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같은 손금사이를 걷다.
등대벽화마을, 논골담1길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남루한 집 한채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그리고 살아가는 행복을 찾는곳,
등대마을의 돌담길에는
그러한 행복을 찾는 길이 있습니다.
손금과 같은 미로같은 마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빽빽하도록 초라한 집들의 사이로 곧을 수 없는 골목, 어깨 스쳐 체온을 느끼면서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야 지친 몸 누이는 초라한 나의 보금자리입니다. 문득 손바닥을 내려 보면, 지금 살고 있는 모습과도 같은 작은 손금 하나는 작은 골목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도저히 누울 수 없는 공간에 나의 작은 행복이 자리합니다.
손금과 같은 다닥다닥 붙은 집들, 그리고 그 사이 유일의 선 골목입니다. 가진것 많지 않습니다. 삶은 남루합니다. 그러나 영혼만은 맑기에 환한 웃음이 가득합니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집 하나 건너까지 이어집니다. 가진 것 없기에 잃을것도 적은 사람들, 작고 초라하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집 한 채 속에서 일구어 내는 작은 일상의,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묵호동 논골담 1길입니다.
어디나 다같은 등대오름길이지만 길목 하나가 끄트머리로 이어져 큰 도로를 만나니 구지 이름을 붙혔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곳, 다른 사람들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삶이 고스란히 베인 풍경이 가득합니다. 묵호항을 끼고 동해바다가 품은 작은 언덕, 논골담은 풍경이 자리합니다.
언젠가 부터 작은 언덕에,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한 금간 담에는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곳은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앞 다투어 벽화마을 조성에 앞서고 있지요. 그리고 동해 묵호동의 묵호등대마을도 그 중 한곳입니다. 그러나 등마을에는 조금의 다름이 있습니다. 화사하고 과장적인 억지 행복을 그려 넣은 것이 아닌, 우리네 어르신들의 삶이 베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고단한 노동이 있고, 어머니의 욕심없는 살림이 있습니다. 그래도 자식은 장성하여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습니다. 행복, 사랑 모두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둑 강건해 집니다. 네방, 내방으로 나뉘어진 지금의 세대와는 다른, 비록, 어쩔 수 없는 한방살이지만 언젠가는 "그 때가 좋았지..마음만은 편했지.."라는 기억을 꺼낼 수 밖에 없게 되지요.
논골담 벽화에는 그러한 소소한 이야기들은 감성으로 담아낸 벽화마을입니다.
논골1길에서 바라 본 묵호항과 마을 풍경
논골담 입구임을 알려주는 원더우먼 아주머니
원더우먼 아주머니는 묵호와 논골마을을 대변하는 주인공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집 한채를 옮겨 놓은 한척의 배
그 속에는 다시 바다가 있고, 배들이 있고, 집 한채가 있습니다. '세상을 담은 집',
벽 한채를 통채로 내어 준 멋진 '담'입니다.
논골마을 야경,
밤이면 등대 불빛이 바닷길을 밝히고, 그 아래 마을은 그 보다 부드러운 빛으로 밤을 마주합니다. 하루의 끝마침,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불빛일수도 있겠지요.
이모습을 만나려면 등대마을 건너편의 언덕위 덕장으로 가야합니다.
담벼락에 기댄 리어카
가만 들여다 보니 리어카의 타이어가 성치 않습니다. 쉬고 싶어 쉬는 것이 아니었네요. 멀쩡하다면 부지런히 어판장을 누비고 있었을 테지요.
논골담 정자
정자에서 바라보는 묵호항 풍경
논골을 찾은 객들 목이라도 축이라고 작은 약수터가 자리합니다.
풍경마저 그림이 되는 엽서같은 논골마을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쉬운 숨은 물고기들
눈에 잘 뜨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처럼, 물고기도 선만 두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면서 이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알게 됩니다. 관광지가 아닌 사람들이 사는 마을,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그 모습을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습니다.
마을길을 다니실 때, 조금은 살아가시는 분들에 대한 결례를 주의해야겠습니다.
고된 수산시장에서 물건을 이고 지고 다니던 고무다라이
빨간색 고무다라이는 묵호, 논골 어머니들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by 박수동
www.gilson.asia
첫댓글 묵호항주변마을의 고지대오래된집들 담벽을 잘 그려서 보기가 좋아졌습니다 상막산 시멘트벽을 단장하니 좋은동네로 보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하 요런 마을도 있었군요.
근데 오래되진 안았쥬?
제가 동해시에 있을때는
본일이 없어서...
함 ~~
다녀와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