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관산 가는 길에 도숭산에서 남쪽 조망(2009년 3월 21일 08 : 18)
호암 문일평(湖岩 文一平, 1888~1939)의 『花下漫筆』에 수록된 「漢詩의 鑑賞眼」이란 글이 공감하는 바가 있어
그 일부를 옮겨보았습니다. 국한문 혼용은 책 그대로이고, 한시의 번역과 주는 덧붙였습니다.
詩는 天才人의 生産物이다. 쓰기도 어렵거니와 알기도 또한 어렵다. 孟浩然이 唐代 大詩人이로되 一字敲推에
3日 苦吟1)을 하였으며, 賈島는 兩句 三年得하니 一吟 雙淚流2)라고 하였었다. 이로 보면 詩의 創作이 얼마나
困難함을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詩를 잘 쓰는 이가 반드시 詩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니 이는 본래 詩의 創作과
詩의 鑑賞이 全然 別物임으로써다. 創作家로서 自己 쓴 詩에 대하여 스스로 優劣을 分辨하지 못하는 例가 가끔
있다. 近代 漢詩 名家인 우리 金滄江3)도 그 咏芍藥詩에
游香生午寂 적막한 한낮에 향기 피어나고
豊露泛晨凉 담뿍 내린 새벽이슬에 서늘한 기운이 도네
이 聯句는 일찍 雲養翁으로 하여금 唐 宋人의 口氣가 있다고 三嘆케 한 바이지만 滄江은 이 안쪽 游香生午寂의
‘游香生’ 3字를 고쳐 ‘香風游午寂’으로 하였다. 그러면 초작의 ‘游香生午寂’과 그 後 改作의 ‘香風游午寂’과 서로
對照할 때 그 後 改作인 香風游云云이 도리어 欲巧反拙의 譏를 免하기 어렵다4)고 누구나 말하는 바다. 이는 겨
우 一例에 지나지 못하나 自己의 詩라도 鑑賞이란 이렇게 困難한 것이다. 他人의 詩에 이르러는 嗜好와 趣向을
따라 10人이 10色으로 제각기 取하는 바가 같지 아니 하다.
주1) 맹호연이 한 글자를 고치는데 3일간을 고심하였다는 시구가 어떤 것인가 궁금했는데 찾을 수가 없고,
아마 시구 한 자 한 자에 그만큼 심혈을 기우렸다는 말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소설가 김훈의 경우, 『칼의 노래』에서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에서 김훈은 “꽃은 피었
다”로 할 것인가, 아니면 “꽃이 피었다”로 할 것인가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고 한다. 비록 조사 ‘이’ 또는 ‘은’
한 자에 불과하지만 “꽃이 피었다.” 와 “꽃은 피었다.”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고 김훈 스스로 술회한다. 몇
번 반복해서 읽어보면 과연 그런 줄을 알게 된다.
주2) 당시인 賈島가 “獨行潭樹影 數息池邊身(홀로 가노라니 못에 그림자 짓고, 못 가에 몸 자주 쉬게 되는구
나)”라는 두 구를 짓는데 3년이 걸리더라고 하였다. 즉,
兩句三年得 두 구절을 삼년 만에 얻으니
一吟雙淚流 한 번 읊으매 두 줄기 눈물 흘리네
라고 하였다.
주3) 金滄江은 김택영(金澤榮, 1850∼1927)으로 창강(滄江)은 그의 호다.
한말의 학자로 중추원 서기관, 학부 편집위원 등을 지내고,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1908년 중국으로 망명, 통주
(通州)에 살면서 학문과 문장수업으로 여생을 보냈다. 특히 고시(古詩)에 뛰어나 문장과 학문에서 청나라 강유
위(康有爲), 정효서(鄭孝胥)와 어깨를 겨누었다.(두산백과)
주4)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졸렬한 결과를 보게 되었다는 나무람을 면하기 어렵다는 뜻
소대산 바라본 오대산, 오른쪽은 비로봉, 왼쪽은 상월봉(2008년 1월 19일)
이를 테면 甲은 이것을 좋다고 取하는데 乙은 저것을 좋다고 取한다. 어떤 때는 이들의 所取가 全然 相反이 되
기도 하니 누가 그 是非를 잘 알겠는가. 古今大家로 일컫는 詩人들 중에도 同一한 詩句에 대하여 그 褒貶을 달
리한 것이 있다.
陶淵明 詩의5)
欣然酌春酒 기쁘게 봄에 담근 술을 마시고
摘我園中蔬 텃밭의 채소를 캐서 안주를 하네
微雨從東來 부슬비는 동쪽에서부터 오고
好風與之俱 서늘한 바람이 비와 함께 오네
이것은 우리 半島가 낳은 詩聖 李益齋(名 李齊賢)의 平生 愛誦하던 名句이었는데 明國 大詩人 李攀龍은 그의
手選한 陶淵明의 詩句에 圈點을 그릴 때 오직 이 欣然酌春酒 이하 數句에 이르러는 도무지 圈點 하나도 그리지
않았다. 그러나 李攀龍이 陶淵明 詩에 對한 鑑賞眼의 부족으로 그리 된 것이라 하면 그는 얼마큼 語弊가 있다.
우리 益齋의 愛誦하는 그 名句를 攀龍은 愛誦하지 아니한 差가 있을 뿐이니 이는 그 個人의 嗜好 趣向의 關係
라고 解釋하는 것이 차라리 正當할 것 같다.
주5) 도연명의 시는 「산해경을 읽으며(讀山海經)」로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孟夏草木長 한 여름에 풀과 나무들은 자라고
繞屋樹扶疎 집 주위의 나무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衆鳥欣有托 뭇 새들은 깃들 곳 있음을 즐거워하고
吾亦愛吾廬 나도 내 오두막을 사랑하네
旣耕亦已種 이미 밭 갈고 씨도 뿌렸으니
時還讀我書 때때로 다시 내 책을 읽노라
窮巷隔深轍 동네가 궁벽해서 한길에서 머니
頗回故人車 가끔 친구의 수레도 그냥 돌아가네
欣然酌春酒 기쁘게 봄에 담근 술을 마시고
摘我園中蔬 텃밭의 채소를 캐서 안주를 하네
微雨從東來 부슬비는 동쪽에서부터 오고
好風與之俱 서늘한 바람이 비와 함께 오네
汎覽周王傳 주왕전을 훑어보고
流觀山海圖 산해도를 두루 살펴보노라
俛仰終宇宙 아래에서 위까지 우주를 다 살피니
不樂復何如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소계방 가는 길(2010년 2월 20일)
첫댓글 도승선 조망이 대단합니다...ㅣ
이런 조망 때문에 산을 좋아하게 됩니다.^^
첫사진의 산첩첩이 그립습니다^^
그때 멤버들이 화려했습니다.
대장 대간거사, 산진이, 더산, 하나늘, 한메, 사계, 상고대, 상도, 메아리, 하늘재, 신가이버, 영희언니, 산아
조망보다 사진찍은 분이 대단한거죠~ㅎㅎ
감사합니다.
드디어(?) 캐이 님이 산에 다니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흔적을 볼 수 없으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