’이라는 무대에서 외견상 자연스러운 백인과는 현저히 대비되고, 이야기 전개상 미미한 존재로 등장한다.
---「3.4_ 대중 매체에 ‘실재하는’ 중세의 눈가림」중에서
반대자에게 이단이라고 ‘인정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도 세대들에게 이단은 현세적 삶과 죽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내세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회 당국자들은 일반 신자와 지식인 엘리트를 모두 단련시키기 위해 이단이라는 도구를 활용했고, 종교적 반대자들이 신학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무서운 징벌도 받게 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교회 제도의 명성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3.7_ 이단이라고 인정하세요」중에서
🖋 출판사 서평
우리가 중세를 오해할 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았는가?
중세 유럽 문화사의 다양한 시각과 현대적 관점의 모델을 제시하는 책
이 책의 키워드는 인종주의, 남성성, 젠더, 종교 등이다. 특히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중세의 문양과 상징을 활용하는 극우주의자 내지 인종주의자의 시위와 폭력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이들 행동가는 자신들의 슬로건이나 의제를 위해 중세에 관한 이미지, 문구 등을 자의적으로 오독하고 오용함으로써,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도 잘 모르는 사이 인터넷, 게임, 소셜 미디어 등의 다양한 매체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 인종, 젠더, 종교 논쟁에서 중세와 관련된 문구나 이미지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어설픈 학습을 한 ‘아마추어 중세주의자들’의 중세에 대한 심각한 오독과 오용에 대한 ‘전문 중세학자’들의 학문적 비판이자 사회적 연대의 산물인 셈이다. 이 책은 중세와 관련된 사회적 현안에 대해 역사, 문학, 건축, 이슬람, 젠더 등의 분야를 연구하는 중세학자들의 학제적 연구의 좋은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체제와 서술 그리고 이미지의 활용 등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이 책은 중세 유럽사 내지 문화사의 훌륭한 교재이다.
막연하거나 왜곡된, 상상 속의 중세를 바로잡기 위하여
아마추어 중세주의자들의 오독을 막는 전문 중세학자들의 글을 엮은 책
우리가 대부분 어려서 들었던 이야기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것이거나 중세에 관한 가상의 이야기, 즉 성(城)이 가득하거나 용이 득실거리는 이야기였다. 미신, 인종 차별과 통제되지 않는 종교적 폭력 등의, 중세에 관한 으스스한 설명들도 있다. 중세에 관한 우리네 이야기들은 중세인들 스스로 만들었거나 그들이 저술, 문서, 철학 및 예술에 보존하거나 반영한 이야기들과는 빈번히 상충된다. 이 책의 집필진은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오류들을 시정하고 때로는 오늘날 중세를 이해하는 우리네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탐구하기 위해 중세에 관한 고유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현대의 권력자와 지배 이데올로기가 소비하는 중세
역사 속 중세가 현대에 발현되는 방식, 새로운 관점을 추천하는 책
근대 서구 세계에서 중세는 후대의 문화적 지향들이 일관되게 대두하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의 중요한 지점으로 기여하고 있다. 중세의 세계는 친숙한 동시에 낯설기도 하다. 중세는 후대의 역사적 시기들이 자신들에 관해 스스로 이야기할 때 도출할 수 있는 문헌, 이미지 및 관념의 집합소가 되었다. 이런 특정한 서사들이 부상하게 되면, 다른 서사들은 비록 그들의 중세적 뿌리가 정당하고 깊다 하더라도 종종 권력을 장악한 집단과 기관들에 기여하거나 권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사라지게 된다. 오늘날 중세는 디지털 문화의 주류에서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근거가 확실치 않고 맥락 없이 활용되는 이미지와 이념들은 중세에 대한 천박한 이해를 불러와, 누구나 참여하여 자신들의 상상력에 따른 해석을 하도록 제공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폭넓은 독자와 중세와의 만남이라는 현상이 빈번하게 증가하면서 밈과 약칭 표현의 원천에 대한 대화의 필요성이 우리에게 더 많이 제기된다. 이는 전문가들이 대중과의 대화 그리고 대중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과의 적극적 대화가 필요함을 제기하는 것이다.
22편으로 이루어진 전문 중세학자들의 다각도의 연구 시각
1부: 이야기 - 농민, 장인, 이주민, 여성, 유대인, 무슬림 등 중세의 비주류 집단이 존재한 형태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중세에 관해 대중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중세의 여러 사회 계층의 실제 모습을 재구성하고, 특정 인종 내지 종교 집단에 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있다. 중세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농민의 노동이 중세의 문명을 가능하게 했음을 보여주며, 중세의 엘리트 예술을 대표하는 태피스트리는 장인들과 노동자는 물론 지배자들의 협업과 이용의 산물임을 지적한다. 중세에 관한 몇몇 이야기들은 오늘날의 불의와 관련하여 중세에 관해 잘못된 선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영감을 제공한 ‘성전’으로서의 십자군 전쟁을 근대의 식민지 이데올로기나 인종적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는 것은 오류라고 비판한다. 또한 근대의 폭력을 야기한 유대인에 관한 거짓 이야기들이 중세에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속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이슬람의 법률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것이 공적 이해관계와 합리성에 기초하여 발달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슬람에 대한 현대인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고자 했다.
2부: 기원 - 현대에서 소환하는 역사적 시기로서의 중세
제2부는 서구의 국가들 및 개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변론하기 위해 활용하는 역사적 시기로서의 중세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이야기꾼들이 오늘날의 특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문헌, 역사 및 예술 자료를 선별적으로 어떻게 수집하고 망각했는지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필진은 중세 유럽이 자율적이고 자족적이며 고립된 사회가 아니라, 외부의 더 넓은 세계와 접촉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었으며, 기독교도는 물론 유대인과 무슬림이 함께 공존한 사회였음을 상아와 중세 스페인의 사례 등을 통해 다각도로 보여준다. 말하자면 지구적 중세의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3부: #해시태그 - 현대 미디어에 쏟아지는 중세의 파편들
제3부는 오늘날 미디어, 논평 내지 해시태그에서 정제되지 않고 쏟아지는 중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를 성찰한다. 인종 및 민족(성)에 관한 논쟁을 위해 밈이나 해시태그에서 소환되고 있는 중세는 근거가 박약하고 맥락이 없이 활용되고 있으며, 중세에 관한 이미지와 이념들은 그것에 대한 천박한 이해와 편견만을 조장한다고 필진은 비판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가톨릭이나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둥근 켈트 십자가는 오늘날 신나치주의자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중세와는 무관한 고대 켈트의 산물로서, 백인 문화가 보편적이었다는 백인 신화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예시하고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에서 반복되는 중세의 모티브들 가운데 인종은 물론 성과 종교에 관련된 것도 있다. 십자군 이미지 및 해시태그 ‘#신이원하는바이다’는 밈의 함의보다 훨씬 복합적이라고 지적한다. 제3부에서는 중세 유럽이 백인만의 완전한 기독교 사회였다는 인종주의자들의 상상이 허구임을 날카롭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들 인종주의자가 내세우는 중세에 대한 비판적 접근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