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안동 병산서원을 방문해 유림들과 서원을 둘러보고 있다. 부시 내외는 이어 하회마을을 방문하고 중국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안동=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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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안동의 조선시대 유교문화와 경주의 신라시대 불교문화를 잇따라 체험한다.
13일 오전 11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부인 바버라 여사와 함께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에 도착하자 '뷰티풀'(아름답다)을 연발했다.
병산서원 류홍우 원장 등 안동 지역 유림 10여 명은 도포와 갓 차림으로 먼 길을 온 부시 부부의 손을 맞잡았다.
부시 부부는 병산서원 입교당(立敎堂) 마루에 걸터앉아 서원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유림들과 담소를 나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곳이 류성룡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학교'란 설명을 듣고 "당시 학생 수는 몇 명이나 되었느냐"며 관심을 나타냈다. 동재와 서재를 둘러보고는 방명록에 '아름답게 잘 보존된 곳'이라고 적었다.
부시 부부는 하회마을 안 학록정사(鶴麓精舍)에서 한정식으로 점심을 들었다. 학록정사는 부시 부부를 초청한 ㈜풍산 류진 회장의 고향집.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 2000여 명은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문 이후 다시 이곳을 찾은 국빈을 직접 보기 위해 골목을 가득 메웠다.
이날 한정식 상엔 쇠고기와 잡채.산채.김치 등의 반찬과 밥.국이 나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잡채를 좋아했고 젓가락으로 김치도 들었다. 바버라 여사는 젓가락 대신 포크를 사용했다. 식사 자리에선 류진 회장과 류성룡 선생의 종손 류영하씨 등이 마을의 유래를 설명했다. 류영하씨는 보관 중인 '징비록(懲毖錄.국보 132호)' 원본을 가져와 설명하면서 영어로 쓴 '징비록'을 선물했다.
이어 학록정사 마당에선 탈춤 한마당이 펼쳐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책자에서 본 '부네탈'을 보면서 "아하! 부네구나"라며 반가워했다.
부시 부부는 병산서원 방문에 앞서 풍산읍의 풍산고에 들러 시골 학생들과 '젊은이의 꿈' 등을 소재로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통역을 맡았던 류석진씨는 "부시 전 대통령은 '사당'이란 말까지 알 정도로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며 "매화나무를 가리키며 이름을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인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도 나흘 뒤 경주에서 신라와 불교문화를 찾아나선다.
부시 대통령의 경주 방문은 로라 여사가 '경주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