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7 동양의 가우디 , 찰름차이의 화이트 템플
이번 치앙마이 여정에서 가장 놀랍고도 충격적인 장면을 뽑으라면 치앙라이에 있는 화이트템플이다.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도 미완성. 2026년에 완성된다고 했나? 태국 치앙라이의 화이트템플 역시 미완성 건물이다. 벽화에 터미네이터가 그려져 있고 베트맨 심지어는 마이클 잭슨도 볼 수 있다. 9.11테러까지 혼란스러운 지구의 모습을 통해 현세의 모습을 지옥처럼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불교의 3계인 지옥계, 현생계, 극락계 등 기존 불교 교리도 충실하게 담았으며 부처의 심판을 통한 윤회사상이 건물 저변에 깔려 있다.
원색으로 화려한 기존 사찰의 색을 거부하고 전체를 하얀색으로 꾸며 열대지방 태국이 아닌 겨울왕국을 바꿔놓았다. 흰색은 지혜와 순수. 즉 순결한 부처의 마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태국사람들에게도 이곳은 이상향. 이 기발함과 재치를 보려고 태국 전역에서 찾아온다.
매표(100바트)를 하고 나면 큼직한 업경대가 보인다. 여기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첫 번째로 지옥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지옥편은 엄청나게 살벌하다. 돈을 탐하는 자는 해골에 동전이 박혀 있으며 손가락과 팔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은 끔찍하다. 마치 피렌체 두모오의 성당 천장벽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충격적이다. 지옥 전체는 연꽃으로 감싸있어 의미심장한데 한가운데 현세로 가는 길이 놓여있다.
한 사람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데 바닥에는 별과 태극이 그려져 있다.
다리 양옆에 뿔 형상이 있어 천국을 수호하고 있다. 악귀들이 올라 오면 뿔로 받을 태세. 다리 입구에는 큰 칼을 들고 악귀가 들어오지 않도록 포효하는 장군이 보인다. 우리네 금강역사상을 보는 듯한데 손가락은 지옥을 향하고 있다. 몸통의 꼬리는 뱀이 물고 있다.
지옥과 현세 그리고 천국의 연결체는 생명의 근원인 물이었다. 분수도 연꽃으로 치장. 현세의 고통을 지나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부처님이 머무는 본존건물이 나온다. 대리석과 유리로 꾸며져 빛이 비치면 반짝인다.
부처님의 집은 태국북방의 란나 건축기법에다가 화려한 장식적 요소를 가미했다. 창문, 난간, 계단 등 단 한 곳도 허투루 볼 것이 없다. 삼단 겹지붕 용마루 꼭대기에 수미단까지 올려놓아 완벽했다.
대웅전 건물 내부는 더 충격적이다. 벽면에 911테러나 핵전쟁 등 기계문명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를 물리치는 히어로의 모습을 그려냈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슈퍼맨, 손오공 심지어 쿵푸팬더까지 인다. 현세를 구하길 바라는 작가의 희망사항을 담았나보다. 한가운데 가부좌를 튼 승려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지구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 백색탑. 즉 극락이다. 화려함, 곡선미에 몸이 얼어붙었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을 만들고 싶었다.
극락을 맛보면 다시 지옥으로 갈 수 없다. 일방통행길이기 때문이다.
야외에도 기발함이 가득하다. 귀신들 정원, 빌런들의 화초, 화장실만은 황금색. 여성화장실은 안쪽에 남성칸은 바깥에 배치한 것이 독특하다.
아직도 공사중이며 스님들의 거처와 강당은 하얀 외관만 만들어 놓았다. 완공 예정은 2070년. 나두 완성체는 못보고 죽을 것 같다.
돈은 관광객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이름명패는 대롱대롱 매다는데 탑으로도 복도에도 볼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거대한 예술품
태국사람들의 신앙심의 집결체라고 해야 하나
도대체 이 건물을 지은 천재는 누구일까?
바로 이곳 치앙라이가 고향인 찰름차이 코싯피팟
그는 어릴 적에 소년원을 들락거릴 정도로 말썽장이 였다. 성인이 되어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곳에 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시줏돈을 받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돈 그리고 기부로 충당. 사찰내에는 그래서 탁발하는 스님도 볼 수 없고 물건을 파는 상점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과 같은 비행청소년들을 돌보게 되었는데 이들에게 직접 건축과 미술을 가르치면서 자신처럼 속죄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 청소년들에게 교육이 필요했고 숙련된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렸다. 그래서 8년을 완공을 목표로 세웠지만 점점 늦어져 207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단다.
한국의 종교에도 시사점을 준다.
전통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감성과 심성을 반영할 시그니처 건물이 필요하겠다.
경전 100권을 읽는 것보다 멋지고 의미 있는 건축물 한번을 둘러보는 것이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예술가와의 협업이 중요하겠다.
백색사원은 치앙마이에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음. 시내에서 원데이 투어를 이용해 이곳까지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