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는 마땅히 다른 이를 용서하되 다른 이에게 용서되어서는 안 된다 타고난 성품이 강직해야 하며 강직할 때 입신立身이 가능하다
경행록 운 대장부 당용인 무위인소용 자품요강 강즉유립
景行錄云 大丈夫 當容人 無爲人所容 資禀要剛 剛則有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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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유통본 명심보감에서는 '대장부 당용인 무위인소용'에서 끝나고 '자품요강 강즉유립'은 누락되어 있다 범입본 명심보감에 실린 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하나 잘못인 줄 알면 사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목에 힘주고 있는 정치가는 일은 저지르되 사과할 줄 모른다 정치인이 국민보다 앞설 게 아니라 단지 국민을 대신하여 일을 할 뿐이다
여말선초 정몽주 선생의 어머니이신 영천 이씨의 시조時調가 있다 이 시조는 맹모삼천孟母三遷처럼 아예 잘못된 곳을 가지 말라고 한다 아드님과 같이 강한 성격이시다 시조에 담긴 내용은 이러하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시새우나니 창파에 맑게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아래 시조는 태조太祖를 도운 개국공신 이직李稷 선생의 시조라고 하는데 정확한 고증은 어렵다고들 한다 이는 영천 이씨의 시조와 격이 다르다 정몽주 선생 어머니의 생각은 까마귀와 백로를 분리해 노래했으나 이직 선생은 겉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안 좋은 모습도 좋게 보라고 한다
까마귀 검다 하여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쏘냐 겉 희고 속 검은 게 너뿐인가 하노라
성어成語에 '근묵자흑近墨者黑'이요 '근주자적近朱者赤'이란 말이 있다 먹물 가까이 있으면 까맣게 되고 붉은색 근처에 있으면 빨갛게 된다 맹자 어머니의 하루 세 번 이삿짐은 알고 보면 그와 동일한 맥락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입이 너무 걸다 걸핏하면 아무렇게나 막말을 뱉으며 자기는 남에게 함부로 얘기하면서 남의 질책을 한마디도 받기 싫어한다
천자문에 '묵비사염墨悲絲染'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 사상가로 본명을 묵적墨翟이라고 했으며 사람들은 묵자墨子로 존칭하였다 그는 물감 따라 실의 빛깔이 변하듯 악惡에 물들어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을 서글픈 마음으로 매우 아쉬워했다 예나 이제나 정치인들의 정신세계가 가장 많이 오염되어 있음을 보며 현실이 걱정되고 미래가 답답하다
'묵자읍사墨子泣絲'도 비슷한 말이다 사람의 성품과 함께 성공의 여부는 주위 환경이나 또는 습관에 따라 얼마든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 묵자읍사는 묵자가 실을 바라보며 엉엉 울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푸른빛의 염료를 넣으면 파래지고 누런빛 염료를 넣으면 노랗게 물든다 검은빛 안경을 끼면 사물이 검고 노란빛 안경을 끼면 노랗게 보인다 이를 무학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돼지 눈에는 온통 돼지만이 보이고 보살의 눈에는 모두 보살로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