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싱 페이퍼
김윤이
잘 마른 잎사귀가 바스락그리며 나를 읽네
몇 장을 겹쳐도 한 장의 생시 같은,
서늘한 바람 뒷편
달처럼 떠오른 내가 텅 빈 아가리 벌리네
지루한 긴긴 꿈을 들여다봐주지 않아 어둠이 흐느끼는 밤
백태처럼 달무리지네
일순간 소낙비
가로수 이파리, 눈거풀이 축축하게 부풀어 오르고
아아 무서워 무서워
깨어진 잠처럼 튀어오른 보도블록,
불거져 나온 나무뿌리
갈라진 혓바닥이 배배 꼬이네
비명이 목젖에 달라붙어 꿈틀대네
나는 이 길이 맞을까? 저 길이 맞을까?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고 싶지만
손금이 보이지 않는 손
금 밟지 않기 놀이하듯 두 다리가 버둥대네
두 동강난 지렁이 이리 저리 기어가고
구름을 찢고 나온 투명한 달
내 그림자는 여태도록 나를 베끼고 있네
첫댓글 김윤이시인스러운 시예요~
내 그림자는 여태도록 나를 베끼고 있네