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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전부 다 스즈키의 자업자득이다. 도와줄 필요가 없다. 이것도 프로의 세계이다. 그리고 이라부의 등장이야말로 신의 뜻이다. 신이 요괴 이라부를 보낸 것이다.
“내일 시합 기대되는데. 도민병원 사람들과 붙는데, 진 쪽이 한 달 동안 응급환자를 받기로 했어.”
신이치는 눈을 감았다. 술기운도 겹쳐서 몸이 한층 더 휘청거렸다.
“반드시 이길 거야. 여차하면 상대에게 클로로포름을 뿌려버릴 거야.”
눈을 감았다.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안 되겠다. 자신은 스포츠맨이다. 정정당당하게 살아왔다. 비겁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기사님, 내릴게요. 세워주세요.” 신이치는 몸을 앞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뭐야. 반도 씨, 왜 그래?”
의아해하는 이라부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인기척이 없어진 거리를 전력으로 달렸다.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마음속으로 외쳤다. 숨이 헉헉 막혔다.
모퉁이를 돌았다. 헤어진 지점에 도착했다.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니까 한번 해보겠다는 거 아냐.”
스즈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골목 안에서 아직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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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기다려.” 신이치가 달려가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우리 젊은 친구가 실례했군요. 술주정뱅이이니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뭐야, 이 새끼는?” 야쿠자가 발끈 화를 냈다. 체격이 좋은 사내가 두 명이라 약간 기가 죽었다.
“좋아, 이제 2 대 2야. 시작해볼까?” 눈이 완전히 풀린 스즈키가 말했다.
“너, 바보야?” 너무 화가 나서 스즈키의 머리를 후려쳤다.
“아! 이 자식, 반도잖아.” 그중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가디건즈 반도야.”
“맞습니다. 다음 경기, 내야석 초대권을 드릴 테니 좀 봐주십시요.”
“입 닥쳐. 누가 그딴 거 필요하대?” 야쿠자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너 이 새끼, 요전에는 감히 우리 야자키에게 공을 던졌겠다.”
“우리 야자키?”
“우리는 오사카 브레이커즈 팬이야.” 두 사람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 아니, 그건요….”
“네놈은 용서 못 해. 야자키 대신 복수해주지.”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다. 피할 새도 없이 신이치의 얼굴을 강타했다.
“이 새끼가.” 스즈키가 덤벼들려 했다. 신이치는 당황해서 꽉 붙잡았다. “그냥 놔주세요. 제가 혼내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