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충주 관모봉(528m)
'강변에서 우르러면 시리도록 부신 산세'
관모봉은 충주시 동량면에 자리한 해발 528m의 산이다. 충주땅에는 예로부터 천, 지, 인을 뜻하는 3개 명산이 남북으로 일렬로 솟아있다. 산척면에 자리한 천등산(807m)과 인등산(666m), 동량면에 자리한 지등산(535m)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천등산과 인등산을 이은 정남녘에는 지금 소개하는 관모봉이 자리하고, 지등산은 관모봉 서쪽에 치우친 작은 봉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오래전에 세 산을 모두 올랐거니와 등산시에 느꼈던 생각이나, 또한 지도를 살펴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지등산의 위치다. 여러 개의 봉우리가 모여 하나의 산을 이루고, 그중 가장 높은 봉에 산이름이 붙는 것이 마땅하다. 예부터 전해오는 산이름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최근 측량기술의 발달로 예부터 전해오는 산의 표고와 위치 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갈 후손들의 조국이다. 옛것을 숭상하고 받들어 이어가야 하겠지만, 동시에 잘못된 것은 고치고 개선해야 하는 책임도 통감해야 한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다시 관모봉~지등산을 종주하면서 지등산의 위치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충주호 선착장을 향하던 필자는 충주댐휴게소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휴게소에서 우러르는 관모봉의 산세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찌 그뿐이랴. 뒤돌아본 충주호와 그 너머 계명산의 풍광도 가슴이 저리는 절경이었다. 충주호 선착장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선착장에서 서쪽으로 200m 되돌아간 삼거리에 지등산 등산안내도가 자리한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산길로 들어 남쪽으로 100m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지능선에 올라서면 느긋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참나무가 숲을 이룬 산길은 산뜻한 가을바람이 뺨을 스치고 후두둑 후두둑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푸드득 까투리가 날아오르는 산길을 이어오르면 명품 소나무가 자리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두 아름이 넘는 명품솔을 안아보고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순흥안공 무덤을 지나 삼거리 600m봉에 올라선다. 동쪽으로 부대산과 주봉산이 여인의 젖가슴인양 쌍봉으로 떠오르고, 나뭇가지 사이로 충주호의 초록 호수면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도 길목길목 이정표가 자리하고, 또다른 순흥안씨의 무덤을 더러 만난다. 무덤가에는 뜻밖에 할미꽃도 몇 송이 피어 있었으니.
돌탑을 세운 너럭바위지대에 이른다. 관모봉 정상이 지척이건만 이곳에 돌탑을 세운 사람은 누구일까 잠시 머물며 생각에 잠긴다. 관모봉 정수리에는 하늘을 찌른 무인산불감시철탑이 자리한다. 철탑 옆에는 앉은뱅이 돌탑이 초라하고 그 위에 희미한 글씨로 관모봉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서쪽 가장자리에 아치형을 이룬 신선 노송이 멋진 춤사위를 펼쳤으니, 노송 곁에 앉아 간식을 나누며 한동안 쉬어간다.
둘러싼 숲에 가려 사방 조망은 막혔으나 지도를 살피면 이곳이 천등산 남녘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신선노송 옆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뒤이어 '지등산 2.7km' 이정표를 만나고, 오른쪽으로 크게 꺾어 산길이 이어진다. 580m봉을 오르면 산길은 서쪽으로 굽어돌고 제천을 지나온 제천천과 하천리의 마을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이윽고 지등산을 우러르는 밤나무단지에 이른다. 굳이 경계를 따진다면 이곳이 관모봉과 지등산의 경계를 이루건만 골자기도 안부도 없는 능선길의 연속이다. 이곳에서 보는 지등산은 봉곳한 작은 봉우리다. 2000년에 세운 정상석과 이정표, 1985년에 설치한 삼각점이 자리한 지등산 정수리는 칡덩쿨과 싸리나무가 우거지고 사방이 숲에 가려 전망이 전혀 없었다.
지등산을 이별하고 서쪽 능선을 내려가면 전망이 탁 트인 밤나무밭에 내려선다. 북쪽으로 손동리 모천리 너머로 인등산이 우뚝하고, 그 위로 천등산이 뾰족하다. 천등산 인등산의 위치를 가늠해보면 역시 지등산이 자리할 위치는 관모봉이었다. 배낭을 벗어놓고 한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여러 봉이 모여 한 개의 산을 이루고, 그 최고봉을 산의 높이로 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두 번에 걸쳐 관모봉-지등산을 답사한 결과 지등산, 관모봉, 598m봉, 600m봉, 550m봉등이 모여 하나의 산을 이루며 그 최고봉은 해발 628m의 관모봉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위치나 산세 등을 고려하면 전체를 지등산으로, 정수리는 관모봉으로, 현재의 지등산은 지등봉 또는 건지봉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비근한 예로 포항시에 자리한 내연산이다. 옛 국립지리원 지도에 710m봉이 내연산, 그 서쪽에 자리한 930m봉이 향로봉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향로봉을 내연산이라 하고 930m를 이 산의 높이로 표기하고, 옛 내연산(710m)은 삼지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상념의 늪에서 깨어나 산을 내린다. 서쪽으로 이어진 능선길의 전신철탑을 지나 건지마을에 내릴 때까지 행락철 토요일이건만 취재진은 한 사람의 산꾼도 만나지 못한 호젓한 산행을 이었다. 마을회관을 지나 동량으로 내리는 산길은 시멘트길이건만 흐뭇한 길이다. 길섶의 사과나무에는 새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고, 충주댐을 지나온 유유 남한강을 굽어보는, 콧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멋진 길이다. 당도한 동량버스정류소 앞에는 산이름에 관한 중요한 비석이 자리한다.
