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합원이 사업 추진한다지만…“결국 공공 입김 셀 것”수도권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뉴시스정부가 발표한 8‧4 공급대책에서 가장 큰 물량을 차지하는 공공재건축이 연일 도마 위에서 난도질 당하고 있다.
아직까진 적은 인센티브나 최고 층수 50층 허용 여부 등이 논란이지만, 공공재건축이 현실화 된다 해도 주거의 쾌적성이나 슬럼화 문제 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게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정부는 공공이 참여하더라도 재건축 사업의 주축은 조합원이라고 재차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재건축 현실화 돼도 문제…‘빽빽한 닭장 아파트’ 우려
8‧4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해 약 5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공재건축은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상향조정하고, 층수는 최대 50층까지 허용한다는 등의 규제완화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용적률 250%인 500가구 아파트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500%가 적용되면 1000가구로 늘어난다. 이 때 불어난 500가구 중 절반은 일반에, 나머지 250가구는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공급된다.
시장에서는 개발이익 기부채납과 과도한 공공 비중 등을 근거로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서울시에서는 2030 계획에 따라 순수 주거용은 35층까지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며 혼란을 부추긴 바 있다.
하지만 공공재건축이 실제로 진행 되더라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각적인 자료 없이 수치상 용적률 500%만으로 표현하다보니, 그 부작용을 피부로 느끼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정부에서 발표한 용적률 500%에 50층 허용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가정을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적용해보면, 50층까지 쌓아올리고도 몇 개 동을 추가로 더 끼워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설계가 되는데, 쾌적한 주거환경을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는 동 배치가 빽빽해 다소 답답하다는 평가와 함께 일조량과 조망권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단지로, 용적률은 285%, 건폐율은 19%다. 용적률이 500%까지 올라갈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높은 공공물량 비중으로 일각에서는 “앞으로 50층 높이의 아파트는 임대아파트라고 보면 되느냐”는 말까지 나고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하면 지분 참여자가 많아지고 더 이상 고층화가 어려워져 수익성이 낮은 사업지가 된다”며 “이후 아파트가 노후화 됐을 땐 추가적인 재건축이 어렵게 되며,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서 슬럼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건축, 주민 의사에 따라 추진?…“사실상 불가능”
정부는 공공재건축 사업에 LH‧SH 등 공공이 참여하더라도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며, 민간 아파트 브랜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공의 참여 유형은 크게 공공관리와 지분참여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도시정비업계는 지분참여 방식은 물론이고, 공공관리 방식도 공공이 자금조달과 설계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있어 공공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금은 조합원 주도로 진행하게 된다고 하지만, 결국 재건축 사업은 자금을 쥐고 있는 곳이 주도권을 갖게 되는 구조다”며 “지금만 봐도 분양보증을 내주는 HUG가 이래저래 관여를 하는데, 공공이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모든 의사결정을 공공이 컨트롤 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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