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괘선이 거친 종이에 볼펜으로 휘갈겨 쓴 짧은 한글 일기에 할 말을 잃는다. 2022년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을 합쳐 100만 명 안팎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전쟁의 불씨가 한반도로 옮겨붙으면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막대한 인명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넘게 전선이 '교착'하는 군사적 현실을 무시하고 젊은이들의 소중한 목숨을 쏟아부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24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병사의 시신과 신분증 사진, 그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일기를 공개했다. 이 병사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생일을 맞은 친구에 대한 축하의 마음을 적었다.
머나먼 이국의 차가운 벌판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글씨를 보면 전쟁과 한반도의 비극이 교차한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인기(드론)를 활용한 현대전 경험이 없고, 넓은 벌판에서 형성된 러시아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 병사들이 단기간에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돌이켜 보면 한국전쟁에서도 개전 10개월 만인 1951년 봄에는 전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무의미한 공방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남북 모두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졌다. 내년 1월 조기 종전을 강조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시작된다. 차제에 더 늦기 전에 이제 종전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