'관암마을유래비-조선 초기 국사인 무학대사가 명산을 답사하고 있던 중 소백산맥의 지류인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 자락의 현일 구리산에 이르러 이곳에 갈마음수형의 명당이 숨어있는 영산을 발견하고 사방을 살피며 바라보던 중 바로 앞산인 관모봉 밑에 갓을 쓴 모양의 큰 바위가 웅장하게 서있는 것을 보고 갓바위라 이름지었다 하여 갓바위로 불려져 왔으며 지금은 갓 관 자, 바위 암 자를 써서관암마을이라 일컬으게 되었다.'
1995년 12월에 세운 비석에서 관모봉이 아닌 관무봉의 이름을 발견한다. 사실 관모봉(冠某峰)이란 이름도 상당히 애매하게 느껴진다. 이것도 동량면이나 충주시에서 밝혀주시길 기대하며 다시 한번 지등산을 우러른다.
*산행길잡이
충주호선착장-(2시간)-관모봉-(40분)-지등산-(1시간)-동량버스정류소
관모봉-지등산 종주산행의 산행기점은 충주시 동량면 화암리에 자리한 충주호선착장이다. 선착장에서 차를 내려 200m 서쪽으로 되돌아가면 등산안내도가 자리한 산행들머리에 이른다. '관모봉 2.7km' 이정표를 지나 본격적인 산길이 이어지고, 밧줄이 준비된 경사길을 오르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참나무가 숲을 이룬 멋진 산길이다. 길목길목 자리한 이정표를 지나면 명품솔이 자리한 550m봉에 올라선다. 이곳에도 '관모봉 1.5km, 선착장 1.2km' 이정표가 자리한다.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순흥안공의 무덤을 지나 동남쪽의 부대산(626m)과 주봉산(648m)으로 이어지는 삼거리봉(600m)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서북쪽-서쪽으로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이어가면 돌탑을 지나 산불감시철탑이 하늘을 찌른 관모봉 정수리에 이른다. 철탑 서쪽에는 아치형을 이룬 신비스런 소나무가 자리한다.
다시 이은 산길 입구에 '지등산 2.7km, 선착장 2.7km' 이정표에서 산길은 북쪽으로 꺾어지고, 다시 올라선 580m봉에서 산길은 서쪽으로 이어진다. 능선길을 길게 이어 다시 만나는 이정표(지등산 0.8km, 관모봉 2km)를 지나면 지등산이 다가드는 밤나무단지에 이른다. 밤나무밭 능선길을 조금 이어 능선과 밭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서면 숲속으로 산길이 이어지고, 뒤이어 지등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이곳에는 2000년 12월에 세운 정상석과 이정표가 자리한다.
하산길은 서쪽으로 이어지고 건지마을 위쪽의 전신철탑에 이른다. 철탑에서 남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건지마을 0.5km' 이정표가 자리하나 이 길은 가시덤불로 덮여 있다. 철탑에서 서쪽으로 그냥 내려가면 경고판 2개가 자리하고 능선이 끝난 지점(철탑에서 150m)에 왼족(남쪽)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산길 날머리인 가족묘에 내려서고, 시멘트길을 지그재그로 이어 건지마을회관에 이른다.
다시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시멘트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동량면 조동 체육공원'을 지나 건지마을 입구를 알리는 팻말이 자리한 큰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동량교를 건너가면 충주시내로 대중교통이 이어지는 동랭버스정류소에 도착한다.
*교통
동서울터미널 또는 반포터미널(호남선)의 고속버스로 충주에 가서 충주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해 충주호선착장에서 하차(요금 16,000원).
충주시청 앞에서 1일 13회 충주호선착장행 시내버스(551번) 운행.
날머리 동량버스정류소에서는 1일 20회 시내버스 운행.
*맛집 & 숙소
들머리 충주호선착장 2층에 선착장가든(043-845-9345)이 있으며, 날머리 동량버스정류소 부근에 갓바위가든(851-5656)을 비롯한 식당이 여럿 있다.
숙박은 충주시내에 많이 있어 편리하다.
글쓴이;김은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