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업 손잡고 직업훈련 캠페인
실업률 3.9% 일자리 호황에도 AI 등 미래 기술발달에 대비
독일식 도제시스템 확대도 추진
이방카가 일자리정책 진두지휘
부동산 경매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크리스토퍼 해커 씨(46)는 두 달 전 회사가 지점을 폐쇄하면서 실직자가 됐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주정부의 실직자 훈련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드론 조종과 정비 훈련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는 드론회사 취업이나 창업을 꿈꾸고 있다. 해커 씨는 “인생의 중반을 넘어 실직을 한 뒤에 막막했지만 이젠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흥분된다”고 말했다.
해커 씨처럼 40대 중반에 부동산 영업사원에서 드론 조종사로 변신하는 ‘일자리의 마법’이 미국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래 일자리에 필요한 직업기술로 무장한 400만 명의 미국 노동자를 양성하는 범국가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 400만 일자리 전사 양성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장에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만찬을 베풀었다. 이날 만찬장엔 보잉 페덱스 마스터카드 등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범국가적 직업훈련 프로젝트인 ‘미국 노동자를 위한 약속’ 캠페인에 동참한 기업이 여럿 포함됐다. 이 캠페인의 목표는 기업, 협회와 함께 400만 명의 미국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직업 훈련과 재교육을 제공하는 것. 캠페인 참여 기업과 단체가 2주 만에 100곳을 넘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3.9%로 발표되는 등 1970년 이후 사상 최저 실업률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백악관은 미국 일자리 670만 개가 ‘스킬 갭(Skill Gap·직업기술 격차)’ 때문에 적임자를 찾지 못해 남아돌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우리나라는 ‘직업기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등으로 급격히 바뀌는 미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 조직인 ‘미국노동자전국위원회(NCAW)’ 설립을 지시하고 민관 협력 캠페인을 시작했다.
○ 독일식 도제 프로그램이 트럼프 일자리 브랜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브랜드는 기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독일식 도제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도제)’를 연상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위스콘신주 밀워키 워키쇼카운티 기술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도제’라는 이름을 사랑한다”고 직접 밝힐 정도로 도제 프로그램에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도제 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 설립을 지시했다. 미국 도제 프로그램 수료자의 초봉은 연 6만 달러(약 6720만 원)에 이르며 평생 소득은 30만 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산업계 주도의 도제 프로그램은 방만한 정부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대안으로 꼽힌다. 13개 정부기관이 43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167억 달러를 지출했지만 제대로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했다.
○ 이방카가 일자리 정책 산파 역할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백악관의 일자리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민간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학교 등의 현장 방문을 할 때마다 장녀를 대동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탬파베이기술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노동자를 위한 약속 캠페인을 시작한 지) 2주도 안 돼 이방카가 최고경영자와 지도자들과 협력해 기업, 협회가 미국 학생과 노동자 400만 명 이상을 훈련시키고 재교육시키겠다는 약속에 동참시켰다”고 치하했다.
이방카는 신문 기고, 방송 출연 외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대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대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8일 일리노이주 루이스앤드클라크 커뮤니티칼리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미국노동자전국위원회 발족 이후 처음 현장 행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