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회에서 보내온 공문인데, 요즘 같은 시기에 특히 눈여겨 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전문을 소개합니다.
가을의 길목에서 출판 관계자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평화 그리고 사업 번창을 기원합니다.
8개월여를 끌던 동보서적과 출판사들의 공동소송이 드디어 완전승소로 최종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는데 인문사회과학출판인회의(이하 인사회)를 믿고 끝까지 기다려 주신 회원사 및 소송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승소 보고와 함께 그간의 진행 사항을 말씀드립니다.
지난 2005년 진솔문고 폐업 이후 폐업 서점들이 도서 판매대금(이하 공간금액)의 일부를 임의로 공제하고 지급하는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리방식을 출판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수용하면서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습니다.
2010년 9월 부산 최대의 서점인 동보서적도 사업성 판단에 따른 폐업을 하면서 출판사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공간금액의 30% 정도를 공제한 후 차액만 지급하겠다는‘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사회는 내부회의를 통해 관행적으로 반복되어 온 악의적인 폐업 방식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동보서적의 결정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수용 불가 방침을 통보하였습니다. 내부방침 결정 후 동보서적과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였으나 변함없는 동보서적의 입장에 인사회는 공동소송을 결의했습니다.
인사회가 공동소송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우선, 서점 폐업 후 일방적인 공간 처리 방식에 대한 출판계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서점에게 공간분 지급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서점의 의무임을 상기시키고, 또한 이런 관행을 악용하려는 일부 서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폐업 서점의 나쁜 정리 관행에 대해 출판계가 합의와 공동행동을 통한 문제 해결의 전범을 만들어 보자는 의지였습니다.
[소송 진행 일지]
• 2009년 9월 24일 동보서적 폐업 사실 영인회 홈페이지 공지 및 출판사 공문 발송
-지불중단 및 11월 30일까지 반품. 기발행된 어음 결제 및 폐업 일정 통보
• 2010년 11월 동보서적 공문 게시
-영인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간분 공제(이때까지 구체적인 할인금액 제시는 없었음)요청 및 과지불된 출판사 입금 요청
• 2010년 12월 출판사들에게 30% 공간 공제 요청
-출판사가 수용하면 즉시 입금해 주고 수용하지 않으면 일자를 기약할 수 없다고 함
• 2010년 12월 27일 인사회 입장 표명
-인사회 카페 및 영인회 홈페이지를 통해 동보서적 통보 사항 수용 불가 및 법적 대응 의사 표명
• 2011년 1월 3일 소송단 1차 모집(39개사 참여)
-인사회 회원사가 아니라도 배경과 취지에 공감한다면 비회원사도 참여 가능하도록 결정
-법적 절차를 위한 소송인 개별 내용증명 발송
• 2011년 1월11일 동보서적과 대화 시도 및 법정대리인(법무법인 산하) 선임
-소장 제출 전에 동보서적 측에 공간분 100% 결제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함
-소송 참여사 47개사로 확대
• 2011년 1월 14일 한국출판인회의 지하 강의실에서 소송단 총회 개최
-소송 대표자로, 소송인의 하나인 (주)역사비평사의 위임인 정순구 인사회 회장을 선임하고, 실무 책임
자로 (주)창비의 이교성 차장을 선임하여 이들에게 실무 책임과 권한을 위임함
• 2011년 1월 19일 52개사로 확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 접수
• 2011년 3월 21일 재판부 배정 및 동보서적 부동산 가압류 신청
• 2011년 4월 19일 법원에서 동보서적에 소장 전달
-동보서적은 소장 인수 후, 타출판사는 30%를 공제했지만 소송 참여사들은 특별히 10%만 공제하고 입
금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인사회는 거절
• 2011년 5월 5일 채권 보전을 위해 법원에서 동보서적 건물에 대한 가압류 결정
• 2011년 7월 14일 확정 판결
-채무 원금 전액과 지연 이자(3월 11일부터 확정일까지 연 20% 이자율 적용)를 지급하라는 원고 완전
승소판결. 동보서적 항소 포기로 확정판결이 됨.
• 2011년 7월 28일 동보서적에서 8월말까지 송금하겠다는 통보 받음
• 2011년 8월 31일 대리인인 법무법인 산하로 입금 확인됨
• 2011년 9월 계좌번호 파악 되는대로 출판사 최종 입금
이번 소송은 위에서도 밝혔지만 단순하게 공간분을 전액 회수하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었습니다. 채권 추심업체나, 재판 진행 일정이 훨씬 빠른 개별 소액재판 등의 손쉬운 방법을 두고 이렇게 어려운 방법을 택한 것은 이번 소송이야말로 출판계도 뭉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스스로 확인받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도나 파산폐업인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자발적이고 선택적인 폐업에까지 출판사가 부담을 나눠가질 수 없다는 정서적 공감의 확산과 함께, 동보의 재산상황이 승소를 확신하게 해 준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승소는 그 자체가 대단한 성과가 아닐수는 있어도, 출판계가 뭉쳐 싸워 이긴 거의 첫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것은 작지만 소중한 ‘승리의 경험’입니다. ‘출판계가 단결이 되겠어?’라는 자조감과 출판계 내에서 팽배해 있던 서로에 대한 불신을 떨치게 된 경험이야말로 이번 소송에서 얻은 가장 값진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사안에서든 끝까지 함께 하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소송은 처음부터 ‘시간과의 싸움’이었는데,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인사회를 믿고 끝까지 소송에 함께 해 주신 회원사 및 소송단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소송 당사자도 아니면서 이번 소송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번거로운 절차들을 맡아 훌륭히 처리해 준 창비의 이교성 차장님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9월 1일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장
첫댓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늘 어찌해야 할지 우왕좌왕 했던 출판사들에게 좋은 선례를 보여주셨네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출판사들이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셨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이런 좋은 소식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 합니다. 진행중인 평화당 사건 마무리도 잘 되길 바랍니다!!!
좋은 소식, 좋은 선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