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랑재후(螳螂在後) :
‘사마귀가 (매미의) 뒤에 있다’ → ‘눈 앞의 욕심에만 눈이 어두워, 뒤에 닥칠 위험을 깨닫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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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에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진(晉)나라를 치려고 하면서 포고(布告. 넓게 알림 → 일반에게 널리 알림/국가의 결정 의사를 공식적으로 일반에게 발표하는 일 : 옮긴이)하였다.
“감히 간언(諫言. 웃어른이나 임금에게 하는 충고 – 옮긴이)하는 자는 죽음이 있을 뿐, 사면은 없다.”
장왕을 도운 명재상 ‘손숙오(孫叔敖)’가 말하였다.
“신(臣)은 ‘채찍의 엄함을 두려워해 아버지에게 감히 간언하지 못하는 자는 (참된 – 옮긴이) 효자가 아니며, 부월(斧鉞. 작은 도끼와 큰 도끼 - 옮긴이)의 형벌을 두려워해 감히 군주에게 간언하지 못하는 자는 (참된 – 옮긴이) 충신이 아니다.’ 하고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나아가 말하였다.
“신의 정원에 느티나무가 있는데, 그 위에 매미가 있습니다. 매미는 날개를 막 펴고 슬피 울며 맑은 이슬을 마시려고 하면서 사마귀가 뒤에서 목을 굽혀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사마귀는 매미를 (잡아) 먹으려고 하면서, 참새가 뒤에서 목을 들고 (자신을) 쪼아 먹으려고 하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참새는 사마귀를 먹으려고 하면서, 어린아이가 아래에서 (자신에게) 새총을 쏘려고 하는 줄을 알지 못합니다.
어린아이는 참새에게 새총을 쏘려고 하면서, 앞에 깊은 웅덩이가 있고, 뒤에는 굴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모두 눈앞의 이익 때문에 등 뒤의 위태로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직 벌레의 무리(사마귀 – 옮긴이)만 이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그러합니다(이 비유에서 ‘당랑재후’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 옮긴이).”
― 『 한시외전(이 책의 이름이 내가 이 글을 맨 처음 읽은 책, 그러니까 ‘ 김원중 ’ 교수가 배달말로 옮기고 해설을 달았으며 ‘ (주)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 에서 펴낸 『 손자병법 』 에서는 『 한시외전(漢詩外傳) 』 으로 나오나, < 네이버 지식백과 >의 [ 한국고전용어사전 ]에는 『 한시외전( 韓詩外傳 ) 』 으로 나온다 - 잉걸) 』
▣ 한시외전(韓詩外傳) :
서한(전한) 초기에 연(燕)나라 출신인 학자(나중에 박사[博士] 벼슬을 얻었음) ‘한영(韓嬰)’이 지은 책. 한영은 내전(內傳) 4권, 외전 6권을 썼으나, 남송(南宋) 이후에는 외전만이 전해 내려온다.
이 책은 옛일을 소개하고, 그 일을 담은 글의 끄트머리에 『 시경(詩經) 』 등의 구절을 인용하며 결론을 내리는 형식을 취한다.
이 책은 서거정이나 이익이나 박지원 같은 근세조선의 문인들도 즐겨 읽었으며, 그들은 이 책의 구절을 인용하거나, 이 책을 통해 고증을 시도하기도 했다.
☞ 옮긴이의 말 :
춘추시대의 초(楚)나라에서 “ 채찍의 엄함을 두려워해 아버지에게 감히 간언하지 못하는 자는 효자가 아니며, 부월의 형벌을 두려워해 감히 군주에게 간언하지 못하는 자는 충신이 아니다. ” 는 말이 나왔다는 사실(손숙오는 그 말을 인용했을 뿐이다)은 동아시아의 전근대사회(좀 더 정확히는, 고대 동아시아 사회)가 오늘날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 자식이 아버지(또는 부모)에게 “ 이러저러한 것은 옳지 않습니다. ” 고 말씀드리거나, 신하가 임금에게 “ 이러저러한 일은 하지 마십시오. ” 하고 아뢰는 것은 꼭 해야 하는 일이다. ’ 하고 가르쳤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 <아랫것>들은 <윗분>을 무조건 따라야 하고, 그게 <지켜야 할 전통>이야! <아랫것>은 <윗분>에게 어떤 ‘ 말대답 ’ 도 하면 안 돼! ” 라고 우기는 자칭 ‘ 한국의 보수파(내가 볼 때는, 수구세력) ’ 와, “ 전통사회는 자식과 보통 사람들에게 ‘ 윗분에게 복종하라. ’ 는 가르침을 내세우며 그들을 억누르기에 바빴으니, 그것에서 나온 유산은 다 내다 버려야 해! ” 하고 말하는 ‘ 한국의 진보주의자 ’ 들은 모두 고전(古典)을 제대로 읽지 못함으로써 커다란 오해를 했다고 봐야 한다.
초나라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양궁을 겨누어 죽이려고 하는 건 당연히 불효지만,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걸 비판하고 “ 그러지 마세요! ” 하고 충고하는 건 불효가 아니라 ‘ 당연히 해야 하는 일 ’ 이 아닌가? 오히려 그런 사람이야말로 ‘ 참된 효자 ’ 가 아닌가?
그리고 그 말에 따르면, 장교가 부대를 이끌고 군사반란을 일으켜서 정권을 잡는 건 불충이지만, ‘ 정부 ’ 가 그 ‘ 정부 ’ 의 모순을 비꼬는 만화를 그린 만화가를 감옥으로 보내려고 할 때, “ 그건 자유국가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짓입니다. 안 됩니다! ” 하고 말하는 건 불충이 아니라 ‘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 이 아닌가? 그런 반대를 하는 사람이 ‘ [정치인이 아니라] 나라에 충성하라는 명령을 착실하게 따르는 참된 충신 ’ 이고!
나는 (인습을 따르는) 수구세력과 (요즘 와서는 ‘ 파괴를 위한 파괴 ’ 를 일삼는 것으로 보이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다.
옛 관습을 구실삼아 사람을 짓누르지 말고, 그렇다고 해서 “ 반대의 극 ” 으로 가서 모든 옛것을 다 내다 버리지도 말라는 것, 그리고 고전에서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리자는 것, 감정이건 행동이건 말이건 ‘ 수위 조절 ’ 을 하자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전부다.
- 단기 4355년 음력 12월에,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