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술력 연원 중 하나는 일본 전투기 <제로센>이죠
일본이 자랑하는 기술 중에는, 1939년에 선보인 제로센(零戰) 전투기와 관련된 항공기 제작 기술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제로 화이터(Zero fighter)>로 불리우는 이 일제 전투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태평양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선봉장으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이 제로센은 가미카제 자살특공대 비행기로 사용되기도 했었지요. 남다른 굴곡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비행기 란 얘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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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자전거 보조엔진을 만들기 8년 전인 1939년 일본은 이미 고성능 전투기인 제로센(零戰)을 하늘로 날렸다. 군국주의 시설로 비판을 받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의 전쟁박물관 유슈칸에 가면 일본 제국주의의 자랑으로 입구에 모셔 둔 전투가가 바로 제로센이다.
제로센(零戰)은 방어력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나 탁월한 기동력으로 미국 전투기를 압도하면서 태평양전쟁 초기 일본의 승리를 이끈, 당시 기준에서 세계적인 첨단 전투기였다. 제로센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설계하고, 당시 일본 최대의 민간 항공기 제조업체였던 나카지마비행기와 미쓰비시가 공동 생산했다. 미쓰비시 직원으로 제로센의 설계 주임을 맡은 호리코시 지로가 일본 제국주의의 최고 명문이었던 제1고등학교와 동경제국대학 공학부 항공학과를 각각 수석 졸업한 당대의 천재였다는 점에서 당시 비행기에 대한 일본의 열정과 집착을 느끼게 한다.
제로센은 1939년에 만들어졌지만 일본의 비행기 제조 역사는 나카지마 비행기가 설립된 19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프랑스에서 도입한 기술을 재빨리 습득해서 1930년대 미국과 유럽 비행기에 필적하는 자체 엔진의 비행기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제로센 이외에도 나카지마 비행기가 설계해서 1938년 첫 비행에 성공한 <하야부사> 역시 일본 육군의 주력전투기로 중일전쟁에서 탁월한 기동력을 발휘했다.
일본 항공기 산업의 초석을 다진 나카지마비행기의 창업주는 군인 출신 나카지마 지쿠헤이였다. 군수기업을 만들었기에 역시 전후 미군에 의해 A급 전범으로 지목되었다가 1949년 급사했다. 패전과 함께 당시 일본에서 가장 우수한 비행기 제조 기술을 보유했던 나카지마 비행기도 미군에 의해 12개사로 해체되었다. 제로센을 만든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전후 3개사로 조각났다가 1964년에 재합병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일본을 접수한 미국이 가장 경계한 일본의 기술은 항공기술이었다. 진주만 공급의 끔찍한 체험이 작용한 것이다. 일본 진주 직후 미군은 일본 항공기술의 명맥을 끊는 작업을 시도했다. 일본 항공산업을 해체한데 이어 일본에 남아 있는 모든 일본제 전투기를 파괴하고, 자료를 몰수했다. 여기에 항공금지령까지 내려 어떤 기업도, 기술자도 항공기 제조와 연구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당시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주일 미군의 의도는 군수산업으로 지결되는 일본의 중공업을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어 일본을 공업대국에서 농업소국으로 전락시키는 파괴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도를 물거품으로 만든 게 바로 한국의 6.25전쟁이다. 전쟁을 계기로 미군의 전투기 점검, 수리와 라이센스 생산을 맡으면서 일본 항공산업은 극적으로 재기하는 기회를 얻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나카지마비행기에 축척된 비행기 제조기술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일본이 독립을 찾은 1952년 이후 다시 살아나 재도전을 위한 기나긴 워밍업에 착수한다.
한편에서는 다른 흐름도 있었다. 미군의 항공금지령으로 일거리를 잃어버린 나카지마비행기의 기술자들이 후계기업 후지중공업에서 비행기 제조기술을 토대로 시작한 것이 바로 자동차 제조였다. 이때 시작한 후지중공업의 자동차가 현재 일본의 스바루 브랜드(작지만 경쟁력있는 차로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명)다.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항공기술을 기초로 해서 전후 자동차산업에 진출하여 1970년 미쓰비시자동차를 독립기업으로 분할시켰으며, 현대자동차에 대한 기술지원을 통해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의 유명한 그랜저와 갤로퍼는 미쓰비시자동차의 데포니아와 파제로를 그대로 들여다 만든 것이다. 첫 토종 자동차로 한국 산업사에 큰 획을 그은 포니와 엑셀, 소나타도 미쓰비시자동차에서 들여온 플랫폼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유전자를 탐색해보면 일본 제국주의의 주력 전투기 제로센과 연결된다는 것인데, 역시 기술의 생명력은 국가의 생명력보다 검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