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돌을 세워 탑을 쌓는 사람
초파일에 나들이를 하였다.
크리스챤은 주일에 나들이를 하지 못하니
유일하게 월요일 초파일을 잡았다.
새만금 34킬로의 길을 달린다.
기네스북에 오른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다.
만경평야의 '만'(萬)자와
김제평야의 '금'(金)자를 따서
새만금이라 하였단다.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좌우를 살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땅 지도가 변했다 배웠다.
부안댐을 올라간다.
등산을 좋아하는 아내가
한 번 가보지 않았다하여
물문화관은 공휴일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맑은 아카시아 수목길을
200여미터 올라
산수 좋은 댐 정상에 오른다.
물과 산의 정기가
여름 고온을 시원하게 하였다.
50킬로 더 가서 점심을 먹자.
풍천장어는 선운사 입구에 있다.
일인분에 2만 9천원이다.
사람이 많아 주문한 지 한참만에 나온다.
많이 먹을 것 같아도
2인에 2인분이면 족하다.
느끼하기 전에 만족하는 것이 건강에 제일이다.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다.
신라의 진흥왕이 왕위를 버린 날
미륵삼존이 바위를 가르고 나오는 꿈을 꾸고
감동하여 절을 세웠다한다.
예전처럼 복잡하지 않고
조용한 연등이 냇가를 따라가다가
선운사에서 멈춘다.
앞의 냇가에 물이 흐르는 시내가 있다.
수 백년 자라온 벚나무, 느티나무 고목이
물속을 거꾸로 서 있다.
땅 속으로 잎과 가지를 뿌리박고 있다.
사진을 찍어 둔다.
내가 좋아하는 피사체다.
지팡이 겨드랑이에 끼고
등산가방 맨 사람이 내게 다가온다.
날 보고 여기서 찍으면 좋다한다.
나도 거기 좋은 것 안다.
한참 가더니 또 여기가 좋다 한다.
한 번 더 찍었다.
선운사 담벼락에 거꾸로 선
기와 한 장이 있다.
자기가 세운 것이란다.
그 사람 내가 가는 곳을 따라 온다.
도솔암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더 바짝 내게 오며
거꾸로 돌탑을 쌓은 것을 보라 한다.
여기저기 탑들이 많이 있다.
맨 끝에는 교묘하게
거꾸로 선 돌이 있었다.
자기가 세운 것이란다.
내가 놀라고 아내가 놀랐다.
기인처럼 보인다.
같이 사진을 찍자 했더니
저만치 달아난다.
친구가 되었다.
일을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한참 일을 하지 못했단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은 여기서 2.5킬로다.
이른 봄에는
꽃무릇이 많이도 피었더니
이제는 거꾸로 선 돌탑이
길가를 메웠다.
몇 개인지도 모른단다.
바람에 무너지면 어쩌냐고 하였다.
다시 쌓는다고 했다.
거꾸로 돌을 세우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도솔암을 돌아온다.
이 헛헛한 세상에
자기 꿈을 심는 사람을 보았다.
수수하다.
낮에 일하고 와서
남는 시간에 쌓은 돌이
상사초보다 더 아름답다.
무너지면 다시 쌓으니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넘어지지 않게 돌보셔야 한다.
이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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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돌을 세워 탑을 쌓는 사람
황선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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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1 06:4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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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운사 모습은 여전하군요. 이제 손녀 손자들이 어느정도 자랐나봐요. 두 분이 한가롭네요. 토요일 일요일엔 손녀재롱 보랴
뒷바라지 하랴. 정신이 없어요. 그래도 모든 피곤은 손녀의 재롱과 웃음에 사라집니다. 사진에서 여름이 느껴지네요
건강해 보이는 두분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여요.
부모의 책임을 다하고 여유롭게 생활하는 두 분의 모습 속에서 큰 행복과 건강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