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62) - 화창한 날에 찾은 하버드대학과 M. I. T
며칠간 흐리고 쌀쌀하더니 화창한 날씨로 바뀌었다. 기온이 올라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침 산책에 나서니 상쾌한 기운이 감돈다. 활동하기 좋은 날, 보스턴을 대표하는 명소 하버드대학과 M. I. T를 찾았다.
화창한 날씨의 보스턴 풍광
10월 6일(목), 이른 점심을 들고 하버드대학교 탐방 길에 나섰다. 하버드대학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성과 학문의 전당이자 초대 워싱턴, 3대 토마스 제퍼슨이 명예학위를 받았고 테오도어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등 여러 명의 미국대통령을 배출한 산실이기도 하다.(하버드란 명칭은 이 대학의 첫 번째 재산기증자인 존 하버드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 미국 동부지역의 8개 명문대학을 일컫는 아이비리그의 선두주자이기도.)
숙소 앞에서 66번 버스에 오르니 20여 정류장 지나서 찰스 강 건너 캠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에 이른다. 정문에 들어서니 곧바로 존 하버드의 동상이 대학의 상징처럼 다가선다. 그 앞에 많은 이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중, 순서에 따라 사진 한 장 찍고 교정순례에 나섰다. 동상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메모리얼 교회를 거쳐 강의동도 살핀 후 와이드너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도.
존 하버드동상이 우뚝한 하버드대학의 초입 잔디밭에 앉아 주변을 살피니 그룹을 지어 순례하는 방문객과 교정 이곳저곳을 오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캠퍼스를 돌아보는 중 도로 건너편으로 연결된 잔디밭에 식탁과 의자가 여럿, 그 옆의 차량(세 군데)에서는 카레, 샌드위치, 비빔밥 등 음식을 판매하기도. ‘비빔 박스(BIBIM BOX), 코리안 푸드(KOREAN FOOD)’라고 새긴 차량의 메뉴판에는 비빔밥, 불고기, 김치 등의 식단이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다. 뜻밖의 장소에서 한식의 세계화를 확인하누나!
하버드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서 저녁 때 하버드대학에 다녀온 이야기를 듣던 아들이 ‘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라는 책’(이중원 지음)에 수록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어준다. ‘하버드 대학의 에머슨 홀 현판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What is man that thou art mindful of him(사람이 무엇이관데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시편 8:4)” 다윗이 하나님의 크고 아름다운 창조의 세계를 예찬하며 지은 시에 들어 있는 문구이다. 아마도 시편 8편을 선별한 이유는 철학이란 본디 창조의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론과 신론이 집약된 문구를 내건 데는 지금은 많이 세속화되었지만 당시 하버드대학의 비전이 ‘하나님과 교회의 진리를 위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굵직한 질문에 시인이자 왕, 신학자였던 다윗은 자기 밖에 존재하며 자기보다 더 큰 하나님을 통해 인간의 존재 의미를 찾았다. 그는 광야에서, 또 전쟁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는 처량한 상황에서도 누군가 끊임없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고 자기의 삶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이 문구에 응축시켰다.’ 하버드대학이 신학교로 출발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캠퍼스를 돌아보며 미처 살피지 못한 하버드대학의 건학이념을 깨칠 수 있게 해준 아들이 고맙다.
10월 7일(금), 전날처럼 이른 점심을 들고 전철을 이용하여 M. I. 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매사츄세츠 공과대학)로 향하였다. M. I. T는 하버드와 함께 캠브리지에 있는 세계적인 명문대학, 1861년에 창립되어 공학과 이학, 건축학 분야 등에서 다수의 인재를 배출하였는데 지금은 이공계 외에도 경제학, 정치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적 감각의 M. I. T 건물 보스턴 중심가인 파크 스트리트 역에서 환승하여 찰스 강을 건너 M. I. T 역에 내리니 길 건너 곧장 M. I. T에 이른다. 고전적인 하버드대와 달리 현대식 고층건물이 촘촘이 들어선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 도서관에 들어서니 통로의 벽에 1970년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 등 9명의 석학 이름과 공적이 새겨진 게시물이 눈길을 끈다. 학생회관 앞에 모여 힘자랑을 하는 대학생들이 활기차고 그 옆의 체플에서는 결혼식이 열리는 등 젊음의 열기가 충만한 것도 순례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나오는 길에 눈에 띠는 잔디밭의 조각상을 살피니 유명한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 학문과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M. I. T 탐방이 보람 있어라.
젊음의 열기가 충만한 M. I. T 학생들
돌아오는 길에 강바람이 시원한 찰스 강변을 걸으며 백설희의 노래, ‘물새 우는 고요한 강 언덕에 그대와 둘이서 부르던 사랑 노래’를 읊조리며 낭만에 젖기도. 잔잔한 강물을 한가롭게 가르는 요트가 운치 있고 간편한 차림으로 강변길 달리는 건각들이 힘차구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발걸음이 가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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