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지세
외교란 한번 조약한 뒤엔 퇴고할 수 없는 업지러진 물이라고만
자주의 자존심이여
기호지세
참다 참다 지켜보다 지켜보다 가슴만 시커멓게 태우고 태우다
일거에 일어난 불은 업지러진 물을 낱낱이 증발시켜 원류할 때까지
숨가삐 터져나오는 아우성
모 아니면 도의 열렬한 현실이여
그러나
천둥 번개가 휩쓸고 간 비 도시
늘 침묵의 감정없는 텅빈 회색빛 사각
바람만 떠돌다 스쳐간 콘크리트 아스팔트
꾸물꾸물 스모그에 별빛은 더욱 높고 아득해
각종 전단지 선전 구호만이 쓸쓸이 굴러다니다 밟히고 있다
시간을 떠밀어 껑쭝 떨구려는 윗물결
시간을 붙잡고 완강 되돌리려는 아랫물결
逆流와 易流 그 사이에 서서
늘 언저리에서만 서성이며
바람을 일구지도 맞받지도 못하고
구름구름 기웃기웃 주변거리다간
시침분침에 종종걸음치는 자화상
한방울의 力流가 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있다
판단을 保流하고 있다
아니 늘 내 코가 석자라며
내 코를 길러놓곤 내 코에 허덕이는
소심인 소시민(小心人 小市民)
난파한 漁船인양 가로등이 빗방울 창가에 부서져
흔들리는 파도에 뜬 등불처럼
곤두박질치듯 잠기다 아득히 홀로 떨어져 부유하는
동굴속으로 동굴속으로만 퀘퀘 갇혀진 영혼
창틀을 울리며 흔들고 가는 차들의 엔진소음
막고있어도 어쩔수없이
동굴의 동굴 그 끝까지 다다라
한방울 한방울 동굴 석순에 메달려 떨어울리는 물방울
비로소 적막을 떨쳐내는 기적으로 깨어낸다
다시 눈을 뜨고 거울을 본다
이불을 접어올리고 샤워를 하며 머리를 빗고 옷을 갈아입는다
부드럽고 부드럽다 못해 가늘고 가늘어진
머리카락 몇 올이 떨어진다
헛 속알머리 듬성듬성
가슴 슬몃 새어나오는 회오리
겨우 주변머리로 톡톡 허훼탈 표정관리
문득 어디로든...멀리 떠나고픔을 붙잡아놓고
하루를 새로움으로 속삭인다
그러나 순간
남자는 여자를 생각한다
번뜩번뜩 떠밀려오는 인스턴트 갈증에
인스턴트 수분을 삼키며 盜視되어있었다
인스턴트 욕정
인스턴트 충동
인스턴트 정사
인스턴트 쾌락
인스턴트 고통
인스턴트 죽음
아무리 씹고 씹고 삼키고 삼켜도 인스턴트는 허무함뿐
허무의 모래 파도 속
차 한 잔
내 일상의 오아시스
차 한 잔 오아시스를 드리키고나면
일상은 사막의 낮과밤처럼 켜켜히 생생하다
허무가 출렁출렁 춤을 추며 무지개를 일군다
파도는 굴레가 아니고 번뇌가 아니고 신비로운 숨이다
현현한 생명의 맥동이다
코엑스 인도양홀 티월드
전철을 타고 사람들의 물결을 헤치듯 갔다왔다
"티 페스티벌"
처음이었다
그 제목만큼 온통 차판에 차세계가 펼쳐져
차와 사람들의 범람으로 북적거릴 것으로 짐작했었다
삼성역에서 인도양홀에 가기까지
오히려 젊음과 고급상가의 샹들레가 연중 삐까번쩍하고 있어
무역센타의 1층 가장 안쪽 구석 인도양홀에 숨겨져있는듯한 티 페스티벌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늘 정겨운 이들과 함께 차를 나누다
홀로 떨어져 티 페스티벌에 참석하여선가
모든 부스의 차와 다기 전시품목과 사람들이 나와 동떨어져 나를 비껴 흘러다니는 듯하다
그러다
차천지 무애님 수정님 차천지님을 보니 이 아니 반가울손가
하동 대구 서울로 강행군하느라
무애님에 이어 차천지님 마저도 그 좋던 살집과 피부가 말라보여
그 노고를 새삼 엿보았네
이어 운하도예에서 무관스님 정진행님 혜명각님을 뵙고 인사를 나누며
무관스님의 안내에 국화차와 대추한봉을 얻어갖게 되매
이것이 바로 사는 맛이라...
화엄다원 무아님과 그 옆지기님껜 마지막날 다늦게 찾아가
첫날 차공연한다는 정보를 알고있었음에도
응원의 흔적을 내드리지 못하고
아쉽게 보내고마는 애뜻함만 남기고 왔다네
역시 나는 차매니아는 아니구나
사람을 먼저 찾고 둘러보게 됨에...
내게 차맛은
사람의 향기고
사람들과 더불어 우려내는 이야기과 풍경이다
그러나
홀로가서 그런가 날씨가 꾸물 비가와서인가
홀로의 색에 벽을 느끼며 갇혀서인지 좀 가라앉아있는 내면의 기운이
시간을 내 더 어울리지 못하고
부스를 내리는 마지막날의 전시장을 뒤로 하며 슬그머니 돌아왔다
그래도 살풋 이 밤그림자 속에 웃음을 짓게 하는
사막의 오아시스를 세월에 그려놓고
나 살아옴을 살아감을
흐르는 인연이여
내 알뜰살뜰 보듬는 시선이여
오, 늘 감사하오!
- 2008. 6. 8. 서울 World Tea Festival을 다녀오는 전후. "일상과 오아시스" 그 단상 -
| |
첫댓글 삶속의 오아시스 .. 좋은 일이라.. 산울림의 마음한자락 읽어 보고 가오~
산울림님 오늘은 햇살좋아 환합니다. 오늘도 그 무엇으로도 오아시를 만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