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신고 서
김형철 교화사
신이 그윽히 엎디어 듣자오니, 온갖 조화된 것은 형상이 있고 천지를 창조하신 참임자는 모습이 없느니라.
아무것도 없는 데서 만들고 돌리고 진화시키고 기르는 이가 곧 한얼님이요,
형상을 빌어 나고 죽고 즐기고 괴로워하는 것들이 바로 사람과 만물이니라.
처음에 한얼님이 주신 성품은 본디 참과 가달이 없었건마는 사람이 그것을 받은 뒤로부터 순수함과 섞임이 있게 되었으니,
비유하건대 백 군데의 냇물에 한 달이 같이 비치고,
같은 비에 젖건마는 만 가지 풀이 다 달리 피어남과 같음이니라.
애닯다! 모든 사람들은 차츰 사특하고 어리석음에 얽히어 마침내 어질고 슬기로움에는 어두워지며,
마음 속의 완악한 불길이 세상 물욕을 끓이고, 서로 다투는 허망한 생각의 먼지가 본성의 마음구멍을 가려,
그로 말미암아 흥하는 듯 망하고 일어났다가는 꺼지는 것이 마치 아침 햇빛 아래 노는 뭇 하루살이와 같고,
밤 촛불에 날아드는 가엾은 부나비를 면하지 못하거니, 이는 어린 아들이 우물에 빠지는 것에만 비길 바 아니거늘
어찌 인자하신 아버지가 차마 이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랴,
이것이 무릇 큰 덕과 큰 슬기와 큰 힘을 가지신 한배검께서 사람의 몸으로 화하여 세상에 내려오신 까닭이시며
또 교화를 펴고 나라를 세우신 까닭이니라.
이「삼일신고」는 진실로 머리속에 보배로이 간직한 가장 높은 이치요,
뭇 사람들을「밝은 이」가 되게 하는 둘도 없는 참 경전이니,
그 깊고 오묘한 뜻과 밝고 빛나는 글이야말로 범인의 육안으로는 엿보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우리 임금(발해의 제1대 고왕=高王)께서는 본디 한울이 내신 이로 한얼님께서 내려 주신 계통을 이어 나라 터전을 정하시고,
예복을 입으시고서 한얼의 말씀이 적힌 거룩한 책궤를 받들어 비로소 친히 보배로운 예찬을 엮으시니,
오색이 은하수에 나부끼고 일곱 별들이 북극성에 둘리는데,
이 때 사방 바다엔 물결이 잔잔하고 모든 나라 백성들이 편안해지니 어허! 거룩하시오이다.
신이 외람되이 모자라는 학식으로 감히 거룩하신 분부를 받드오니 재주는 한정이 있고
진리는 무궁하와 마음으론 말하고 싶사오나 입으론 미치지 못하오며,
비록 이 글을 짓기는 하였사오나 태산에 티끌을 보태고 큰 못에 이슬을 더함과 다름이 없사옵니다.
천통(天統) 17년 3월 3일
반안군왕(盤安郡王) 신 야발(野勃)은 삼가 임금의 분부를 받들어 머리말을 적나이다.
삼일신고 예찬
높고 높다 저「한밝메」여!
한울 복판에 우뚝 솟았네.
안개 구름 자욱함이여!
일만 산악의 조종이로다.
한배검 한울에서 내려오시니
거룩할사 배달의 대궐이시오,
나라를 세우고 교화를 펴사
온 누리를 싸고 덮었네.
한배검 내리신 보배론 말씀
자자이 줄줄이 눈부심이여!
큰 길은 오직 한배검 길이니
우리도 화하여 오르리로다.
삼일의 진리 닦아 나가면
가달을 돌이켜 참에 이르리.
항상 밝고 항상 즐거워
온갖 것 모두 다 봄빛이로다.
밝은 선비 임아상(任雅相)에게
주석을 달고 풀이하게 하여,
깊은 뜻 찾고 오묘함 밝혀
불을 켠 듯이 환하도다.
깨닫게 하고 건져 주시니
무궁한 진리 퍼져 나가네.
상서론 이슬 눈부신 햇빛
온 누리에 젖고 쬐도다!
나는 큰 전통 이어 받아
밤낮으로 조심하건만,
앞이 가리고 가달에 잡혀
어찌하면 벗어나리요?
향불 피우고 꿇어 읽으니
세 길이 이에 밝아지도다.
비옵나니 묵묵히 도와
타락하지 말게 하시옵소서.
천통(天統) 16년 10월 초하루에 쓰노라.
경일알림_2015.08.16.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